<포럼>국가 위기 상황에도 ‘허송’하는 국회

2022. 11. 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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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5년 전 대한민국은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경제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오랜 기간 원화의 고평가를 유지했고 원화 가치를 방어하겠다며 그나마 남아 있던 보유 외환을 탕진한 정부 당국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나름 대책을 세우는 듯하지만 국회는 어떤가.

국회는 일부 강경파 야당 의원들의 '투쟁과 선동의 장'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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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5년 전 대한민국은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근본 원인은 원화의 고평가였다. 고평가된 원화 때문에 수출이 줄어든 많은 대기업이 부도 위험에 빠졌고, 무역적자를 포함한 경상수지 적자가 3년 연속 대규모로 발생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한동안은 자본수지 흑자로 메워졌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 또한 줄어들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거시경제 펀더멘털이 건전하다고 거듭 발표했지만, 그것은 남미 여러 나라의 외채 위기 당시 문제가 됐던 예산 적자나 공공부채의 규모 등만 본 데서 나온 피상적인 평가에 불과했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 자본수지의 악화가 겹치면서 외환위기는 거의 필연이었다.

경제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오랜 기간 원화의 고평가를 유지했고 원화 가치를 방어하겠다며 그나마 남아 있던 보유 외환을 탕진한 정부 당국에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 특히 국회의 책임도 못지않게 컸다. 어렵게 개정한 노동법을 노동계의 압력에 굴복해 원래보다도 노동 공급이 더 경직적이게 재개정하는가 하면 금융개혁법안 또한 좌초시켰다.

지금의 경제 상황도 매우 위중하다. 올해 우리나라 자본수지는 상당한 적자가 예상된다. 그리고 서비스 수지는 원래가 적자지만, 그나마 버팀목이 됐던 무역수지도 원자재 등 수입 가격의 앙등으로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자본수지와 경상수지의 쌍둥이 적자는 위기를 우려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나름 대책을 세우는 듯하지만 국회는 어떤가. 위기 상황에 대해 뭔가 할 태세가 돼 있나.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아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수당인 제1 야당이 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 정상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상징적인 사건이, 지난달 27일에 예정됐던 여당 몫 부의장 선출조차 못 한 일이다.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수사에 대한 반발 탓이라고 한다.

이처럼 진작에 끝냈어야 할 의장단 구성조차 이 대표 방탄의 도구로 삼는 판이니 다른 일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아무리 정쟁이 심해도 대통령 연설에는 여야가 함께 참여했던 관례를 깨고, 민주당은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국정감사는 윤석열·한동훈 술자리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자리로 악용했다. 면책특권을 이용해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 인터넷 매체가 퍼 나르고, 민주당은 다시 이를 증폭시킨다. 야당은 다수 의석을 빙자해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감사완박’법 등 윤 정부의 국정과 반대되는 법안을 대놓고 밀어붙인다. 국회는 일부 강경파 야당 의원들의 ‘투쟁과 선동의 장’으로 전락했다.

입법권과 예산권을 가진 국회는 어느 민주국가에서나 가장 강력한 기관의 하나로 꼽힌다. 우리 국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행정연구원이 매년 실시하는 기관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국회는 늘 조사 대상 16개 기관 가운데 꼴찌다. 국가이익을 우선해 직무를 수행해야 할(대한민국 헌법 제46조 2항) 국회의원들이 국익보다는 당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한 당연한 결과다. ‘4류 정치’로 운위되는가 하면 시시때때로 국회 무용론이 등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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