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집값, 오르는 분양가... 분양 앞둔 건설사들 ‘고민’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분양가는 내릴 줄을 모르고 있다. 원자재 값과 인건비가 오른 것과 땅값 상승세를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한 데 따른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청약단지의 분양가가 인근 구축 아파트 수준만큼 오르면 이른바 ‘안전마진’을 얻을 수 없게 되는 만큼 청약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일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10월 강북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76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 강북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400만원을 기록했다. 8개월 만에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강북권은 노원·도봉·강북 등을 포함해 한강 이북의 14개 자치구를 뜻한다.
평균 매매가격이 하락한 것은 주택 매매가 드물게 이뤄지는 데다 실거래와 호가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북권에서 10억원 넘게 거래되면서 ‘10억 클럽’에 이름 올렸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파크뷰자이’ 전용면적 59㎡는 작년 9월 12억5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7월엔 9억원에 매매됐다. 작년 1월에 12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래미안위브 전용면적 59㎡의 최근 호가는 9억5000만원이다.
집값이 하락하는 것과 달리 분양가는 떨어질 기미가 없다. 서대문구청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홍은13구역(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의 3.3㎡당 상한 분양가는 2910만원으로 책정됐다. 상한 분양가를 적용한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9억 후반대다.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는 서울 서대문구 11-111 일대를 재개발하는 단지다. 지하 2층~지상 15층, 12개 동, 총 827가구를 거듭난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장위자이래디언트)의 분양가도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됐다. 11월 중 분양에 나서는 장위4구역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834만원.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9억5000만원 수준으로 10억원대에 근접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은 아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은 중랑구 중화1구역(리버센SK뷰롯데캐슬)의 상한 분양가도 3.3㎡당 2835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면적 84㎡짜리 주택이 9억원 중반 수준에서 분양된다는 뜻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북권 국민평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10억원 가까이로 책정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앞으로 분양가가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조합원 분양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것을 보면 일반분양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2구역의 전용면적 84㎡짜리 조합원 분양가는 대략 7억6000만원 수준으로 공지됐다.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의 조합원 분양가 추정치도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7억4300만원 수준이다. 통상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30% 정도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분양가는 1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분양가가 높아진 것이 청약 성적 저조로 이어질 경우 조합과 건설사 측이 일반분양가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시중에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자칫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도 있어서다.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장위4구역의 청약 성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근 구축 아파트값이 하락 추세인 상황에서도 강북권 국민평형 아파트를 10억원대에 청약할 수요층이 얼마나 있는 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손질되면서 공사비 증액분 일부를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게 됐지만, 시장 냉각이란 악재가 워낙 커 분양가를 충분히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분양이 나면 시행사(조합)가 어려워지고 시공사에게도 그 문제가 전이될 수 있는 상황이라 시행사나 시공사나 분양 전략을 세우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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