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이태원 비극에 “주최 없으면 시민 자격 상실하는 세계”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을 추모하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사태를 비판했다.
허지웅은 1일 인스타그램에 하얀 꽃 사진을 올리고 “라디오를 여는 글을 쓰려고 새벽부터 앉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아직 스스로가 평정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체 무엇에 대해 글을 쓸 수 있고 쓰더라도 어떤 쓸모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생각했다”고 서두를 시작했다.
이어 “주최가 없으면 시민의 자격을 상실하는 세계의 한가운데서. 할 만큼 했고 책임질 게 없다는 말잔치의 홍수 속에서”라며 참사 이후 대응에 불편함을 드러내며 “정작 내 입과 손 끝에서는 쓸모 있는 말이랄 게 모두 사라져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망연자실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서편제’ ‘이웃사람’ ‘곡성’ 등에 출연한 신스틸러 배우 김기천도 트위터에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뻔뻔한 사람 같지 않은 자들 때문에 잠이 안 오고 소화가 안 돼 속이 답답해 견디기 힘들다”는 글을 올려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김기천은 “변명과 책임회피만 하는 협잡꾼들에게 큰 벌이 내려지길 바란다”며 “애도를 강제 강요하지 마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마치 주최자 없는 행사라서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그 원인을 제도 미비 탓으로 돌리는 발언은 국가애도기간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 “행사 주최자가 없으면 현 재난안전법의 원칙에 따라 서울시, 용산구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등 정부당국이 나섰어야 한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책임 회피성 발언을 지적하며 “대형 참사를 미리 막지 못했다면 자중하면서 수습이라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가 1명 늘어 31일 밤 기준 155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모두 152명으로 중상자는 3명 줄어 30명, 경상자는 6명 늘어난 122명이다.
사망자 가운데 여성은 100명, 남성은 55명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31명, 10대가 12명이었다.
사고 다음 날인 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면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해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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