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미친X는 누구인가, 지옥도 속에 담긴 블랙 코미디 '몸값'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서로의 몸을 탐하던 사람들. '돈으로 너를 사겠다'라는 마음으로 호기롭게 덤벼든 이들이 예측불가의 상황에 내던져지며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티빙에서 공개된 시리즈 '몸값'(각본 연출 전우성, 제작 클라이맥스스튜디오, SLL)은 이충현감독의 동명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입소문을 불러일으키며 단편영화계 수작으로 꼽히던 필람작이 시리즈로 리메이크되면서 작품은 또 다른 매력과 신선함을 장착하고 돌아왔다.
6화로 구성된 '몸값'은 1~3화는 관음증적 호기심을 일으키는 도입부로 시작해 강렬한 반전,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돌발 상황들이 전개되며 쉴 새 없는 자극을 전달한다. 수위 높은 대사와 폭력성으로 무장, 장르적 매력을 한껏 내뿜는다. 이에 따른 취향과 호불호도 명확하게 갈릴 작품이다.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던 이충현 감독의 단편 '몸값'을 기반으로 전우성 감독이 확장된 새로운 세계관을 완성하며 극적 재미를 배가한다.
담배를 입에 문 교복입은 젊은 여자가 있는 모텔 방에 남자가 찾아든다.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할 즈음 남자와 여자는 시덥잖은 이야기들로 초면의 어색함을 털어낸다. 그리고 시작되는 본격적인 대화. 여자는 18살의 여고생 주영이다. 남자는 숫처녀라고 소개한 주영의 몸을 사기 위해 가평의 모텔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대화가 이어지면서 남자는 주영의 화대를 깎으려 하고, 급기야 욕설과 폭력적인 행동까지 보인다. 이쯤 되면 관객은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남자의 범죄를 연상하기 십상이지만, 18살의 여고생 주영의 시큰둥한 반응은 다가올 반전을 의미심장하게 예고한다. 남자의 흥정에 쿨하게 화대를 깎아준 주영은 남자가 샤워실로 들어간 후 담배를 다시 피워물고 자신의 몸을 사겠다는 또 다른 남자와 전화통화를 이어간다.
'몸값'은 원색적이고 선정적인 초반부로 보는 이의 호기심을 강하게 잡아 이끈다. 그리고 호기심은 스릴과 웃음, 다시 공포로 롤러코스터를 타듯 다양하게 변주된다. 원테이크 기법이라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방법으로 완성된 작품인 만큼 창작자가 유도하는 감정과 상황에 고스란히 감각을 맡기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연극무대를 연상시키는 미쟝센과 역시 연극적인 장면들이 마치 한편의 공연을 보는 듯한 현장감과 사실감을 전달하는 것도 '몸값'의 매력이다.
이 실험적인 작품에 기꺼이 함께 한 배우들의 패기 넘치는 도전과 열연은 단연 압권이다. 여고생이자 장기매매단의 설계자 '주영'으로 분한 전종서는 제 옷을 입은 듯 살아숨쉬는 연기를 보여준다. 스산한 눈빛에 비해 해맑고 경쾌한 목소리는 어딘가 비밀을 감추고 나이를 알아채기 힘든 주영의 캐릭터에 더 없이 잘 어울린다.
원작 '몸값'과 똑같은 대사와 스토리, 장면임에도 원작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이 된 데에는 배우들의 개성이 큰 몫을 했다. 여기에 여고생을 몸을 탐하다 장기 매매의 희생자가 될 뻔한 노형수 역은 진선규가 맡았다. 진선규는 팬티만 입고 춤을 추거나 알몸으로 묶여 경매를 당하는 장면, 역시 알몸으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기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낡은 비닐 우비에 장화를 신은 모습의 진선규는 그로테크스하고 긴박감 넘치는 작품에 웃음을 실어 넣으며 블랙 코미디 장르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이들 배우들은 원테이크 촬영에도 이질감없는 연기와 감정선, 그리고 액션까지 선보이며 작품의 재미를 견인한다. 사람의 몸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현 세태를 비판한 원작의 사회적인 메시지에 반해 시리즈 '몸값'의 1~3화는 폭력과 액션, 재난물, 미스터리 범죄물의 다양한 살을 덧입었다. 원작의 아성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작품으로 변주해낸 전우성 감독의 재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예측불가의 상황이 이어지는 '몸값'의 후반부에서 주영과 형수, 극렬(장률) 중 과연 누가 이 서바이벌의 주인공이 될지, 이 구역의 진정한 미친X의 타이틀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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