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超엔저’에 정부도 개입…위기의 일본 경제

KBS 2022. 11. 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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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엔/달러 환율이 32년 만에 150엔을 오르내리며 '엔저'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는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례적으로 나서서 시장에 직접 개입할 정도였는데요.

엔저 현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서울대 국제대학원 김현철 교수님과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워낙 엔화 가치가 낮아지니까 최근 일본 정부가 여러 차례 금융 시장에 개입해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푼 정황이 있었잖아요?

[답변]

네, 시작은 지난 9월이었습니다.

엔/달러 환율이 145엔을 넘어서자 3조엔, 우리 돈으로 29조 원가량을 투입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인 겁니다.

일본 정부가 24년 만에 금융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하루에 투입한 규모로는 역대 최대였습니다.

그럼에도 환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이달 21일 150엔을 돌파했고, 이번엔 5조 엔을 투입해 금융시장에 개입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조정을 받았을 뿐 다시 금세 반등했습니다.

결국, 사흘 뒤인 24일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다시 한번 외환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일본 정부가 수십 년 만에 환율 방어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변]

일본 경제에서 '잃어버린 30년'이란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본 경제가 오랜 기간 침체에 빠져있다는 뜻이죠.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일본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시장에 자금을 계속 푸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오랜 기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가파르게 올렸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급격히 벌어지기 시작했고, 일본 무역수지까지 적자 폭이 커지면서 엔화 약세는 더욱 가속화 했습니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최근 금융 시장에 일부 투기 세력까지 가세해 엔화 가치 하락을 더 심화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잃어버린 30년'에 코로나 19 타격까지, 일본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이 정확히 어떤가요?

[답변]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일본 경제의 기본 체력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19 대유행이라는 경제적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다른 국가들보다 일본이 코로나 19의 경제적 충격으로부터 회복이 느린 이유입니다.

최근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코로나 국면에서 점차 벗어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 통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 회복 속도가 느린 일본은 이런 전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달 말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금리를 -0.1%로 동결하며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완화적 통화 정책만으로는 경제를 회복하기 역부족일 것 같은데요.

일본 정부는 어떤 또 따른 노력을 하고 있나요?

[답변]

주로 서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초엔저'로 임금 등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면서 서민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우리 돈 380조 원 규모의 종합 경제 대책을 발표했는데, 서민 경제의 고통을 완화해 주는 내용이 주요 골자입니다.

한 가구당 전기와 가스비 보조금 약 40만 원을 지급하고,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육아용품 등 100만 원가량의 비용을 보조해 줄 방침입니다.

[앵커]

이번 일본의 종합경제대책에는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정책도 포함됐죠?

[답변]

엔화 약세인 만큼 일본 관광 비용이 싸지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올 수 있는 여건을 활용하자는 겁니다.

한 해 방일 관광객 3천만 명, 관광 소비액 50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서라도 경기를 살리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하면 일본 경제가 내년에는 좀 나아질 수 있을까요?

[답변]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환율을 방어하고 관광도 활성화하는 등 일본 정부가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IMF가 지난달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1.7%로 예측돼, 선진국 평균인 2.5%에 한참 못 미칩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위기 속에 내년엔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IMF는 일본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올해보다 0.1%포인트가 더 내린 1.6%로 전망했습니다.

[앵커]

네, 김 교수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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