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골프장 홍보하는 북한…골프가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하는 그날은?
■ 북한, 6년 만에 골프 대회 개최 … '가을철 골프 애호가 경기 결승전'
1987년 4월 개장한 평양골프장, 평양에서 남서쪽 27㎞ 거리에 위치
이동현 전 KBS PD(68) "그린 다져놓지 않고 잔디를 짧게 깎아 놓은 정도"
북한이 6년 만에 평양에서 골프 대회를 재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대회는 지난 19일부터 이틀 동안 평양 골프장에서 열린 '가을철 골프 애호가 경기 결승전'이었다는 것이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 대회를 개최한 것은 코로나 19로 사실상 2년 넘게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이 다시 외화 벌이를 위해 관광 산업을 재개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같은 해석은 스포츠 행사 등 관광 산업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고 이 때문에 북한이 공을 들여온 사업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북한이 대회를 개최한 평양골프장은 평안남도 남포시 강서구역 태성리에 있는 골프장으로 평양시에서 남서쪽 으로 27㎞ 거리에 있다. 차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1983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착공했고 조총련 사업가들이 공사비를 지원해 건설된 골프장이다.
1987년 4월 김일성 주석 75회 생일 기념으로 개장한 평양골프장은 동시에 200명의 내장객을 수용할 수 있고
해발 200~300m의 석천산 자락과 바로 옆에 태성호가 있어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2019년 리모델링을 거친 골프장은 전장이 6,197 미터( 파 72 · 6,777야드)로 늘었고 10개 동의 숙소 외에도 탁구장과 당구장, 수영장과 낚시터 등을 갖추고 있는 종합 레저시설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2005년에 평양골프장에서 평화자동차 KLPGA 평양오픈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우승했던 송보배 선수는 '그린이 너무 느려서 퍼팅에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골프 대회 중계를 위해 당시 평양골프장을 다녀온 이동현 전 KBS PD(68)는 "페어웨이 잔디는 경기를 치르기에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그린은 다져놓지 않고 페어웨이 잔디를 짧게 깎아 놓은 정도여서 퍼트가 잘 구르지 않았다"면서 골프장과 잔디를 관리하는 전문 기술이 부족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약 850억 원 소요 '더 아난티 금강산 cc', 평양골프장 처지와 대조적
남쪽 민간 자본이 투입된 최초의 정규 18홀 골프장…현재는 폐허 상태
아난티 그룹, 올 4월 골프장과 리조트 자산 507억 원 손실 처리
북한의 있는 또 하나의 골프장 '더 아난티 금강산 골프장(파72ㆍ길이 7,630야드)'은 어떻게 됐을까. 더 아난티 금강산 골프장의 운명은 북한 선전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는 평양골프장의 처지와 대조적이다.
아난티 그룹(구 에머슨 퍼시픽)은 현대아산이 보유한 금강산 관광특구 안 대지 168만 5,000㎡에 대한 토지 이용권을 1998년부터 50년 동안 재임대받아 골프장과 리조트를 개발했다.
2004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2008년 5월 정식 개장했다. 개장에 앞서 2006년 10월부터 시범 라운드를 시작했다. 금강산 골프장은 투자 개발 비용이 약 850억 원 소요된 사업으로 남쪽의 민간 자본이 투입된 최초의 정규 18홀 골프장으로 관심이 쏠렸다.
2007년 10월엔 한국프로골프협회, KPGA가 '금강산 아난티 NH농협 오픈 대회'를 을 한 차례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우승을 차지했던 김형태 선수는 "페어웨이 잔디와 그린이 어느 골프장에도 뒤지지 않는 좋은 상태"라고 기억하고 있다. 평양골프장과 달리 우리 측 잔디 관리 기술이 접목됐기 때문이다.
아난티 그룹은 개장 전부터 회원을 모집하고 금강산 관광객을 대상으로 라운드를 진행했다. 금강산의 비경 속에서 라운드를 할 수 있는 금강산 cc는 특히 파 6의 12번 홀이 스코어를 내기 까다로운 홀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08년 7월 11일 한국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의 모든 시설은 개장 두 달여 만에 폐쇄됐다. 이어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과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등이 발생했고 남북 관계가 악화되며 왕래가 끊기고 골프장의 미래는 암울해졌다.
지난 4월엔 현대 아산이 소유한 해금강 호텔과 함께 더 아난티 금강산 골프장 리조트가 해체되는 모습이 위성 사진을 통해 공개됐다. 이후 아난티 그룹은 '미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금강산 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금강산 관광특구에 보유한 골프장과 리조트 자산 507억 원을 손실 처리했다.
■아난티 그룹 '골프를 통해 남북 민간 교류가 이뤄진다는 상징성'에 주목
아난티 그룹의 금강산 cc 일대의 토지 사용권은 2048년까지.
아난티 금강산 골프장을 개발할 당시 이중명 회장은 "해마다 6만 명 정도의 우리 골퍼가 금강산 cc에서 골프를 친다"고 전망했다. 또 "골프를 통해 남북 민간 교류가 이뤄진다는 상징성이 크다"며 금강산 골프장을 세계적인 명소를 만들겠다는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관리가 되지 않아 폐허나 다름없는 골프장 소식과 함께 이제는 회한만이 드리운 사업으로 남게 됐다.
남북 간의 긴장이 완화돼서 경제 협력이 재추진되고 남쪽의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해 금강산 여행과 골프를 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북한이 평양골프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상황으로 볼 때 관광 사업을 재개해 외화벌이 사업에 나설 의향은 있지만 아난티 금강산 골프장이 함께 활용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 남북 관계는 아직 진행형이다. 이런 긴장 관계가 지속된다면 금강산cc에서 라운드를 한다는 남쪽 골퍼들의 꿈은 그저 상상일 뿐이다.
금강산 여행과 골프가 기약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면서 골프장과 리조트 개발 비용, 회원권 반환 등으로 입은 손실은 1,000억 원에 이른다고 아난티 그룹은 밝히고 있다. 아난티 그룹이 얻은 금강산 cc 일대의 토지 사용권은 2048년까지고 앞으로 26년이 남았다.
김인수 기자 (andre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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