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연임, 중국 경제가 망했다?···불안한 전 세계 [김광수의 中心잡기]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2022. 11. 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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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천하 구축한 20차 당대회
'1인 체제'에 中기업 주가 추락
슈퍼리치도 중국 떠나 '엑소더스'
[서울경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의 절대권력 체제가 더욱 확고해지자 투자자들은 앞다퉈 중국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분위기입니다.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사실상의 독재 체제가 완성됨에 따라 어떻게 중국 사업을 이어가야 할 지 예측이 힘든 분위기입니다.

시진핑 천하 완성된 ‘당대회’

중국에서는 5년 마다 최대 정치행사로 불리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립니다. 올해는 제20차 당대회가 열렸는데요. 중국은 국가 최고 지도자인 당 총서기를 당 대회에서 선출합니다.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에선 장쩌민 전 주석 이후 당 총서기가 국가주석을 겸직해오고 있습니다. 사실상 당대회가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 선거나 다름없죠. 거기에 당과 정부(국무원)를 이끌어갈 최고 지도자들까지 선발하니 세계인의 주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달 22일 폐막한 22일 폐막한 20차 당대회에서는 205명의 중앙위원과 171명의 중앙후보위원을 선출했습니다. 이튿날 열린 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20기 1중전회)가 더 관심을 모았는데요. 여기에서 중앙정치국원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선발하기 때문이죠. 올해는 작년에 비해 정치국원이 한 명 줄어 24명이 됐고, 상무위원은 기존 7명 중에 3명이 남고 4명이 교체됐습니다.

이 중 상무위원 명단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은 예고된 만큼 최고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될지가 궁금했는데요.

예상을 깨고 시 주석을 제외한 6명이 모두 시 주석의 최측근, 이른바 시자쥔들로 채워졌습니다.

시 주석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20여년을 함께 일한 충신들인데요. 이들을 가리켜 '시의 비서(리창)', '시의 칼(자오러지)', '시의 책사(왕후닝)', '시의 수하(차이치)', '시의 그림자(딩쉐샹)', '시의 대학 동문(리시)'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전원이 시진핑 주석의 충성파 심복들로 채워지자 전 세계는 한결같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적어도 1~2명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파벌로 채워왔던 관례가 깨졌으니까요.

이슈가 되고 있는 후진타오 전 주석의 퇴장을 놓고도 이런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먼저 퇴장했다는 말도 있지만, 자신이 수장 격인 공산주의청년단, 이른바 공청단 계파가 상무위원에서 모두 배제된 것에 격분했다는 해석도 있으니까요.

분야별로 고루 안배하던 인적 구성도 사라졌습니다. 특히 중앙정치국 위원 24명 중에 선전선동, 안보 관련 책임자는 많은 것과 달리, 경제 전문가가 보이지 않습니다. 유일한 경제 분야 전문가로 시 주석의 측근인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보일 뿐입니다. 기존 류허 부총리와 이강 인민은행장은 정치국 위원에서 물러났습니다.

경제를 총괄해온 총리도 시 주석의 오른팔인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가 맡을 예정이어서 사실상 경제 정책 역시 시 주석이 장악할 것으로 보입니다.

1인 독재에 놀란 증시

말 그대로 국정 운영의 모든 것을 시 주석이 총괄하는 시진핑 천하가 완성됐습니다.

그러자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고 하는 주식시장이 즉각 반응하기 시작했죠. 시진핑 3기가 출범한 직후 처음 증시가 개장한 24일, 중국 증시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홍콩 항셍지수는 6.36%나 폭락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알비바바와 텐센트가 11.4%씩 하락했고, 바이두는 12.2%, 메이퇀은 14.8%나 폭락했습니다.

그날 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도 추풍낙엽처럼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알리바바는 장중 19% 이상 폭락하다 12.5% 하락 마감했고 핀둬둬는 24.6%나 주가가 빠졌습니다. 미국에 상장된 5대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215억달러), 핀둬둬(-182억달러), 징둥닷컴(-86억달러), 차이나텔레콤(-7억달러), 넷이즈(-33억달러) 등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무려 521억7000만 달러, 한화로 약 75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중국에서 탈출하는 자본

중국 부호들의 재산도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24일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중국 부호들의 재산이 하루 만에 총 350억 달러(약 50조원) 이상이 줄었습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주가가 폭락해 창업자인 황정의 재산이 약 51억 달러 줄었고,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의 자산도 약 25억 달러 사라졌습니다. 중국 최고 부자로 유명한 생수 업체 농푸산취안 창업자인 중산산은 약 21억 달러,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도 약 10억 달러의 순자산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심지어 중국 부자들이 더 이상 중국에서 못 살겠다고 탈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중국 슈퍼리치들이 기존에는 자신들의 재산을 관리할 가족 법인을 주로 홍콩에 만들어 관리해왔으나 중국 정부가 홍콩 통제를 강화하면서 최근 들어 싱가포르로 근거지를 옮기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의 자산가들 일부는 미국 이민을 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공포에 빠진 외국인투자가들의 자본 이탈도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24일 홍콩 항셍지수가 1994년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할 때 해외투자자들은 후강퉁·선강퉁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 179억 위안을 순매도했는데요, 이로 인해 중국에 대한 연간 누적 기준 외국인 투자가 순매도로 전환됐습니다. 2014년 후강퉁 개설 이후 처음있는 일입니다.

어느 정도 진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적지 않습니다. 시진핑 3기에 부유층에 대한 견제가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당 대회에서 당의 헌법으로 불리는 ‘당장’이 개정됐습니다. 여기에 시 주석의 경제 어젠다인 ‘공동부유’ 추진 의지가 보다 명확하게 담겼습니다.

공동부유는 모든 인민을 잘 살게 하겠다는 사회주의 기본 이념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합법소득을 보호하고, 지나치게 높은 소득을 조절하며, 불법소득을 단속해야 한다”, “재산 축적의 메커니즘을 바로잡겠다”고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소득재분배를 위해 부동산 보유세 등 재산세, 상속세 등이 신설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중국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재산세나 부유세 개념의 종합부동산세 같은 것은 물론 상속, 증여세 또한 없습니다. 부의 축적이나 대물림을 막을 장치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용하고 있지만 이를 확대하려던 계획이 경제 불황 때문에 잠시 보류된 상황입니다. 그러던 것이 시진핑 3기에는 현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거죠.

커지는 불안감, 기업 때리기

기업들의 부담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선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빅테크 때리기로 불리는 것이 대표적인데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말 한 마디 잘못한 이후로 엄청난 탄압을 받았습니다. 텐센트, 디디추싱, 메이퇀 등의 업체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막대한 벌금을 때려맞았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진 업체들은 독과점 이슈가 제기되는데 중국 규제 당국이 이들 기업이 과도한 수익을 거둔다며 컨트롤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정신적 아편이라며 게임 시간을 규제하고 허가를 내주지 않자 텐센트, 넷이즈 같은 게임업체들은 수익이 급감했고 직원들을 감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교육을 제한하겠다고 하자 중국 교육 관련 업체의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반토막 수준이 아니라 거의 10분의 1 정도로 주가가 빠졌습니다. 바이두, 텐센트 등의 직원은 실적 감소로 연말 성과급이 없울 거라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시진핑 3기의 경제 정책 방향을 아직 정확하게 예측하긴 쉽지 않습니다. 일부에선 너무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올 정도입니다.

중국 정부도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대책 회의를 열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에 투자를 늘리도록 하겠다며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습니다. 일부 투자 기관의 펀드 매니저도 중국 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며 투자에 관심을 줄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세계 경제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중국의 경우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연말 중앙경제공작회의, 내년 양회를 보면서 보다 정확한 경제 상황을 그려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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