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책임회피 당국자들 책임지고 물러나라
특히 주무장관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무책임한 태도 국민적 분노 일으켜
주최자 없는 행사 일 수록 안전확보해야 하는 것이 국가 공권력
경찰,주무 관청인 용산구와 서울시 모두 이 사태에 적절한 책임 져야 마땅
과밀한 서울에 대한 광범위한 안전조치 확보 대책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젊은이가 155명으로 늘었다. 온 국민이 이 참담한 사고에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슬픔에 빠져 있다. 불과 6년 전의 세월호 사고가 떠오른 것은 이번에도 사고 당사자들이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한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 참사에 대해 누구 하나 명확하게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의 책임을 규정한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공무원의 무한책임은 부여받은 권한과 연결된다. 국가 권력에게 물리력 사용도 가능하도록 '공권력'을 합법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것은 다수의 안전을 확보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과연 이태원 참사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공권력은 존재했는가.
특히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행자부 안에 경찰국을 신설하면서 국가공권력인 경찰을 장악한 안전책임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비극적인 사태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는 것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장관은 사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가 경찰과 소방 인력 배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장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거세지는 비난 여론을 '선동적 정치적 주장'으로 변질시키면서 정치적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과연 155명의 젊은이들이 숨진 이 참사에 대한 책임 추궁이 정치적 공세인지 묻고 싶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이 장관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이 장관은 사태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하지 않은 채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사과 아닌 사과를 내놨다. 이 장관의 유감 표명은 사고 책임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자신의 발언에 대한 유감표명에 그쳤다는 점에서 진정한 반성과 사과인지 의문이 든다.
경찰 역시 마찬가지다. 경찰 역시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 대해서는 경찰의 대응매뉴얼이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참사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경찰은 "주최측이 없는 다중 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의 관련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고 당일 대응 인력이 130여 명 배치된 것은 예전의 30~90명 수준에 비하면 몇 배가 늘어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한 말장난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13만명 넘는 인원이 좁은 이태원 지역에 몰려든 상황을 감안하면, 경력이 고작 수 십명 늘어났다고 해서 통제나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을지는 의문이다. '단순히 몇 배 수준'이 아니라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어떤 조치를 강구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서울시와 해당 관청인 용산구 역시 마찬가지다. 참사가 일어나지 불과 보름 전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는 할로윈 축제보다 몇 배 많은 약 백만 명의 인파가 몰려 들었지만, 특별한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 구청이 역할을 적절히 분담했기 때문이다.
이번 할로윈 축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가자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주최 측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또 매뉴얼에 없다는 이유로 아무도 안전을 관리하고 책임지지 않는다면 불의의 사고에 대한 관리는 누가 해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특히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장관인 이상민 장관의 무책임한 태도는 묵과할 수 없다. 책임의 소재에 대해 시시비비부터 따지고 들기 전에 안전책임자로서 부적절한 대응조치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당에서조차 제기되는 장관 사퇴 요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신중하고 적절한 판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가 책임자가 있는 행사보다 더 안전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공권력이 해야 할 일이다. 책임이 있는 곳에 서만 책임을 진다면 그것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책임 안 지려는 당국자를 배제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책임 안 지려는 당국자는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너무 과밀한 수도 '서울'의 안전관리 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 있다. 출퇴근 시간이면 객차 안은 물론이고 이동통로까지 가득 메워져 사람에 떠밀려 가는 지하철의 모습은 이태원 같은 사고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게 만든다. 보다 광범위한 차원의 안전 관리대책 수립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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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영기 논설위원 cbsmy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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