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따라하는 K-댄스, 안무저작권 인정 받으려면

이경찬 투비소프트 대표이사

막춤을 빼고 전문적인 댄스는 대부분 특정 안무가가 만든다. 이른바 백댄서다. 최근 내로라하는 연예기획사는 '댄스 디렉터'라는 보직을 둬 소속사 가수의 춤을 직접 만든다.

그런데도 노래 등과 같이 저작권으로 대접받지는 못한다. 특정 노래를 떠올리면 특정 춤이 연상될 정도로 노래와 춤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하지만 댄스 음악이 나올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백댄서는 노래의 흥을 북돋아 주는 부수 요소로 취급받고 있는 게 고작이다. 춤은 저작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인 셈이다.

최근 K댄스의 우수성은 널리 입증됐다. 춤을 소재로 한 TV 예능 프로그램이 잇따라 방영되면서 국내외에서 K댄스 열풍이 불고 있을 정도다. 가수를 뒷받침하는 백댄서에서 이제는 독보적인 분야로 급성장한 것이다. 요즘 들어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으로 댄서가 섭외되는 것은 전혀 낯설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안무저작권 문제는 여전히 무시당하기 일쑤다. 음원과 영화, 도서 등에 저작권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안무저작권은 다른 문화예술 분야에 비해 보호장치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행 법으로는 저작권법 제2장 저작권 제1절 저작물 제4조(저작물의 예시)에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연극저작물'이 명시돼 있어 안무저작권도 보호받을 수 있다.

댄스가 저작물로 보호받으려면 안무가가 창작 안무를 데이터화해서 저작물 등록을 마쳐야 한다. 더불어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연속된 몸 동작에 실려야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몸짓 하나로 저작물로 보호받기는 어렵다. 안무저작물을 법적으로 해석했을 뿐 법적 권리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최근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저작권위원회 자료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5년간 안무가 저작물로 등록된 건수는 120건으로 같은 기간 등록된 총 저작물 25만9000건과 견줘 등록률이 고작 0.04%에 불과했다.

임 의원은 "K댄스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정부가 안무가가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K팝 안무가 저작물로 등록하려면 정부기관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안무도 엄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저작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획사도 정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기획사마다 안무 디렉터라는 보직을 두고 있지만 모든 기획사가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작사가와 작곡가처럼 합당한 대우를 제대로 받아야 한다.

또한 춤을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화해야 한다. 최근 투비소프트 등과 같이 2D와 3D 인공지능(AI) 기술로 안무를 인식해 게임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모두가 춤 데이터를 기초로 진행하고 있다. 민간에선 이미 안무저작권을 사업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무저작권이 올바른 길로 성장하려면 정부가 관계 법령을 마련해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경찬 투비소프트 대표이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