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태원 참사 두고 한국에 ‘면박’…“군중 통제 훈수둘 자격 없어”
이란 외교부가 최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현장 관리가 부실했다”며 직설적인 비판을 내놨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통제 부실’ 문제를 지적하는 국제사회의 지적이 나오자, 이를 고리로 자국의 ‘히잡 시위’를 비판했던 한국에 면박을 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엔텍합 등 이란 매체들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 나라(한국)는 흥미로운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관리를 잘못해 거의 2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라며 “한국 정부가 관리 방법을 알았다면 행사 관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체계적인 계획으로 부상자 문제를 비롯한 상황 대응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란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낸 것은 피해자 중 자국민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번 참사로 자국민 5명을 잃었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외신들에서 한국 정부의 핼러윈 행사 관리에 대한 비판이 일자 그에 대한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란의 비판에는 한국 정부가 이란 정부의 히잡 시위 강경 진압을 지적한 것에 대한 대응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칸아니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히잡 시위에 대한 한국의 비판적 입장에도 이란은 이태원 참사에 인도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28일 히잡 시위와 관련해 “정부는 이란 내 여성 인권 상황 및 강경한 시위 진압이 장기화하는데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대응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칸아니 대변인은 히잡 시위와 관련해 한국이 밝힌 입장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압력을 받은 결과”라며 “그들(한국)은 이란 내부 문제에 대해 비건설적이고 무책임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태원 참사의 관리 부실을 거론하며 “이 나라(한국)는 소동의 통제나 이와 관련된 윤리에 대해 이란에 훈수를 둘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졌다. 이 사건은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으며 이란 정부는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칸아니 대변인의 언급과 관련해 이란 정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건과 관련해 확인한 결과 이란 측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적 언급이 기사화된 것’이라고 해명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이란 측의) 이런 언급은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유감을 표명했으며, 향후 각별한 주의 및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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