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고 사망자'냐, '참사 희생자'냐…행안부 지침 논란

박준배 기자 2022. 11. 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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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사고 사망자'일까, '이태원 참사 희생자'일까.

정부가 광역지자체에 합동분향소 설치 관련 공문을 보내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표기하도록 하면서다.

1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양 시도는 전날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각각 청사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식 명칭을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정해 공문을 보내왔다"며 "참사 대신 사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나 부상자로 표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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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사고 사망자' 지침 공문 보내…"축소 의도" 비판
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2022.11.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이태원 사고 사망자'일까, '이태원 참사 희생자'일까.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에 서울 이태원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와 '참사', '사망자'와 희생자' 등 용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광역지자체에 합동분향소 설치 관련 공문을 보내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표기하도록 하면서다.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축소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양 시도는 전날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각각 청사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행안부는 공문을 통해 10월31일부터 별도 종료시점까지 시도별 1곳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도록 했다.

설치 장소는 시도 청사를 원칙으로 하되 주민들이 접근하기 쉽고 질서가 유지되는 조용한 실내 공간으로 명시했다.

분향소 표시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로 하고 제단 중앙에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고 쓰도록 했다.

주변을 국화꽃 등으로 장식하고 영정사진이나 위패는 생략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식 명칭을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정해 공문을 보내왔다"며 "참사 대신 사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나 부상자로 표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3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를 위한 합동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분향 후 분향소를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2022.10.31/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반면 세월호 시민상주모임과 광주청소년촛불모임 등이 5.18민주광장에 설치한 분향소 명칭은 '이태원 참사 광주시민 분향소'다.

분향소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고와 참사, 사망자와 희생자라는 용어의 의미는 서로 다르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사고(事故)는 뜻밖에 갑자기 일어난 좋지 않은 일, '참사'(慘事)는 비참하고 끔찍한 일을 말한다.

사망자는 '죽은 사람', 희생자는 '어떤 일이나 사건으로 말미암아 죽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을 말한다.

비슷해 보이는 단어이지만 사고나 사망자는 단순한 사실을 기계적으로 전달할 때 사용하고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건의 원인이나 책임이 필요한 경우 참사와 희생자로 표현한다.

시민모임 한 관계자는 "용어 사용만 놓고 봐도 정부가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단순 사고로 치부해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나 지자체의 책임을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때도 '해상에서 교통사고 난 것'이라며 국가의 시스템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다"며 "이번에도 정부가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분향소를 광역시·도별 1곳씩, 실내에 설치하도록 한 것도 축소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 한 구청 관계자는 "한창 피어나는 꽃같은 젊은 청춘들이 허망하게 사람에 깔려 숨졌다. 안전요원을 배치만 했어도 인파를 통제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며 "정부는 국민적 애도와 추모를 위해 분향소를 설치하도록 하면서도 시도별 1곳씩으로 제한해 구청에는 분향소도 없다"고 말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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