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영끌’ 눈물로 역대 최대 36조 이자 수익

정정욱 기자 2022. 11. 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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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16조원 육박
한은 기준금리인상…대출이자 급등
예대마진 커진것도 고객 부담으로
3분기 누적이자만 36조 92억 달해
앉아서 돈 끌어모은 은행 비판론도
5대 금융지주사가 2022년 3분기까지 약 16조 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주요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 장사를 통한 실적잔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왼쪽부터). 사진제공 l 신한·KB·하나·우리·NH농협금융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NH농협)가 올 3분기까지 16조 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주요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 장사를 통한 실적잔치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이익이 늘어나, 가만히 앉아서 돈을 끌어 모은 형국이라는 부정적 목소리가 높다. ●금리 상승 속 이자이익 증가

5대 금융지주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조826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신한금융 4조3154억 원, KB금융 4조279억 원, 하나금융 2조8494억 원, 우리금융 2조6617억 원, NH농협금융 1조9717억 원 순이다.

순이익 증가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이자이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기조에 일명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바람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이후 8회에 걸쳐 금리 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3.0%까지 올리면서 은행이 받는 대출이자가 늘었다. 또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기에 예금금리 인상 속도가 대출금리보다 더디기에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차이)이 커진 것도 결국 고객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가계대출금리-저축성수신금리)는 NH농협은행이 1.90%p로 가장 컸고, 이어 우리은행 1.67%p, 신한은행 1.54%p, KB국민은행 1.20%p, 하나은행 1.18%p 순으로 나타났다.

5대 금융지주는 3분기 누적 이자이익만 36조92억 원을 벌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KB금융 8조3392억 원, 신한금융 7조8477억 원, 하나금융 6조4872억 원, 우리금융 6조3480억 원, NH농협금융 6조987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17.8%, 19.4%, 24.7%, 10.7%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10월 12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하는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해 기준금리가 3.0%가 됐고,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고공행진하면서 기준금리가 연말은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올해 5대 금융지주의 연간 순이익은 약 20조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의 금융비용 증가에 대한 정부의 대비책으로 대두된 은행의 사회적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7월에 이어 1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를 열고,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에 대한 협조와 취약 대출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금융지주들은 배당금 증가 및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은 10월 6일 3분기에 주당 배당금 400원,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의결했다. KB금융은 10월 25일 이사회에서 주당 500원의 분기 배당을 결의, 누적 분기 배당금이 1500원이 됐다. 하나금융은 배당과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 등을 검토 중이다.

●리딩금융은 신한, 하나는 3위 탈환 각 사별 치열해진 경쟁 구도도 관전포인트다. 먼저 리딩금융을 다투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초접전 구도가 눈에 띄는 가운데, 3분기 리딩금융은 신한금융이 차지했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3154억 원으로, 4조279억 원에 그친 KB금융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양사 모두 호실적을 거뒀으나, 신한금융의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되면서 순위가 갈렸다. 1,2위 간 누적 순이익 차이가 2875억 원에 불과한 만큼, 4분기에도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양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3위 경쟁도 치열하다. 금융지주 출범 이후 줄곧 4위를 유지했던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에 340억 원 차이로 하나금융을 앞지른 바 있다.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증권과 보험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관련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에게 호재로 작용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3분기에 대출자산의 양호한 성장과 효율적인 비용 관리로 누적 순이익 2조8494억 원의 안정적인 실적으로 2조6617억 원에 그친 우리금융을 제치고 3위를 탈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과 KB금융간의 리딩금융 경쟁을 물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간의 3,4위 경쟁 모두 4분기까지 가봐야 판가름 날 것”이라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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