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식물성 대체육, 인플레가 야속해…성장세 주춤
친환경 좋지만 비싼 가격에 소비자 멈칫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친환경 미래 식품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식물성 대체육 사업이 초기의 높은 관심을 안정적인 수요로 연결하지 못하고 시련기에 들어선 듯하다.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식물성 대체육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증시 침체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업들이 잇따라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대체육 바람의 진원지인 미국의 대체육 선도기업 비욘드 미트(Beyond Meat)는 최근 전체 직원의 19%에 해당하는 약 200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 4% 감원 발표에 이어 두번째다.
올해 3분기 잠정 매출도 8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연간 매출 전망도 애초 4억7천만~5억2천만달러에서 4억~4억2500만달러로 낮췄다. 이는 지난해보다 9~14% 감소한 수치다.
비욘드미트는 2019년 5월 식물육 업체 중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상장해 한때 공모가의 10배까지 주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에 대체육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수요 침체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일고 증시 침체까지 겹치면서 주가는 올해 들어 절반 이상 하락했다.
인플레가 사정 더 악화시켜…올해 10% 감소
특히 물가 오름세가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비욘드미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단백질 식품으로 발길을 돌린 점을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시엔비시(CNBC)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소매점에서는 비욘드미트 버거 패티 2개를 구입하는 가격(5.99달러)에 ‘다진 쇠고기’ 2파운드(900g)를 살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RI 데이터에 따르면 한때 두자릿수 성장을 구가하던 미국의 대체육 판매액은 9월 초 기준으로 52주간 약 10% 감소했다.
가축을 도살하지 않는 단백질산업이자 탄소 배출량이 큰 축산업의 대안으로 소비자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가격경쟁력 등에서 밀린 것이 시장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맥도날드는 비욘드미트의 식물육으로 만든 맥플랜트버거 시험판매를 최근 마친 뒤, 애초 계획했던 전국 출시 계획을 보류했다. 미국 언론은 맥플랜트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예상을 밑돈 것을 한 원인으로 꼽았다.
또 세계 최대 육가공업체인 브라질의 제이비에스(JBS)는 2년만에 미국의 식물성 육류업체인 플랜테라푸드(Planterra Foods)의 문을 닫았다. 캐나다의 육가공업체 메이플리프푸드(Maple Leaf Foods)도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수요가 부진한 식물성 단백질식품 사업 부문을 25% 줄였다고 밝혔다.
비욘드미트의 경쟁업체인 임파서블푸드도 인력의 6%를 해고했다. 이 회사는 그러나 조직 개편 이후엔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물육 스테이크 등 신제품으로 돌파구 찾기
비욘드미트는 새로운 식물육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고기의 식감을 내기 어려운 식물육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한 ‘비욘드 스테이크’를 최근 내놓았다. 이 회사 대변인은 미 언론에 “육즙이 많고 부드러운 슬라이스 스테이크 조각 형태로 맛과 질감에 대한 초기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경쟁업체인 임파서블푸드도 자체 개발한 식물육 안심 스테이크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 설립자 팻 브라운은 지난달 ‘MIT테크놀로지리뷰’ 주최로 열린 기후기술 행사에서 “정확한 출시 날짜를 말할 수는 없지만 시제품의 맛은 매우 좋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체육 업체들은 여전히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에 “식물성 단백질의 영양과 환경면에서의 이점이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네슬레 북미사업을 맡고 있는 스티브 프레슬리도 한 매체 인터뷰에서 “식물 기반 식품 사업은 여전히 강력한 소비자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매우 중요한 사업부문”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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