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과 강북에서 나란히 열리는 김환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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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한국미술의 자존심, 수화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가 강남과 강북에서 나란히 열린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회화와 조각이라는 장르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도 있다. 회화는 즉물적 표현이 가능하나 조각은 재료에 순응하며 물리적 가공을 거쳐야한다. 또한 김환기는 서구 전위적 화풍을 지향한 니혼대학에서 공부했고 김종영은 보수적 학풍의 동경미술대학에서 수학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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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김종영미술관, 김환기-김종영 2인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한국미술의 자존심, 수화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가 강남과 강북에서 나란히 열린다. 서울 영동대로 S-타워의 문화예술공간 S2A에서는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이하 ‘환기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의 ‘수화(樹話)와 우성(又誠), 70년 만의 재회’(이하 ‘수화와 우성’)로 만날 수 있다.
▶ 강남 S2A, 132억 ‘우주’ 낙찰이후 첫 전시= S2A에서는 지난 여름 개관 이후 두 번째 전시로 김환기전을 준비했다. 국내 12인 컬렉터 소장품 17점이 전시장을 채웠다. 김환기가 평생 사랑했던 항아리가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1950년대 작품과 추상으로 변화가 시작된 1960년대 작품, 전면점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1971년 작품이 나왔다. 특히 지난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132억원에 낙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보유한 김환기의 ‘우주’가 낙찰 이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돼 지난달 14일 개막부터 입소문을 탔다.
‘우주’는 김환기 예술세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면점화이자 유일하게 두 폭이 합쳐져 한 작품을 이루는 작품이다. 각 254X127센치인데, 두 폭을 나란히 붙이면 가로 세로가 동일하게 254센치로 정사각형 형태가 된다. 김환기 작품 중 가장 크다. 작품 완성 초기에는 ‘남과 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대립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해와 달, 빛과 그림자, 음과 양 등 두 패널 작품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질서와 균형을 이루며 하나의 우주가 된다.
해당 작품을 경매에서 낙찰받은 김웅기 글로벌세아 그룹 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그 작품이 해외로 나가면 안되므로 어떻게 해서든 한국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부탁을 받았다. 시작가 두 배 넘는 가격에 어렵게 낙찰받았다”고 회상한다. 김 회장은 ‘우주’ 때문에 미술작품에 대한 소유 개념이 바뀌었다고도 했다. “고가 작품이 무조건 좋은 작품은 아니나 고가 작품은 일반인이 쉽게 구입할 수 없다. 좋은 작품을 미술을 사랑하는 일반인이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공개해야한다. 고가 작품이 더이상 몇 사람만을 위한 장롱 속 금송아지로 있어서는 안된다”
김환기는 전면점화를 그릴때 유화 물감과 서예 붓을 사용했다. 작은 사각형을 그리고 그 안에 찍은 점이 먹물이 번지듯 번져 퍼져나간다. 무한한 깊이감과 울림이 공간을 타고 퍼진다. 그러나 작가는 이 과정이 종교인의 수행처럼 고독하고 외로웠을지 모르겠다. 작가는 뉴욕에서 1974년 세상을 떠나기 전 일기에 이렇게 적는다. “일하다 내가 종신수(終身囚)임을 깨닫곤 한다. 늦기는 했으나 자신은 만만.” 신독의 결과는 세기의 작품이 되어 우리 앞에 서있다. 12월 21일까지.
▶김종영 미술관, 수화와 우성의 만남 = 김종영미술관은 김환기와 김종영의 2인전을 연다. 사실 둘의 인연은 짧다. 서울대 미술대학이 개교한 1946년 김환기가 교수로 부임했고, 2년 뒤인 1948년 김종영이 조소과 교수로 부임했다. 1950년 전쟁이 나기 전까지 2년간 같이 근무했다. 전쟁 중 김환기가 창원 고향집으로 피난온 김종영을 만나러 왔다는 기록 외 두 작가가 만났다는 기록은 없다.
김환기가 회화에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라면 김종영은 조각에서 그렇다. 두 작가 모두 어떻게 한국미술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그 방법은 사뭇 달랐다. 김환기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면 김종영은 지역적 특수성에서 세계적 보편성을 도출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회화와 조각이라는 장르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도 있다. 회화는 즉물적 표현이 가능하나 조각은 재료에 순응하며 물리적 가공을 거쳐야한다. 또한 김환기는 서구 전위적 화풍을 지향한 니혼대학에서 공부했고 김종영은 보수적 학풍의 동경미술대학에서 수학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고 말한다.
김환기는 백자와 달항아리 선에서 한국의 미감을 터득했고, 김종영은 추사 김정희를 사숙했다. 김환기는 피카소를 서구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화가로 칭찬했지만, 김종영은 사과 한 알로 파리를 놀라게 한 세잔의 집요함을 극찬했다. 이렇게 다른 두 작가가 실제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 전시 내내 강조된다. 전시 도입부에 걸린 두 작가의 자화상은 서로 닮은 꼴이라 무척 흥미롭다. 앙 다문 입술, 곧게 뻗은 코, 오른쪽이 살짝 더 올라간 날카로운 눈, 더벅머리까지 안경만 다르다 뿐 굉장히 유사하다.
전시는 ‘프롤로그’, ‘실험과 모색(소재, 형식)’, ‘종합(점화, 불각)’등 총 3부로 구성됐다. 김환기 편지 2점, 드로잉·콜라쥬·과수·유화 19점 등 총 21점이, 김종영은 조각 3점, 유화·드로잉·콜라주 16점 등 총 19점이 전시에 나왔다. 11월 13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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