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악몽 된 '핼러윈 직전 토요일 22시'…항상 인파 몰렸다
10월 마지막 토 9~10시 이태원1동 인파, 평소보다 3배↑
"유동인구 데이터 기반으로 향후 대책 마련해야"
155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특정 시간대와 장소에 인파 운집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난 5년간 핼러윈이 포함된 주의 토요일 9~11시에 이번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 호텔 인근을 포함하는 이태원1동의 유동 인구가 평소보다 2~3배가량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이태원 참사 악몽도 토요일 10시에 발생했다.
핼러윈 축제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오후 10시 22분께.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비좁은 경사로에서 첫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사람 10여명이 깔렸다"는 첫 신고는 10시24분 소방서에 접수됐다.
이후 약 1시간 동안 호흡 곤란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81건이나 쇄도했다.
소방당국은 즉각 현장에 출동하고 관내 구급차를 총동원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이태원에 몰린 구름 인파에 구급차 진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폐소생술(CPR) 골든타임은 이렇게 흘러갔다.
지난 2년간 팬데믹 영향으로 예년보다 훨씬 더 적은 인파가 몰렸던 것으로 파악돼 2년간 이태원을 방문하지 못했던 인파가 지난 29일 몰릴 것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던 사고였던 점을 강조하며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유사 사고가 예상되는 곳을 추려 대책 마련을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원1동 10월 마지막 토요일 9~10시경 항상 '피크'
…예년 인파 3배 몰렸다
한경닷컴이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에서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월 31일 핼러윈이 포함된 주의 토요일 9~10시에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호텔 인근을 포함한 이태원1동 생활인구가 평소보다 2~3배가량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파가 몰리는 장소와 시간대가 충분히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활인구 데이터는 서울시와 KT가 공공빅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이용해 추계한 인구 데이터로, 유동 인구 추이를 살펴볼 때 유용한 지표로 활용된다. 2019년 데이터는 해당 기간에 통신 수집기 고장으로 데이터가 누락됐다.
그래프를 보면 핼러윈 직전 토요일 9~10시에 인파가 쏠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요일이나 일요일에는 당일 혹은 다음 날 학교나 직장을 염두에 둔 사람들 때문에 토요일 밤에 인구가 집중되는 경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과 2018년 10월 마지막 토요일 밤 9~10시에 이태원1동에 적게는 5만 명, 많게는 6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소 1만 명대에서 2만 명대 안팎을 오가는 이태원1동 생활인구에 비해 3~4배가량 많은 수치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해로 예년보다 유동 인구 변화가 거의 없었으나, 작년인 2021년만 해도 평소에 1만명대 수준이었던 생활인구는 10월 마지막 토요일인 30일 8시~10시경 3만5000명 선으로 3배 이상 많은 인파가 쏠린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과 재작년은 팬데믹 여파로 예년만큼 이태원을 방문하고 싶은 인구가 방문을 못 한 만큼 올해 예년보다 더 많은 수요가 몰릴 것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인파 운집을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경찰이 통상적 위험을 예견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5일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도 방역 완화 후 열렸지만 특정 시간대 특정 장소에 집중적으로 인파가 몰렸지만, 이태원 핼러윈의 경우 여러 날에 걸쳐 주변 일대에 모이기에 두 경우를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태원1동의 면적은 0.57㎢(제곱킬로미터)고, 여의도가 2.9㎢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경찰청 설명은 다소 납득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데이터로 예방책 만들어야 이런 일 또 없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데이터를 보면 충분히 예측 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 너무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러한 유동 인구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태원뿐 아니라 인구가 밀집돼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을 미리 진단해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국 서퍽대의 키스 스틸(Still) 교수는 31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포스트지 인터뷰에서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밀집할 때 군중 밀려듦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스틸 교수가 앞서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밀집도가 1㎡(제곱미터) 면적 당 사람 수가 4~5명을 초과하면 혼란 상태가 빠르게 축적되며, 특히 지면이 평평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 발생할 위험이 높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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