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유럽인증 '족집게 처방'… 中企 수출길 활짝 열었다

양연호 2022. 11. 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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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해외규격 인증 지원사업
국제 섬유박람회인 ‘2022 프랑스 Premere Vision’에서 덕우실업 관계자들이 친환경 인증원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이오플로우가 ‘2022 유럽당뇨병학회’에서 웨어러블 약물전달기기인 ‘인슐린펌프’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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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폴리에스터 직물 제조사인 덕우실업은 친환경 섬유와 재활용(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직물을 개발했지만 납품에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적인 유통망을 보유한 패션 브랜드에 납품하려면 리사이클 직물이 적정 수준 이상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친환경 인증이 필요했다. 이에 덕우실업은 '글로벌 재활용 표준(GRS)' 인증과 '오코텍스(OEKO-TEX)' 인증을 각각 취득해 마침내 수출에 성공했다. 오코텍스는 환경과 인체에 무해함을 나타내는 유럽의 섬유 품질 인증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덕우실업은 올해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1%나 늘어난 1527만달러의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덕우실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계약 취소와 주문 급감 등을 이유로 인증을 유지하지 않거나 신규 취득을 망설이는 게 업계 분위기"라며 "그러나 해외 규격 인증 획득 지원사업을 통해 일찍이 친환경 인증을 받아둔 것이 다시 돌아온 호기를 제대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친환경 인증 외에도 유럽 통합규격 인증(CE) 획득을 통해 수출실적이 크게 상승한 사례도 확인된다. 웨어러블 약물전달기기(인슐린 펌프) 수출기업인 이오플로우는 2019년 이미 유럽에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CE 인증이 없어 수출길이 막혔다가 2년 만에 인증을 받는 데 성공하면서 초도 수출을 달성했다. 2차전지 원재료와 관련된 공정설비를 제작하는 석우도 산업용 기계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CE 인증을 취득해 수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까지 누적 수출실적이 1만달러에 불과했던 이들 수출 초보기업은 해외 인증 획득을 통해 올해 8월까지 각각 약 100만달러에 달하는 누적 수출실적을 달성하며 수출 전문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이오플로우 관계자는 "의료기기 CE 인증 취득을 계기로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인도네시아, 캐나다, 호주 등으로 수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중소기업의 외국 인증 획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시행 중인 해외 규격 인증 획득 지원사업이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수출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외 규격 인증 획득 지원사업은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필요한 해외 규격 인증 획득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다. 지원 대상은 전년도 직접 수출액이 5000만달러 미만으로, 수출 여건을 갖추고도 수출 대상국에서 요구하는 외국 규격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중소기업이다.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시험비, 인증비, 컨설팅비 등 인증 획득에 소요되는 비용 중 70%(최대 1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관리 기관인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을 통해 유럽연합(EU) 통합인증(CE), 미국 식품의약국(FDA),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등 약 533개 해외 인증에 대해 획득 비용을 지원한다. 중기부에 따르면 이 사업을 통해 작년 하반기에 인증을 획득한 중소기업의 올해 상반기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9.1%로, 같은 기간 전체 중소기업의 수출 증가세(8.8%)보다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올해 초 EU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공급망 실사법 초안을 발표하면서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EU에서 활동하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협력사까지 ESG경영에 대한 실사를 받아야 하고, 미흡하면 시정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국내 수출기업 절반 이상이 미흡한 ESG경영으로 계약·수주 파기를 우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해외 규격 인증 획득 지원사업 관리 기관인 KTR 관계자는 "2024년 유럽연합 ESG 공급망 실사법 시행을 앞두고 실제 국내 중소기업에 대해 ESG 관련 인증 취득을 요구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며 "한국 중소기업들도 글로벌 인증 동향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KTR를 통해 올해부터 ESG 관련 인증에 대해 추가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해외 인증 획득 비용 지원 외에도 방문형 컨설팅과 해외 인증 교육을 병행하면서 기업 현장 애로사항 확인과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ESG 평가 요구 등 급변하는 변화에 정부가 선제적 지원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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