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도 안심은 금물…‘압박증후군’ 주의해야 [이태원 참사]

일부 사망자, 압좌증후군·압박증후군·크러시증후군으로 사망
재난사고서 구조된 생존자 중 이들 증상으로 숨지는 경우도
멍든 것처럼 보여도 내부 장기에 출혈·기능 이상 생기기도
이들 증상으로 급사 가능성 커…병원서 정밀 진단·치료 필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 인근으로 구급차가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300여 명이 넘는 인명 피해를 일으킨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사망자들의 사인은 대부분 ‘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망자는 ‘압좌증후군’이나 ‘압박증후군’, ‘크러시증후군’ 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태원 압사 사고 당시 구조된 생존자라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생존자들 가운데 이들 증상으로 인해 숨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태원 생존자들이 병원에 가야하는 이유’라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보면 압좌증후군‧압박증후군‧크러시증후군 등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으며, 이들 증상으로 급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태원 사고에서 구조됐다고 해도 병원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압좌증후군‧압박증후군‧크러시증후군 등은 교통사고와 건축 공사장 사고, 기차·폭발 사고, 지진, 광산 사고 등에서 외부 물체에 의해 신체 조직과 혈관, 신경 등이 오랫동안 짓눌려 손상을 입어 발생한다.

산소 공급이 중단돼 근육세포 등이 괴사할 경우 여기에서 생성되는 칼륨이나 미오글로빈 등의 독성물질이 체내에 쌓이게 되고, 압박 상태가 풀리게 되면 이 독성물질이 한꺼번에 혈액을 따라 퍼지면서 심장 부정맥 등 급성 장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국소적으로 골절과 내출혈, 수포 형성, 부종 등을 유발한다. 전신적인 순환장애를 일으켜 다친 부위 감각을 마비시키고 맥박이 멈출 수 있다. 겉으로는 멍이 드는 정도로 가볍게 보이더라도 내부 장기에 출혈이나 기능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재난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이후에 압박증후군으로 숨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번 이태원 사고에서도 압박증후군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 사인인 경우가 있을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응급처치 후 내부 장기 손상 여부를 확인하면 그 결과에 따라 치료한다. 골절된 부위는 부러진 뼈를 맞추거나 고정술을 시행한다. 사지가 눌려 혈관이나 신경이 손상된 경우 이를 복원하기 위해 미세수술이 필요하다. 사지를 복구하기 어려우면 절단해야 한다. 폐를 다친 경우에는 인공호흡기와 흉관 삽입 등의 치료가 이뤄진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복부 장기 출혈이 의심되면 CT 검사를 통해 진단 및 수술을 진행한다. 복막염 등의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한다. 신부전 부작용이 생기면 혈액 투석을 받는다”며 “압좌증후군은 손상된 신체 부위와 종류, 시간에 따라 예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