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수낵 총리는 성공한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곽상은 기자 2022. 11. 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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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Rishi Sunak)이 영국의 새 총리로 결정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섣부른 감세안으로 영국 자본 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뜨렸던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끝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영국 역사상 가장 짧은 임기를 마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지난 경선 당시 그와 경쟁을 벌였던 수낵 전 재무장관은 손쉽게 그 후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성장 추구는 숭고한 목표이지만, 리즈 트러스 총리는 몇몇 잘못을 저질렀고 (보수당 의원들은) 이를 바로잡으라고 나를 총리로 뽑았습니다.... 경제를 안정시키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정부의 핵심 과제로 삼을 것이며, 이는 앞으로 우리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가 총리로서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한 첫 연설은 앞으로 그의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게 될지 짐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는 취임 직후 진행한 첫 내각회의에서 트러스 정부의 연금 및 사회수당 인상안을 폐기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의 연금은 일반적으로 물가상승률, 평균 임금상승률, 2.5% 가운데 높은 수치에 맞춰 매년 인상률을 조정하는 '트리플 락'(Triple lock) 원칙을 준용하는데, 이를 재검토하기로 한 겁니다. 사회복지 제도에 따른 수당과 보조금을 물가상승률에 맞추겠다는 트러스 정부안도 역시 재검토 대상이 됐습니다. 수급자들 입장에서 요즘처럼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시기에는 실질소득의 상당한 감소를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영국 총리 취임 후 첫 내각회의에서의 리시 수낵


국방 예산을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3%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던 트러스 정부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의 경우 동맹국에 대해 국내총생산 대비 2%를 국방 예산에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준에 맞춰 예산 증액을 백지화할 경우 상당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영국을 비롯한 NATO 회원국들은 현재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규모의 무기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런 방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트러스 총리가 발표한 셰일가스 시추 허용 방침도 철회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수낵 정부의 새로운 조치에 따라 앞으로 4년 동안 영국 정부의 예산이 최소 7.8% 절감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축소도 유력합니다. 법령은 아니지만, 영국은 국내총생산(GDP)의 0.7%를 해외 원조에 사용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이 원칙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2024년 이후 다시 이 원칙을 준용하는 걸로 계획되어 있지만, 재개 시점이 더 미뤄지거나 원칙이 아예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세금 인상 같은 세수 확대 방안도 여전히 검토 가능한 카드입니다. 이와 관련해 수낵 총리는 지난 7월 경선 당시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석유 및 가스 기업들에 부과한 횡재세도 2025년 이후로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일회성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100억 파운드 정도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수낵 총리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트러스 총리가 물러나고 그가 후임 총리가 된 사실만으로도 영국의 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영국 정부는 정부 차입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영국의 재정 상황은 그가 언급한 대로 이것만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결정'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어려운 결정'은 곧 유권자의 희생을 의미하고, 이는 일반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연결되기 쉽습니다. 영국 언론들이 수낵 총리의 앞길이 험난할 거라고 예상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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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곽상은 기자2bwith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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