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4분 … 실신·호흡곤란 땐 곧바로 심폐소생술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핼러윈을 앞두고 초대형 압사 사고가 발생해 수십 명이 심정지 상태에 빠지고 사고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많은 10·20대 꽃다운 청춘이 목숨을 잃어 전 국민이 애도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심정지와 함께 심폐소생술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심정지(心停止·cardiac arrest)는 글자 그대로 심장이 멈춘 것이다.
증상으론 의식을 잃고 실신하며, 입술과 손발이 창백해진다. 심장혈관이 막힌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심정지는 몸을 움직일 때 호흡곤란과 흉통이 생긴다. 심정지 전조 증상은 갑자기 가슴에 압박감이 느껴지면서 가슴을 조이는 느낌이 나타난다. 심정지는 발생 후 4분 내에 응급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면 뇌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심각한 뇌 손상을 입거나 사망한다. 응급 조치가 1분 지연될 때마다 환자가 생존할 확률은 7~10%씩 낮아진다. 심정지 환자의 응급 처치는 심폐소생술(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및 자동심장제세동기(AED·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사용으로, 골든타임(4분) 내에 시행하면 생존율이 2배 이상 올라간다.
질병관리청 급성심정지 조사 자료(2012~2019년)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를 목격한 주위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 시행하지 않은 환자보다 생존율이 6.2%에서 15.0%로 2.4배 높아졌다. 뇌기능 회복률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3.1%)보다 시행한 경우(10.8%) 3.5배 높았다.
급성심정지 환자는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 같은 대형 사고와 별도로 한 해 3만명 넘게 발생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 119구급대가 이송한 급성심정지 환자는 3만1652명으로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61.6명이었다. 생존율은 206년 2.3%, 2010년 3.3%, 2015년 6.3%, 2019년 8.7%, 2020년 7.5%로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매우 낮다.
심장은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좌심방·좌심실, 우심방·우심실이 있는데, 심정지가 발생하면 좌심실의 전도계 이상으로 인해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박동하고 제대로 수축하지 못해 혈액을 전신으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심실이 1분에 350~600회 떨리기만 할 뿐 전신으로 혈액을 뿜어내지 못해 사망하거나 허혈성 뇌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좌심실은 수축력이 매우 좋은 구조물이기 때문에 여기에 모인 혈액은 강한 힘으로 대동맥을 통해 온몸으로 순환하게 된다. 좌심실이 수축할 때마다 생기는 강한 파동을 우리가 맥박으로 느끼는 것이다.
장여구 인제대 서울백병원 응급실장(블루크로스 CPR히어로즈봉사단장)은 "급성심정지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 기본수칙을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응급 상황 대처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2020년 개정된 최근 한국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이 알려주는 심폐소생술의 절차는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다.
① 심정지 환자 발견 시 119에 신고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동심장제세동기(AED)를 요청한다. ②가슴 압박의 경우 영아(0~1세)는 4㎝, 소아(2~7세)는 4~5㎝, 성인(8세 이상)은 약 5㎝(최대 6㎝) 깊이로 강한 힘을 실어야 한다. 단 횟수는 분당 100~120회이고 중단하는 시간은 10초가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
③ 자동심장제세동기(AED)가 준비되면 음성 안내에 따라 행동한다. 119구조대가 도착하거나 환자가 깨어날 때까지 심폐소생술과 심장 충격을 반복 시행한다.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서 가슴 압박과 함께 실시하는 AED는 심정지 환자의 심장 리듬을 자동으로 분석해 소생을 돕는 응급의료 장비로,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다. 심장제세동기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작동하면 된다. 첫째, 환자의 상의를 벗긴 후 장비 내에 표시된 그림과 음성 안내에 따라 패드를 환자 가슴에 부착한다. 둘째, AED는 환자 심전도를 분석해 심장 충격이 필요한 경우라면 음성 안내 후 장비가 자동으로 심장 충격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한다. 핸즈오프(hands-off) 타임으로 불리는 이 시간에는 심폐소생술을 중단하고 환자에게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의 생존 및 회복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미국심장협회(AHA)는 핸즈오프 타임을 10초 이내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셋째, 핸즈오프 타임 후 심장 충격을 실시하라는 음성 지시가 나오면 오렌지 버튼을 눌러 심장 충격을 가한다. 이후 즉각 가슴 압박을 재개한다. 장비가 심장 충격이 필요하지 않다고 분석한 경우에도 가슴 압박을 계속한다. AED는 2분마다 환자 심전도를 분석해 심장 충격에 대한 필요성을 안내한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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