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 아이들이 나오네요"...'진짜 당구여제'로 우뚝 선 김가영

이석무 2022. 11. 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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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포켓볼 전설에 이어 프로당구 3쿠션도 최강 등극
LPBA 통산 4번째 우승...최다 우승 공동 1위 도약
호된 3쿠션 적응기 거쳐 최대 장점인 집중력 발휘 시작
프로당구 LPGA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한 ‘당구여제’ 김가영. 사진=PBA 사무국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이제 3쿠션에서도 제 아이들이 나오는 것 같네요”

‘당구여제’ 김가영(39·하나카드)은 프로당구 LPBA 개인투어 네 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뒤 이같이 말하며 활짝 웃었다.

김가영은 지난 30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휴온스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서 임정숙(36·크라운해태)를 세트스코어 4-1(11-6 10-11 11-3 11-1 11-7)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가영은 2022~23시즌 첫 우승이자 LPBA 통산 4번째(월드챔피언십 포함) 정상에 올랐다. 4회 우승은 이미래, 임정숙이 보유한 LPBA 통산 최다 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2000만원을 추가해 누적 상금랭킹 1위(1억7745만원)도 굳게 지켰다.

김가영은 한국 당구가 배출한 세계적인 당구 스타다. 특히 포켓볼에선 이미 전설 반열에 올랐다. 1996년 당구에 입문해 2011 WPBA 투어 챔피언십과 2012 세계 여자10볼 세계선수권, 2014 WPBA 마스터즈 등 세계적인 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2015년엔 차이나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여성 포켓볼 선수 최초로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2004년, 2006년, 2012년 등 세 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2006년에는 한국 당구선수 사상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그랬던 김가영은 2019년 3쿠션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전에도 3쿠션 대회에 간간이 출전했고 대한당구연맹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도 있지만 주종목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남다른 승부욕을 가진 김가영에게 구력의 열세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프로당구 LPBA 진출 첫 해부터 매 시즌 꾸준히 우승을 쌓기 시작했다. 어느덧 4번째 우승을 이루며 최다 우승 공동 1위까지 올라섰다.

단순히 우승 회수만 많은게 아니다. 김가영은 이번 시즌 4번의 개인 투어 가운데 2차 대회(9위)를 제외하고 3번이나 4강 이상 성적을 거뒀다. 지난 2021~22시즌에는 랭킹포인트, 상금랭킹, 전체 에버리지에서 모두 1위를 휩쓸었다.

탄탄대로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포켓볼과 3쿠션은 같은 당구라는 범주에 포함돼있지만 전혀 다르다. 큐나 당구공, 당구대 규격은 물론 공을 치는 방법, 회전의 특성, 경기 운영 방식도 상이하다. 완전히 다른 종목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김가영도 3쿠션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짧은 기간 연습량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동안 몸에 박혔던 모든 습관이나 루틴을 싹 바꿔야했다.

네 번이나 LPBA 우승을 차지하고도 김가영은 “아직도 3쿠션 구력이 짧다는 것이 약점이다”고 말한 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가영은 “내가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도 다른 선수들이 연습을 하지 않는게 아니다”면서 “구력에 대한 격차를 인정하고 대신 내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를 항상 고민한다”고 밝혔다.

김가영이 짧은 경력에도 불구, 3쿠션에서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늘 생각하고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를 포켓볼 세계 최정상으로 이끈 원동력은 엄청난 집중력이다. 3쿠션 전향 후에도 그 집중력은 빛을 발했다.

김가영은 “포켓볼과 3쿠션을 비교했을 때 게임 운영과 스타일, 템포, 루틴 등 생각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며 “얼마나 바꿀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최근 그런 고민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모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결승전에서도 초반에 고전했지만 무사히 대회를 잘 끝낼 수 있었던 것은 경기에 잘 몰입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내가 실수했던 것이 분명히 있었지만 빨리 잊고 다음 샷을 준비하는 과정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김가영은 자신의 멘탈적인 강점을 ‘아이들’이라고 표현하며 살짝 미소지었다. 그는 “이제야 당구선수로서 경력이 빛을 발휘하는 느낌”이라며 “3쿠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너무 부족했는데 이번 대회에선 중요한 순간 집중력이 살아나면서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가영은 “그런 집중력이 포켓볼에선 내 가장 큰 장점이었다”며 “이제 3쿠션에서도 그 아이들이 나오는 것 같아 다행이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몇 번 더 우승해야지’라는 생각은 없고 그냥 자타공인 최고의 당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면서 “내 경기를 보는 누구에게라도 ‘김가영 경기는 승패를 떠나 정말 재밌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휴온스 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공을 노려보고 있는 김가영. 사진=PBA 사무국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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