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KS 랜딩⑯] 우리는 또 무리한 요구를 하지만… 최정은 답을 찾아낼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김태우 기자 2022. 11. 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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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은 개인 통산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조준하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홈런을 맞기 전부터 분위기가 그냥 싸했어요. 유리한 상황인데도 그냥 바깥쪽으로 던졌으면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고요”

당시는 적이었지만, 지금은 최정(35‧SSG)과 동료가 된 최주환은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 9회 당시의 상황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너무나도 큰 충격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당시 시리즈는 SK가 3승2패로 리드한 상황이었지만, 9회 2사까지 3-4로 뒤져 7차전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두산은 그 7차전을 만들기 위해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 카드를 투입한 시점이었다.

최정은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극심한 타격 침체에 빠져 있었다. 홈런은커녕 안타 하나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흐름이었다. 팀은 시리즈에서 리드를 잡고 있었지만 최정의 타격감은 항상 걱정거리였다. 그 타석도 사실 그랬다. 1B-1S에서 맞이한 포크볼에는 힘없이 헛방망이가 나왔고, 2B-2S에서 맞이한 포크볼도 타이밍이 맞지 않아 파울이 됐다. 두산 배터리는 점점 확신을 가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6구째 포크볼이 가운데 몰렸고, 최정은 이를 잡아당겨 잠실구장 좌측 펜스를 넘기는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을 쳐 냈다. 이 홈런은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한 방이었음은 물론, 팀의 정신적 지주인 최정이 깨어났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벤치에 전달하고 있었다. 결국 기세를 탄 SK는 연장 13회 터진 한유섬의 결승 솔로포로 2018년 KBO리그의 맨 꼭대기에 섰다.

최정은 어린 시절부터 어깨에 진 짐이 많은 선수였다. 소년 장사라고 불렸고, 야구 천재라고 불렸고, 어느덧 팀 야수진의 간판이 되어 있었다. 그 승진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선배든 후배든, 모든 더그아웃의 선수들은 최정의 타석마다 “최정은 하나를 해줄 거야”라는 큰 기대를 걸었다. 팀 더그아웃 분위기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선수였다. 최정도 그런 책임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좋았던 날도, 그렇지 않았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최정의 경력을 쭉 살펴보면, 그는 때로는 힘겨워 보이지만 돌아보면 묵묵하게 팀원들을 이끌고 나간 꺼지지 않는 엔진이었다. 수많은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하고도, 온몸의 멍투성이가 돼도 다음 날은 말없이 방망이를 잡고 경기에 나갔다. 정규시즌에서 친 통산 429개의 홈런은 이를 너무나도 잘 증명하는 명예로운 훈장이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랬다. 통산 포스트시즌 67경기에 나가 10개의 홈런과 29개의 타점을 기록했다.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처럼, 땅을 파고 들어가는 듯 하다가도 극적인 한 방으로 팀을 구해내는 영웅적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2009년 두산과 플레이오프, 2010년 삼성과 한국시리즈 등은 최정이 앞장 서 팀을 끌고 나간 대표적인 기억이다.

그렇게 최정은 이미 네 개의 우승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있다. 하나만 더 추가하면 한 손이 모두 꽉 찬다. 이처럼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선수지만, 최정은 평소처럼 걱정이 태산이다. 최정은 한국시리즈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다른 선수들은 걱정할 것이 없는데 내 자신이 걱정이 된다.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데뷔한 지 18년이 되는 자타공인 베테랑이지만, 불안감과 절박함을 스스로 만들고 그것을 이겨내려는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았다.

어깨에 주어진 짐의 무게도 예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팀의 중심타자로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려야 하는 중책이 다시 주어졌다. 똑같은 점수가 나도 그 과정에 최정이 끼어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시리즈 초‧중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쩌면 선수로서는 여전히 가혹한 여건이다.

그러나 구단과 동료들, 그리고 팬들은 믿는다. “너는 무조건 쳐야해”라는,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할 수 있는 SSG의 유일한 타자는 최정이다. 그리고 최정은 항상 그 말도 안 되는 주문에 부응하곤 한 선수였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쌓인 믿음은 팬들과 최정의 거리를 좁힌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최정은 언제나 그랬듯이, 반드시 그 어려운 숙제의 답을 찾아낼 것이다.

▲ SSG 2022년 한국시리즈 엔트리(30인)

투수 : 김광현, 서진용, 김택형, 이태양, 오원석, 최민준, 장지훈, 고효준, 노경은, 폰트, 모리만도, 문승원, 박종훈

포수 : 김민식, 이재원, 조형우

내야수 : 박성한, 김성현, 최주환, 전의산, 최경모, 안상현, 최정

외야수 : 최지훈, 김강민, 한유섬, 오태곤, 라가레스, 추신수, 하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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