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는 청바지’를 아시나요?”

장윤정 기자 2022. 11. 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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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패션에 결별 선언한 옥스팜 ‘새 옷 없는 9월’ 캠페인
하나의 식재료가 음식으로 조리되어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옷장을 채우는 데도 많은 양의 물이 소비된다는 사실은 그다지 체감하지 못한다. 누구나 한 벌은 가지고 있는 기본 아이템인 청바지와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면 재배부터 염색 과정까지 약 2만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이는 한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13년 넘게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물먹는 청바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옷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문제다. 옷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매년 12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패션산업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최신 유행이라는 미명 아래 빠르게 대량 생산되는 옷들은 그만큼 빠르게 버려지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매년 6000만 톤 이상의 옷과 신발이 생산되지만 이 중 70%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곧바로 쓰레기 매립장으로 향한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매주 1300만 개의 옷이 버려지는데, 이렇게 폐기된 옷이 1년 동안 모이면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무게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처럼 빠르고 쉽게 생산되어 금방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에 경고장을 날리는 생활 속 실천 캠페인이 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코리아는 지난해부터 매년 9월 한 달간 섬유산업의 생산과 소비로 인한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해 ‘세컨핸드 셉템버(Second Hand September)’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2019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친환경 캠페인 ‘세컨핸드 셉템버’는 지나친 의류 생산과 소비로 인해 촉발되는 기후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활동이다. 옥스팜은 취약계층이 겪고 있는 물 문제를 비롯해 패션산업의 어두운 그림자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바로 버리고 새로 사는 대신 기부하고 세컨핸드(중고) 제품을 이용하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그동안 영국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 헨리 홀랜드, 모델 스텔라 테넌드, 배우 릴리 콜, 레이첼 와이즈, 시에나 밀러 등을 비롯해 첫 해에만 6만2000여 명이 캠페인에 서명하며 새것 없는 9월에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옥스팜 영국은 입지 않는 옷과 사용하지 않는 패션 아이템 등을 수거, 선별하는 웨이스트세이버(Wastesaver)센터를 세워 옥스팜 채러티숍에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전달한다. 이렇게 전달된 옷들은 561개의 옥스팜 채러티숍에서 새 주인을 만나게 되는데 매년 옥스팜 채러티숍을 통해 재활용되는 옷이 무려 1만2000 톤에 달한다. 옥스팜 채러티숍은 1947년 영국 런던에 세계 최초로 세워진 자선 상점으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을 통해 기부 받은 물품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배우 이하늬와 이제훈 그리고 셰프 샘킴이 ‘새것 없는 9월’을 위해 애장품을 기부하며 캠페인에 동참했다. 올해는 4세대 대표 라이징 아이돌 그룹 위아이(WEi) 멤버들과 함께 ‘세컨핸드 셉템버’ 캠페인의 일환으로 새 옷 없는 한 달 살기를 실천하는 ‘세컨패션 챌린지’를 펼쳤다. 위아이 멤버 유용하와 김요한은 캠페인 호스트가 되어 8월 25일 성수동에서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 애프터어스와 함께 ‘새 옷 없는 가게’를 일일 운영하기도 했다.

SNS상에서는 릴레이 캠페인도 전개됐다. 폴킴, 마마무 휘인, 효린, 윤지성, 김세정, 골든차일드 DKZ, 드리핀, 클라씨, 다크비 등 K팝 아티스트들이 애장품을 기부하며 챌린지에 참여했다. ‘세컨패션 챌린지’ 방송은 옥스팜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지경영 옥스팜코리아 대표는 “조금 덜 사고, 조금 더 오래 입으면 지구를 살릴 뿐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해 고통 받는 취약계층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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