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폐물 잡는 체내 정수기 건강 시작은 튼튼한 콩팥
대표적인 국민병인 당뇨병, 고혈압과 함께 연동돼 움직이는 질환이 있다. 바로 '콩밭(신장)병'이다.
콩팥(Kidney)은 혈액 속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우리 몸의 정수기(필터)인데, 콩팥이 망가지면 불필요한 체액이 몸에 쌓이고 혈압이 높아진다. 고혈압으로 심장에 주는 부담이 반복되면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 혈관 덩어리인 콩팥은 당뇨병에 의해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면 모세혈관 손상과 함께 기능이 떨어져 콩팥이 망가지게 된다. 당뇨병이 생기면 혈중 중성지방 증가로 이어져 혈관에 기름때가 끼고 좁아져 콩팥이 손상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당뇨병과 고혈압은 말기 콩팥병 환자 중 47%, 37%가 각각 앓고 있을 만큼 콩팥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콩팥병은 원인이 무엇이든 콩팥 모양이 변하거나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을 말한다. 콩팥에 문제가 없었더라도 다른 장기의 병 때문에 콩팥병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콩팥에 병이 생겨 제 기능을 못하면 다른 장기에 병을 일으킬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콩팥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만성콩팥병(만성신부전) 환자는 지난해 27만7000여 명으로 2017년 20만4000명보다 38%나 늘었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원인 질환은 당뇨병 50%, 고혈압 20.5%, 사구체신염 8.5%, 남성신(腎)질환 1.9%로 나타났다.
투석이나 장기이식이 필요한 말기 환자는 지난해 기준 7만6281명에 달한다. 5년 생존율을 살펴보면 혈액투석 환자가 61.5%, 복막투석 환자가 61.7%로 전체 암환자 생존율 70.4%보다 낮다. 혈액투석은 혈액투석기기를 이용해 체외에서 혈액을 정화하는 것으로 일주일에 2~3회 병원을 방문해 회당 평균 4~4.5시간 치료한다. 복막투석은 복막(복강을 둘러싸고 있는 반투막)을 이용해 투석하는 방법이다. 신장은 주먹 크기로 강낭콩 모양에 팥처럼 적갈색을 띠어서 우리말로 '콩팥'이라고 부른다. 콩팥은 등쪽 갈비뼈 밑 양쪽에 하나씩 2개가 있으며 요관을 통해 방광과 연결돼 있다.
김상현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으로 가는 혈액 양은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20~25%인데, 혈액이 혈액여과기인 사구체에 걸러지고 보먼 주머니(Bowman's capsule)에 모아진 후, 세뇨관에서 필요한 성분을 재흡수하고 불필요한 성분을 다시 분비하는 과정을 거치며 소변이 만들어진다. 이 소변이 요관을 거쳐 방광에서 고였다가 요도를 통해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콩팥은 하루에 약 120ℓ의 피를 맑게 걸러주고, 하루 배출되는 소변량은 보통 500mℓ~3ℓ다. 하루 500㎖ 이하의 소변량은 소변 감소증, 3ℓ이상은 다뇨증이다.
콩팥은 태어날 때 여과 기능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네프론(nephron·콩팥 단위)이 콩팥 한 개에 100만개, 양쪽에 200만개를 갖고 있다. 한 개에 100만개이던 네프론은 40·50대가 되면 50만여 개로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네프론이 40·50대에 50만개로 감소하지 않으며 60~70만개 수준까지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함께 콩팥기능을 보여주는 사구체여과율이 젊을 때 120㎖/분 정도로 높았다가 점점 낮아져 80~90대 들어 60㎖/분 안팎까지 하락한다고 봤지만, 최근 75%(90㎖/분) 수준 또는 그 이상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콩팥 기능은 △불필요한 노폐물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이 몸속에 남도록 여과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레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거나 염분 배설량을 적절하게 조절해 혈압을 조절한다. △산·염기 상태와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해 우리 몸을 늘 일정한 상태로 유지해준다. △콩팥에서 활성화된 비타민D는 장에서 칼슘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등이다.
콩팥은 제 기능을 못하면 고혈압, 부종, 호흡곤란, 부정맥(심장이 불규칙하게 뜀), 피로감,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가려움증, 불면증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한금현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병 환자는 콩팥 기능이 심하게 떨어질 때까지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서서히 진행된 만성콩팥병은 투석치료가 필요한 말기신부전 시기가 돼서야 증상을 자각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콩팥병이 의심되면 혈액검사, 소변검사, 영상검사, 방광경검사, 신장조직검사로 발병 원인과 콩팥 기능의 손상 정도를 파악하고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증상이 없을 때 콩팥병 유무를 알려면 혈압과 혈액, 크레아티닌(Cr)과 이를 계산해 추정한 사구체여과율(GFR), 소변 단백뇨 등 최소한의 검사가 필요하다.
혈액검사는 혈액을 채취해 콩팥 기능을 볼 수있는 혈액요소질소와 크레아티닌 수치를 확인한다. 크레아티닌 농도를 알면 사구체여과율을 알 수 있다. 사구체여과율은 콩팥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치로, 콩팥이 1분 동안 걸러주는 혈액의 양을 말하며 정상 사구체여과율은 분당 90~120㎖다. 콩팥 기능이 정상인 사람의 신장은 1분 동안 90~120㎖의 혈액을 걸러내어 깨끗하게 청소한다는 뜻이다. 콩팥병이 있으면 전해질 불균형과 산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해질(나트륨·칼륨·염소·칼슘·인)과 산혈증검사를 한다. 헤모글로빈, 백혈구, 혈소판, 간기능, 콜레스테롤(지질), 혈당, 요산검사도 콩팥병 원인과 악화인자, 콩팥병에 의한 전신 합병증을 찾기 위해 같이 시행되는 검사다. 특히 사구체신염 환자는 B·C형 간염바이러스검사, 자가면역질환관련검사, 염증검사, 고령이면 암 검사까지도 시행한다. 콩팥기능이 많이 떨어진 경우에는 부갑상샘호르몬검사도 필요하다.
소변검사는 비교적 쉽고 편하게 콩팥병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일반 소변검사, 소변도말과 세균배양검사, 소변세포진검사, 단회뇨 또는 24시간 소변을 이용해 단백질, 알부민(단백질 일종), 크레아티닌, 각종 전해질의 농도와 양을 측정한다. 매년 건강검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서랍에 무관심하게 던져놓은 건강검진표를 꺼내서 혈청 크레아티닌과 사구체여과율을 보면 콩팥 건강을 알 수 있다.
소변에 의한 콩팥병 증상은 △소변량이 줄어든 소변 감소증(빠른 시간 안에 수분과 염분을 공급해야 한다는 신호. 소변 자체가 잘 안 나오고 아랫배가 부풀어 오르면 콩팥보다 방광이나 전립선 문제 가능성 큼) △소변량이 늘어난 다뇨증(수분 과다 섭취나 호르몬 이상, 혈당이 높거나 이뇨제 복용, 염분이 포함된 수액 맞은 후 잘 발생) △소변에서 거품이 나는 거품뇨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소변 횟수는 하루 5~7회. 그 이상 횟수이면 방광염이나 전립샘 질환 가능성) △소변색이 너무 진하거나 투명하다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야간뇨(다뇨증이 동반되지 않는 야간뇨는 만성콩팥병, 전립선비대증 의심. 변비 심해도 야간뇨 생김) △소변색이 뿌옇고 탁하거나 소변에 찌꺼기가 있다 △소변색이 피처럼 빨갛고 분홍색(약, 음식, 심한 근육손상·횡문근융해증 의심)이거나 갈색(간 질환 의심) 등이다.
콩팥 관련 질환은 △급성신우신염 △신증후군 △IgA(면역글로불린에이) 신병증 △보통염색체우성 다낭콩팥병 △횡문근융해증 등 다양하다. 급성신우신염은 콩팥에 세균감염에 의해 발생하며 여성이 전체 환자에서 약 80%를 차지한다. 증상은 미열이 나고 옆구리나 등 아래쪽이 아프기도 하고 심하면 갑자기 고열이나 한기, 구토, 옆구리 통증이 나타난다. 진단은 소변에서 세균뇨를 확인하고 항생제 치료전에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한다. 세균배양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4~5일 동안 항생제 치료를 한다. 항생제를 사용하면 약 72시간이 지나면서 열이 떨어지고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낫지 않으면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시행해 비뇨기계나 콩팥에 농양이 없는지 확인한다. 신증후군은 사구체를 이루는 모세혈관에 이상이 생겨 단백질이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단백뇨, 이로 인해 혈액내 단백질이 소실돼 저알부민혈증, 저알부민혈증에 의해 혈액 중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와 부종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IgA신병증은 사구체 모세혈관의 사이질에 IgA가 침착되는 질환으로 10·20대에 많이 발생하고 남자에게 흔하다. 보통염색체우성 다낭콩팥병은 콩팥에 많은 물혹이 생기는 유전질환으로 약 80~90%가 보통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고, 10~15%는 가족력 없이 자연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김태희 인제대 부산백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 물혹이 점점 개수가 증가하고 크기도 커지면서 콩팥기능이 감소해 신부전에 이르게 된다"며 "인구 400~1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고 아직까지 증명된 효과적인 치료는 없다"고 밝혔다.
횡문근융해증은 갑자기 고강도 운동을 한 후에 횡문근이 괴사하면서 근육세포 내 구성 성분인 미오글로빈이 혈액 내로 다량나오게 되고 혈관을 따라 콩팥을 통과하면서 미오글로빈이 세뇨관을 막아 급성신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횡문근 손상은 외상, 장시간 근육압박, 알코올이나 코카인 남용, 발작과 수술 후에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운동이나 일부 고지혈증 치료약제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콩팥을 건강하게 하는 생활습관은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 만성질환 예방, 약물이나 건강식품 복용 주의, 금연과 절주, 소금·설탕·지방 섭취 줄이기 등이다. 충분한 채소, 과일 섭취와 견과류 섭취, 적정 체중 유지, 운동 등도 중요하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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