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O · 비O · 반O … ‘정책’ 아닌 ‘권력’ 따라 움직이는 계파
■ 창간 31주년 특집
- K 정치 실종, 미래 찾는다 (上) 공천권 · 계파에 휘둘린 정치
‘친윤 · 비윤’ ‘친명 · 비명’…
정권교체 동시에 권력 재편
한쪽은 살고 한쪽은 배제돼
사람 중심 이합집산이 문제
계파는 ‘권력의 생리’라지만
다원화 구현해야 정치 발전
지난 3월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정권도 교체됐지만 동시에 주요 정당의 권력 구도 역시 확연히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새롭게 주류로 떠오른 진영과 이에 맞선 반대파가 형성되며 새로운 ‘계파’가 만들어졌다. 국민의힘은 친윤(친윤석열)계와 이에 속하지 못한 비친윤 혹은 비윤계로 나뉘기 시작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구심점으로 한 친명(친이재명)계가 기존 친문(친문재인)계를 대신해 당의 새로운 주류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을 떠도는 ‘계파라는 유령’을 권력의 생리로 보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 분명한 친윤계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은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도 “이들 의원을 중심으로 한 느슨한 연대·연합까지 포함하면 콕 집어 비윤계로 지목할 만한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친윤의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비윤계 의원은 “정권 초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으로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결국 주요 정치 현안을 두고 대통령실과 입장이 다르거나 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을 끌어모아 언론에서 자연스럽게 비윤으로 모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지내거나 정당 활동을 하지 않고 대통령 선거를 치른 만큼 원내 확고한 ‘계파’로 분류할 만한 의원은 많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여권 내 계파가 확 부각된 것은 이철규·이용호 의원을 중심으로 ‘민들레’ 모임을 꾸리려 하면서다. 하지만 여전히 2007년 대통령 선거 경선 때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로 갈려 싸웠던 것과 같은 식으로 갈등이 표출되거나 전선이 확연히 구분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계파는 친이·친박 갈등 이후엔 친박과 비박의 주류·비주류 갈등 양상을 보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엔 뚜렷한 계파 구분이 이뤄지지 않다가 다시 정권 교체에 성공한 뒤 계파 형성이 이뤄지는 듯한 모양새다. 한 여권 관계자는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전당대회, 그리고 공천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계파의 이합집산이 있을 것”이라며 “큰 폭의 물갈이가 있을 경우 자연스럽게 친윤계와 이에 맞선 특정 세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우리식 계파는 공천권을 쥔 사람에게 가까이 가느냐 마느냐로 정해진다”며 “‘친’과 ‘반’만 붙거나 ‘비’만 붙는데 이는 결국 다원주의가 구현되는 계파가 아니라 한쪽이 살고 한쪽이 배제되는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주당의 경우도 대선을 경유하며 친문계에서 친명계로 당의 주류 세력이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상당수 중간 지대 의원은 자연스레 범친문계에서 범친명계로 옮겨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친문 진영의 구심이 사라지며 자연스레 친문으로 묶이는 의원의 수는 줄고 대통령 선거와 전당대회를 거치며 이 대표의 구심력이 커진 구도”라며 “유력 당권 혹은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세력 재편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인물을 중심으로 계파가 형성되는 건 전근대적 현상”이라며 “가치에 기반한 계파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전 세계 정치 집단 중 계파가 없는 건 북한 노동당 정도일 만큼 계파가 없는 정당은 민주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도 “예를 들어 보수정당 같은 경우 안보 보수냐 시장 보수냐 이런 식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특정인에게 가깝고 안 가깝고로 나뉘는 건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밝혔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마치 계파 정치를 죄악시하지만 권력의 생리상 근절될 수 없는 것”이라며 “다만 어떤 형태인지가 중요하다. 적절히 타협하고 다원화된 형태의 계파는 정당과 정치 발전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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