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죽음이란 아름다운 이별… 그래서 순간순간의 소중함 느껴”

안진용 기자 2022. 11. 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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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향하는 이기심의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25일 문화일보와 화상으로 만난 이 감독은 "염원하던 아이를 임신하지만 죽음을 맞게 된 이후(한지민 분)는 '죽음 이후를 설계하겠다'며 욘더에 기억을 업로드하는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면서 "이를 몰랐던 남편은 죽은 뒤 다시 등장한 아내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죽은 자의 이기심이 살아있는 자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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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 ‘욘더’ 연출 이준익 감독

“호기심으로 향하는 이기심의 이야기입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욘더’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이 작품을 이같이 정의했다. ‘욘더’는 죽음 이후의 삶을 다룬다. 수많은 종교가 천국, 극락 등의 표현을 통해 죽음 뒤를 약속한다. 하지만 이는 증명된 바가 없다.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되는 불안한 인간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막연한 낙원일 뿐이다.

‘욘더’는 천국을 구체화한다. 죽은 자의 기억을 통해 재구성한 세상 속에서 정신으로 살아남아 영생을 누리라 제안한다. 그 상상은 꽤 그럴싸하고 달콤하다. 그래서 죽음 이후의 삶에 호기심을 갖던 인간은 결국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겠다며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지난달 25일 문화일보와 화상으로 만난 이 감독은 “염원하던 아이를 임신하지만 죽음을 맞게 된 이후(한지민 분)는 ‘죽음 이후를 설계하겠다’며 욘더에 기억을 업로드하는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면서 “이를 몰랐던 남편은 죽은 뒤 다시 등장한 아내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죽은 자의 이기심이 살아있는 자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두 주인공인 재현(신하균 분)과 이후를 구축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각각의 이름에도 시간의 흐름이 읽힌다. 재현은 ‘현재’를 사는 인물이고, 이후는 ‘죽음 이후’를 사는 인물이다. 재현은 오프라인에, 이후는 욘더라는 온라인에 존재한다. 과연 두 존재는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서로를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이 가능하다고 웅변하기 위해 이후는 수시로 “나 여기 있어”라고 재현에게 말한다.

이 감독은 “모든 생명은 증명하기 위해 존재한다. 존재가 사라졌을 때야말로 부재다. 그래서 이후가 ‘나 여기 있어’ 하는 것”이라면서 “‘나 여기 있어’라는 이야기를 누군가 인지하는 순간 그 사람이 존재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욘더라는 공간 속 삶은 완벽하지 않았다. 기억을 토대로 구축된 욘더는 시간이 정체돼 있다. 욘더를 만든 장진호 박사는 “영원하다는 것은 변치 않는 것이다. 그래서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결국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서 반복된 삶을 하루하루 살 뿐이다. 성장과 변화가 없는 삶은 산 것일까? 죽은 것일까?

이 감독은 “이후는 만 개의 천국인 줄 알고 욘더로 갔지만, 그곳은 각자의 천국이고 각자의 고립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후가 닫지 못하는 문을 재현이 닫아준다”면서 “이병률 시인의 ‘사람이 온다’ 마지막 시구는 정말 뒤통수를 딱 치더라. 출판사에 연락해 영화 대사로 쓰도록 허락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요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다. 그가 생각하는 죽음은 ‘아름다운 이별’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단단해진다”는 이 감독은 “불멸의 아름다움을 알면 소멸의 아름다움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욘더’가 아름다운 만남보다 소중한 아름다운 이별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빈다”는 바람을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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