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남궁민의 캐릭터 다섯②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0(SBS), 2021(MBC)년 두 해 연속 연기 대상을 받은 배우 남궁민. 올해도 그의 연기대상 수상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를 향한 대중 관심과 주연인 남궁민을 향한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 출연작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남궁민은 성실함을 수반한 연기력 하나로 안방극장의 믿고 보는 100% 흥행보증수표가 됐다. 차근차근 계단식 성장을 이뤄온 그의 자양분이 되어 준 지난 작품 속 다섯 캐릭터를 살펴본다.
영화 '비열한 거리'(2006)의 김민호
지금이야 안방극장의 대체불가 주인공으로 활약하지만 처음부터 극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남궁민은 천천히 단계를 밟아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2006년 조인성의 조폭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비열한 거리'는 남궁민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회가 돼줬다. 세상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로 상대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얻어냈던 영화감독 민호가 바로 남궁민이다. 극중 조인성의 파멸을 야기하는 바로 그 초등학교 동창생이다. 부드러운 말투와 달리 상대가 자신에게 시선을 두지 않을 때 순간적으로 비릿한 표정을 짓던 남궁민의 오묘한 얼굴은 '비열한 거리'의 긴장감을 주요하게 이끌어냈던 대목이다. 남궁민이 가진 최고의 장점인 웃는 얼굴에 냉혹한 시선을 중첩한 다중성은 이때 이미 완성되어 있다.
영화 '뷰티풀 선데이'(2007)의 민우
'뷰티풀 선데이'는 그의 첫 영화 주연작이다. 이 영화에서 남궁민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납득하게 만들며 인상적인 장면들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박용우와의 대면신 역시 지금봐도 소름을 유발하는 치밀한 심리전으로 온 감각을 곤두서게 만든다. 민우는 짝사랑하던 여자를 우발적으로 범하고, 그 비밀을 숨긴 채 해당 여성과 결혼까지 하는 인물이다. 비호감을 넘어 범죄자인 이 역할을 남궁민은 여러 갈래의 감정선을 중첩시키며 제 자신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까지 설득했다. 남궁민이 연기하는 민우가 보여주는 괴로울 정도의 동적인 감정선은 찜찜한 여운을 남길 정도다. 민우는 그가 한참 후에 '냄새를 보는 소녀' 권재희나 '리멤버'의 남규만으로 보여주는 악인 연기의 전조를 느낄 수 있는 인물이다.
드라마 '리멤버'(2015)의 남규만
SBS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는 남궁민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작품이다. 아직까지 회자되는 악역 중 하나. 남규만은 재벌 2세로 온갖 사치와 막나가는 향락으로 방탕을 일삼는다. 여자는 그저 가치담배 같은 존재로 여긴다. 다 피우면 새로운 개비로 바꾸듯 쉽게 연소하고 버린다. 분노조절장애까지 있어 별 거 아닌 일에 분노하고, 한번 흥분하면 이성을 놓고 통제력을 잃는다. 하지만 자기보다 강한 사람 앞에서는 놀랍도록 분노가 조절이 잘 되는, 비열하기가 그지없는 강약약강의 대표적인 인물. 하지만 놀랍게도 이 미쳐 날뛸 것 같은 인물을 그는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에너지를 무조건적으로 방출하는 단순한 차원으로 표현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악을 감싸며 서늘함 이상의 쎄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드라마 '김과장'(2017)의 김성룡
KBS2 '김과장'은 남궁민의 전성기를 알린 작품이다. 김조폭이 이끄는 조직의 회계조작을 해주며 살아가다 더 큰 도약을 위해 TQ그룹에 입사했지만, 우연의 연속으로 의도치 않게 의인이 되어간다는 설정이다. 이 의도치 않은 상황 흐름처럼 남궁민의 김성룡은 그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코믹한 모습을 잘 담아냈다. 자신에게 윽박지르는 상사 앞에서 겁먹은 척 팔자 눈썹을 한 채 질겁한 표정을 짓는, 뻔뻔하고도 날티 나지만 미워하기 어려운 특유의 말간 정서를 듬뿍 담아 연기했다. 게다가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분량을 소화하면서 당시 방영된 수목드라마 중 시청률 1위까지 기록했다. 당시 데뷔 19년 차였던 남궁민은 여전히 열심히 연기를 하고, 또 새로운 걸 해나가는 도전정신으로 배우로서 최고의 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2019~2020)의 백승수
남궁민에게 첫 드라마 연기대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다. '스토브리그'는 흔치 않은 야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인데,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 드림즈에 단장 백승수가 새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백승수는 앞서 씨름단, 핸드볼단, 하키단 등을 우승시켰던 인물이지만 극 초반에 그다지 이상적인 상사로 그려지지는 않았다. 마치 외과의사의 이성적인 메스처럼 핵심 선수를 트레이드하고 부정을 저지르던 직원을 잘라냈다. 그 과정이 지극히 이성적이라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백승수는 대중들의 마음 속에 참 리더로 자리잡았다. 그가 휘두른 메스가 결국 모두를 위한 휴머니즘으로 향했다는 걸 차분한 인간미로 스며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남궁민은 백승수를 통해 감정선의 통제를 탁월하게 이끌었다. 때론 억눌린 감정이 더 여운이 깊고, 그 여운들이 시의적절하게 폭발력을 만났을 때 무엇보다 큰 강명을 안긴다는 걸 증명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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