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기 자산시장… “내년 하반기엔 회복” vs “유동성없인 반등 어렵다”

이관범 기자 2022. 11. 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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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권호영 기자

■ 창간 31주년 특집 - 금융전문가 예측

세계경제위기 오나

“경제성장률 둔화에 그칠 것”

“1~2년 크고 작은 위기 빈번”

‘주식시장’ 전망은…

“투자심리 회복 다시 오른다”

“반등해도 기술적 수준일 것”

‘원화가치’ 예측은…

“2분기 이후 상승” 한목소리

국내 주요 금융지주·증권사의 연구소를 이끄는 수장들은 내년이 세계 자산 시장의 ‘명암’을 가르는 기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1일 문화일보는 한동환 KB경영연구소장·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상대로 내년 자산 시장 전망에 관한 의견을 조사했다.

◇“반등 모멘텀 없다” vs “하반기 완만한 회복세” = 한동환 소장은 “내년에도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하고 위험 선호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중호 소장도 “자산시장의 수익률을 결정하게 될 금리와 유동성 두 항목에 대해 뚜렷한 개선의 기미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전환(피벗)이 빨라야 2024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자본 시장은 내년 하반기에도 뚜렷한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최광해 소장은 “Fed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의 여파로 내년 상반기까지 시중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실물경기도 둔화하겠지만,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금융여건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주요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는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 가격이 완만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했다. 서철수 센터장은 “빠르고 강한 긴축의 여파로 국내외 금리·환율·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유동성·신용 경색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르면 내년 1분기까지는 시차를 두면서 국내외 실물경제에도 매우 부담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위기” vs “경기둔화” = 한 소장은 “향후 1∼2년간은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위기가 빈번하게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한 소장은 특히 “작고 취약한 신흥국이나 레버리지(차입금 활용)가 높은 투자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우려했다. 정 소장은 “한국 경제가 내년에 1.8%의 나름 견실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내외 여건에 따라 침체를 피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최 소장은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겠지만, 경제위기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판단했다. 최 소장은 “예상과 달리 미국의 물가가 안정되지 못하고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국내외 채권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심화할 때는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초반대로 낮아질 가능성은 있겠지만 경제 위기가 오더라도 과거에 비해 국내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서 센터장은 “과거 부동산 버블 같은 붐 버스트(거품 폭발) 금융위기 양상과 달리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실물 수요 억제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금융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상대적으로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이나, 실물경기의 침체 정도는 향후 Fed 등의 글로벌 긴축이 과도하게 진행되느냐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고 말했다.

◇섹터별 자산시장 전망 ‘혼돈’ = 원화 가치는 내년 2분기 이후에는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Fed의 통화 정책 불확실성 해소, 무역적자 개선 등에 힘입어 상승 반전할 것으로 다들 내다봤다.

위험 자산인 주식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견해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최 소장은 “내년 하반기에는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완화하고 기업이익 하향조정도 마무리됨에 따라 주식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정 소장은 “단기간에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반등을 하더라도 기술적인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인 금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최 소장은 “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과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내년 하반기에는 해소될 것으로 보여 금 가격도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지난 2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면서 “유동성 축소가 주요인인 점을 고려할 때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채권에 대한 의견도 편차를 보였다. 최 소장은 “기준금리 고점이 명확해지고 경기둔화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도 가세해 강세(국채금리 하락)를 시현할 것”이라고 봤다. 정 소장은 “경기둔화·유동성 축소·기업실적 악화 등을 고려할 때 회사채의 금리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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