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 연기 미쳤다’는 말, 기분 좋죠”[인터뷰]
배우 정일우가 180도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 ‘고속도로 가족’(감독 이상문)에서 고속도로와 휴게소를 ‘집’으로 삼은 남자 ‘기우’로 분해 내면의 상처와 가족의 붕괴에 대한 절망 등을 절절히 보여준다. 멋지고 댄디한 매력은 잠시 넣어두고, 길 위를 살아가는 ‘기우’를 표현한다.
“처음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말하더라고요. 정일우인지 몰랐다고, 미쳤다고요. 이렇게까지 연기할 줄은 몰랐다고 하던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어려운 작품이었지만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랜만에 복귀한 영화라서 더더욱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맡고 싶었는데, 보석같은 이 작품을 만나게 됐네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일우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고속도로 가족’에 대한 애정, 김슬기, 아역들과 호흡, 고착화된 이미지에 대한 솔직한 마음 등을 털어놨다.
■ “욕설 대사, 생활 연기 같아 편했어요”
극 중 ‘기우’는 정신적 트라우마로 아내 ‘지숙’(김슬기)과 아이들을 이끌고 거리를 떠도는 가장이다. 우연히 만난 ‘영선’(라미란) 때문에 그동안 걸어온 궤적이 틀어져버리는 것을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영선’을 만난 이후 ‘기우’의 가정이 해체되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기우’는 가족들을 보호해야한다는 마음이 커서 언뜻 보기에 ‘빌런’처럼 행동하거든요. 하지만 그렇게만 비치면 안 되니까 감독과 상당 부분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 역시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기하려고 했고요.”
정신분열로 진흙을 얼굴에 바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어지는 ‘기우’의 선택은 누군가에겐 ‘기행’으로 비칠 수 있을만큼 파격적이었다.
“아마도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과 배신감 때문에 그랬을 거예요. 사회에 대한 분노, 울분도 꽤 작용했을 거고요. 저도 살명서 배신당하거나 이용당한 적이 꽤 있었는데요, 그래서 ‘기우’의 감정에 더욱 공감했어요.”
차지게 욕설을 내뱉는 연기도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좋았어요. 편했고요. 생활연기하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동안 정일우가 지닌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밝고 선한 이미지 같은 거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이유를 모르겠지만 굉장히 달라보인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어요. 저 역시 만족하고요.”
■ “결혼은 꼭 하고 싶어…아이는 자연친화적으로”
그는 극 안에서 아역들과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며 ‘아빠’ 같은 면모를 보여줬다.
“실제로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어떻게 친해져야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촬영 두 달 전부터 작업실에서 같이 과자도 먹고 수다도 떨며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죠. 텐트를 만들어 놀기도 했고요. 친구 같은 존재가 되게끔 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촬영할 때에도 좋은 앙상블이 나왔나봐요.”
그가 꿈꾸는 결혼과 가정의 이상적인 모습이 있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결혼은 하고 싶어요. 어떤 아빠가 되고 싶냐고요? 아이들을 막 몰아가는 부모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너무 어렸을 때부터 치열하게 사는 것 같거든요.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자연친화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게 하고 싶어요.”
한국영화로는 15년 만의 복귀다. ‘내 사랑’(2007) 이후 스크린 나들이에 나서는 기분이 어떨까.
“어쩌다보니 그동안 드라마 위주로 촬영을 했더라고요. 어릴 땐 드라마와 영화 사이 경계를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영화를 안 하게 되고 비슷한 캐릭터만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특별한 캐릭터로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갈증과 갈망이 커졌어요. 앞으론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지질한 캐릭터나 악역도 탐이 나고요. 사극 영화도 한번 찍어보고 싶어요. 연기 폭을 더 넓히고 싶거든요.”
데뷔 이후 열심히 달려온 자신에겐 격려를 해주고 싶다는 그다.
“절 돌아보면 더 잘했어야 했나 하는 것만 보이지만, 그래도 그냥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론 ‘유연한 배우’라는 수식어를 듣고 싶어요. ‘정말 다양한 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구나, 작품에 잘 녹아드는 배우다’란 평가를 받고 싶네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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