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균 · 악취제거 등 13개 특허… 글로벌 남성 속옷 시장 개척
■ 창간 31주년 특집 '톱 티어'로 질주하라 - 중소벤처기업 '라쉬반'
흡수성 높은 텐셀 원단 사용
통풍 · 적정 온도 유지에 탁월
보형물 없이 음경 · 음낭 분리
창원=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코로나19에 이어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위기까지 몰아닥치자 중소벤처기업들도 생존을 위한 활로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특히 미래 성장 동력을 개척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혁신을 기반으로 한 신기술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경영 여건이 녹록지는 않지만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강소기업, ‘히든 챔피언’으로 인정받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설립된 ㈜라쉬반코리아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남성 기능성 속옷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판 끝에 업계에서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2016년 문을 연 벤처스타트업 더화이트커뮤니케이션(TWC)은 인공지능(AI) 통합상담 솔루션 ‘클라우드게이트’로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며 고객사를 대거 확보했다. 콜센터 수준에 머물렀던 기존 오퍼레이팅 시장에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성의 정자가 건강을 유지하려면 주요 부위 온도가 33.3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아무리 시원한 소재로 만들어도 일반 남성 속옷은 시간이 지나면 내부 온도가 올라가 땀과 악취를 피할 수 없게 되죠. 우리는 기술력을 통해 바로 이런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했어요.”
지난달 19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자리한 남성 기능성 속옷 전문업체 ㈜라쉬반코리아 물류센터. 현장 상황을 점검하던 홍성윤 라쉬반 이사는 “피부 호흡을 고려한 천연 첨단 섬유를 통해 땀과 온도, 냄새 등에 강한 속옷을 선보여 업계와 고객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이날 물류센터 안에는 고객들에게 직배송하거나 홈쇼핑을 통해 판매할 제품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직원들은 각 제품을 포장하거나 분류하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한 직원은 “최근 출시한 ‘토트넘 신제품’ 팬티가 축구선수 손흥민 인기 영향으로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라쉬반은 2016년 스페인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2019년 영국 토트넘 홋스퍼FC 등 글로벌 명문 프로축구팀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들 구단의 로고 등을 속옷에 적용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NC다이노스(프로야구), 포항 스틸러스(프로축구), LG 세이커스·고양 오리온스(프로농구) 등 국내 다수 프로스포츠 구단들과의 협업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회사가 후원한 프로골퍼 양용은이 2018년 긴 슬럼프를 극복하고 18년 만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라쉬반 속옷을 입었다고 밝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라쉬반이 이처럼 마케팅에 힘을 쏟는 이유는 제품 품질이 좋아도 고객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직접 깨달았기 때문이다. 라쉬반의 백경수 대표는 2009년 회사 창업 전 이미 남성 속옷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마케팅 능력 부족으로 실패를 맛봤다. 이에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함과 동시에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속옷에 특별한 보형물을 넣지 않고도 남성 음경과 음낭을 입체적으로 분리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살이 맞닿는 부분을 최소화해 땀이 차거나 세균이 번식하는 환경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수분 함유량과 흡수성이 뛰어난 ‘텐셀 원단’을 사용한 점 등도 라쉬반의 강점으로 꼽힌다. 유칼립투스 나무 추출물로 만든 친환경 소재인 이 원단은 폐기 후에도 환경 오염을 초래하지 않고 잘 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쉬반은 항균 및 냄새 제거, 엉덩이 끼임 방지 등 특화 기술로 국내에서 총 13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42개국에서도 특허를 출원 또는 등록했다. 실제 홈쇼핑을 통해 우연히 제품을 접했다는 방송인 겸 가수 이상민은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아끼는 속옷이라고 극찬하며 자발적으로 라쉬반을 소개했다. “라쉬반 외에 다른 속옷들은 그냥 천에 불과하다”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고객 호평도 이어졌다. 이에 창업 첫해 1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6년 81억 원에 이어 지난해 150억 원까지 급증했다. 라쉬반 관계자는 “올해는 환율과 원·부자재 값 급등에 따라 경영 부담이 커진 만큼,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있는 이익 창출에 힘쓰기로 했다”며 “다만 해외시장 진출과 연구·개발(R&D)만큼은 빈틈없이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엔 직접 모델로… 팬티 역사 바꾸겠단 사명감”
■ 백경수 라쉬반 대표
“이 작은 팬티 하나에 국내 특허 기술이 무려 13개가 적용돼 있어요. 속옷을 하찮은 소모품으로만 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백경수(51·사진) ㈜라쉬반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19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회사 본사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속옷은 그저 저렴하기만 하면 최고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사실 의류 중에서도 속옷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기능성과 착용감이 떨어지는 팬티는 한 자리에 오래 앉아 근무하는 현대 남성들의 정자 건강 악화와 세균 감염 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농부들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양질의 씨앗을 중요하게 여기듯, 현대 남성들도 기능성과 착용감이 우수한 속옷 착용을 통해 정자 건강을 챙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회사 초고속 성장의 비결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기술력 향상에 집중한 점을 꼽았다. 2009년 1인 기업으로 문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매출이 거의 ‘제로(0)’였지만 지난해에는 약 150억 원까지 성장했다.
“사업 초기에는 돈이 없어서 제가 직접 속옷 모델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사진관을 찾아 ‘팬티 두 장을 드릴 테니 제발 사진 좀 찍어달라’고 흥정하기도 했죠. 힘들게 돈을 벌어도 기술력 향상에 모든 노력과 투자를 쏟았어요. 그 와중에 제품 광고를 해준다면서 돈과 물건을 떼먹고 도망친 사기꾼들도 많았어요. 사업은 항상 위기였지만 팬티의 역사를 한 번 바꿔보자는 사명감으로 버텼죠.”
백 대표는 결국 국내외 최초로 보형물 없이 남성 음경과 음낭을 입체적으로 분리해주는 기술을 실현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남성의 가장 큰 적이었던 땀과 온도, 냄새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주자 제품이 입소문과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며 “성서의 아담이 무화과 잎과 끈을 엮어 만들어 입었던 팬티가 불과 수십 년 전까지도 ‘가리개’ 역할밖에 못 했는데, 이제는 인체에 최적화된 기능성과 착용감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반드시 달성하고 싶은 목표로 해외시장 개척을 강조했다.
혁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내수시장 의존에서 벗어나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보다 수월한 목표 달성을 위해 2016년 스페인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2019년 영국 토트넘 홋스퍼FC 등 글로벌 명문 프로축구팀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도 했다.
“당시 무작정 이들 구단을 찾아 ‘너희 브랜드를 한국에 더 널리 알려줄 테니,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자’고 설득했죠. 결국 서로 조건이 맞아 지금까지도 인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국산 속옷 브랜드 중 하나가 아니라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고 싶은 꿈이 있어요. 현재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에 진출했는데,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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