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에너지·식량 무기화로 올겨울 우크라 숨통 조인다(종합)

김민수 기자 정윤영 기자 정윤미 기자 2022. 11. 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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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키이우 비롯한 주요 도시의 에너지 기반 시설 타격
러, 튀르키예·유엔 중재로 우크라와 맺은 곡물 수출 협정도 중단 통보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남부 체르카시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으로 에너지 기반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022.10.31/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정윤영 정윤미 기자 = 우크라이나 기반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정전 등 피해가 잇따랐다. 러시아는 앞서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을 보장하는 협정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와 식량을 무기로 올겨울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사기를 저하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이날 오전 7시부터 순항미사일 X-101, X-555 등 50기 이상을 우크라이나 군사 및 에너지 기반 시설에 폭격했으며 이 중 군은 44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 연방군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위부와 에너지 시스템에 대해 장거리 공중 및 해상 기반 고정밀 무기로 공격을 계속해왔다"며 "공격 목표가 달성됐고 지정된 모든 목표물에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는 정전과 단수 사고가 발생했다. 키이우 시내에서는 출근시간대인 오전 8시부터 20분간 5차례 이상 폭발음이 들렸다고 AFP는 전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현재 키이우는 비상 상황에 처해있다"며 "주민 80%가 수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자들은 정전된 35만 가구에 전력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키이우 외에도 동북부 하르키우, 남부 자포리자, 동남부 체르카시, 중부 키로보흐라드와 폴타바주 크레멘추크, 서부 빈니차 등 에너지 등 주요 기반 시설이 공격받은것으로 알려졌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러시아 테러범들이 또다시 우크라이나 다수 지역의 전력 시설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며 이에 따라 긴급 정전 조치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몰도바 북부 나스라브체아 마을에 우크라이나 방공호에 의해 격추된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지기도 했다. 몰도바 내무부에 따르면 다행히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는 전장에서 싸우지 않고 민간인과 싸운다"며 "이런 공격을 대응이라고 정당화해선 안 된다. 러시아는 민간인을 공격할 의지와 미사일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친러시아 성향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오전 9시25분경 민간이 거주하는 페르보마이스크시 상공에 미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0월24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최전선에서 겨울을 대비해 보급품을 확인하고 있다. 2022.10.24/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러, '동장군' 이용해 우크라 고립시키려 하나…우크라, 대책 마련에 고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을 파괴해 올겨울 전장에서 유리한 판도를 짜려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우크라이나의 겨울은 전장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장비 운용은 더 어려워지고, 부비트랩을 눈 아래에 숨길 수 있으며, 발전기는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므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 양쪽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달 러시아군이 시작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의 40%를 파괴함으로써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사기를 저하하길 원하고 있다.

키이우 북쪽 인근에 거주하는 미라 랴보바(39)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8~10차례 "강력한 폭발음"에 잠에서 깼으며, 현재 집과 학교 등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추운 겨울을 앞두고 있으므로 해외로 이주할 기회에 대해 걱정하며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영국 워릭 대학의 전쟁 연구 교수인 앤서니 킹 교수는 "겨울에는 춥고 빨리 어두워지기 때문에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연료와 물자가 더 필요하다"라며 군대의 작전 능력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민간인과 특히 군대에 대한 보급품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캐나다는 우크라이나에 50만 벌의 겨울 의류를 제공하고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겨울 동안 어떻게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러, 우크라 식량 수출 협정 중단…서방 "세계 식량 위기 일으키는 행동" 비난

러시아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식량 무기화'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튀르키예·유엔의 중재로 지난 7월 흑해 항구에서의 곡물 수출 재개를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29일 크름반도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에 대해 드론 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곡물 수출 협정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흑해 곡물 수출 협정에 대한 참여를 중단하지만 탈퇴하지는 않았다"라면서 "우리의 결정은 인도주의적 통로에 대한 '위협'을 우크라이나가 조성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곡물을 수출하는 것은 최빈국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함이었고, 우리는 그 약속을 정확히 이행했다"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1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의 회담 후 세계 식량 시장에 안정을 위해 흑해 항구에서 곡물을 계속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 등은 일제히 러시아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유엔이 중재하는 흑해 곡물 협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세계 식량 안보에 즉각적이고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면서 "식량 가격은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러시아가 유엔 흑해 곡물 협정 참여를 중단하기로 한 정당하지 않은 결정은 세계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곡물 수출을 방해한다"라고 규탄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유 없고 정당하지 않은 침략 전쟁과 우크라이나 항구에 대한 봉쇄로 야기된 세계적인 식량 안보 위기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라면서 "러시아는 식량과 굶주림을 무기화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유엔 측 역시 흑해 선박과 항구에 대한 공격 금지 조항이 러시아 측에도 여전히 적용되는 만큼, 곡물 수출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태도를 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러시아의 참여 중단에도 흑해 협정은 모든 서명국이 협정과 관련된 선박과 항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을 의무화한다"라면서 "우리는 이 조항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확신한다"라고 전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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