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블루포인트 이용관 “딥테크 창업자 비율 20~30%까지 확 늘리고 싶어”

임경업 기자 2022. 11.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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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는 재미 중 가장 큰 재미는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했을 때, 고객들이 좋아해주는 겁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사업이 많지 않아요. 전에 했던 사업(플라즈마트)은 B2B 였어요. 기업을 대상으로 하니까, 부정의 언어가 오고가요. 100번 중 단 1번 불량 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야해요. 불량이 안 나왔다고 누군가 칭찬해주지도 않아요. 당연하죠.

그런데 이곳은 달라요. 긍정의 언어가 오고갑니다. 10%? 아뇨, 1% 쯤 되는 가능성에 덤비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만약에 이게 된다면, 이 판이 다 바뀔텐데’ 이 가능성을 보고 덤비는 분들이니까 모든 창업가는 긍정 그 자체예요. 그런 창업가들과 대화하다보면 제가 에너지가 생겨요. ‘이건 내가 봐도 어려운데?’라는 문제에 도전하는 그들의 에너지에 다시 제가 또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래서 재밌습니다. 재밌고, 의미가 있으니까 이렇게 매달리는 것이고요.”

지난 25일 서울 강남에서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이하 블루포인트)의 이용관 대표를 만났습니다. 상장 예비심사 통과 약 4일 만이었습니다. “이 일을 왜 하세요?”라고 물었고, 그에 대한 이용관 대표의 답이었습니다. 블루포인트는 지난주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했습니다. 2014년 설립 이후 약 8년 만의 일이고, 상장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내 액셀러레이터 중 1호 상장이 됩니다.

블루포인트는 딥테크, 그러니까 기술을 깊게 파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을 돕고, 투자합니다. 액셀러레이터로는 스파크랩이나 퓨처플레이보다는 늦었지만 차이가 있다면 딥테크에 집중을 하죠. 예컨대 쫌아는기자들이 만난 블루포인트 포트폴리오사 리스트만 보더라도 인투코어테크놀로지(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한 유해 가스 분해), 큐토프(동위원소 기술 소재), 클레온(버츄얼휴먼) 등 입니다. 이렇게 블루포인트는 지금까지 255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창업자 이용관 대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블루포인트는 2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 1만개 스타트업을 한 곳에 모으고 싶다는 꿈

-2년 전에도 상장을 시도했다가 잘 안 됐습니다. (결국 자진철회) 그 사이 블루포인트는 무엇이 달라졌나요.

“스스로 이 일, 액셀러레이터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승인 관점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높아졌고요. 심사 때 가장 우려를 받았던 부분이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블루포인트가 지속 가능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액셀러레이터는 회계 상 투자한 자산(투자한 스타트업의 지분) 가치의 증가 혹은 감소분이 회사의 이익과 손실로 반영이 됩니다.

심사위원들의 우려는 첫째, 투자기업의 가치평가가 제대로 된 것, 믿을만한 것이냐. 둘째, 설령 그 가치평가가 믿을만하더라도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장부상 이익인 것 아니냐. 그래서 블루포인트가 운영하는 비용과 투자 원금을 상회하는 투자금 회수가 실제로 되는 지를 보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한번 증명을 했고요. 올해도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3분기부터는 실적이 다시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도 블루포인트가 액셀러레이터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 어필된 것 같습니다.”

블루포인트의 실적은 작년 매출 385억원, 영업이익 241억원으로 2020년 실적(매출 186억과 영업이익 72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했다.

-주간사가 있었겠지만, 상장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날카로운 챌린지는요? 이걸 설명하거나 납득시키기 정말 어려웠다든지요.

“해외에 액셀러레이터의 비슷한 상장 사례를 이야기해달라고 했었는데, 마땅히 블루포인트와 똑같은 사례 기업은 없더군요. VC는 전형적인 사례가 많지만, 액셀러레이터는 나라와 운영하는 회사마다 달라요. 예를 들어 창업가를 육성하고 창업팀을 만드는 컴퍼니 빌더에 가까운 액셀러레이터가 있고, 창업가 교육만 혹은 대기업과 연계한 육성에 주로 집중하는 액셀러레이터도 있고요. 전부 각자가 처한 환경과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블루포인트가 집중하는 액셀러레이터 업의 본질은요.

“자본의 공급보다 결국에는 스타트업에게 ‘밸류 애드(value add)’, 그들의 성장에 기여하거나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요. 모든 스타트업은 성장을 갈망하고 절실하고 간절하지만, 특히 초기 스테이지가 제일 그렇습니다. 결핍 요인도 많고요. 그걸 도울 수 있는 것이 본질에 가깝습니다. 스타트업도 우리를 필요로 하지만, 우리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단계에 서로가 만나기 때문에 지원을 잘하면 수익의 극대화도 가능하고요.”

-블루포인트 식구가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제 사무실도 이제 여러 곳에 있더군요.

“현재 75명이고요. 작년에 비해 2배 정도가 된 것 같네요. 스타트업 팀이 다 만들어져서 온 경우에 좋은 팀도 있지만, 아쉬운 경우도 있습니다. 더 초기로 가서 이들이 기획할 때부터 도와줬으면 성공확률이 더 높은 팀도 있고요. 예를 들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비즈니스 모델, 창업팀의 역할 분배 등과 같은 일부터요. 그래서 ‘동창’ 같은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아이템이 불분명하지만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거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검증은 안 됐지만 의지와 능력이 있는 팀원만 있는 이들이 모여서 저희가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도록 도와드리는 것이죠. 올해 400곳 정도가 지원을 했고요, 이런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인력도 대폭 늘었습니다.”

-이렇게 육성 단계부터 붙어서는 VC방식의 투자, 펀드를 만들고 LP 자금을 끌어와 시리즈 B, C 단계에서 큰 돈을 투자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미래의 투자는 지금의 투자와 다를 것입니다. 지금 VC의 방식은 현재까진 굉장히 효율적이고, 효과를 많이 봤던 방식이죠. 문제는 VC의 투자 방식이 퍼스널하고 프라이빗, 그러니까 대표와 심사역들의 개인적인 인맥과 소개, 발품 끝에 투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100개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고민하기 위해선, 100개를 다 따로 만나야 한다는 의미죠. 비용의 문제가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액셀러레이터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와이콤비네이터는 일종의 공개모집(batch)에 한 번에 1만개 스타트업이 참가할 때도 있습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앉아서 엄청난 모수, 그것도 전세계에서 온 창업가들을 만나는 셈이고요. 그래서 가성비가 좋고, 많은 수익을 올립니다.

통계적으로도 창업 1년 미만의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 수익률이 제일 낮습니다. 이걸 VC 방식으로 투자하기 위해선 그만큼 리스크도 굉장히 큽니다. 프라이빗하고 퍼스널한 채널인데다, 접점도 적으니까요. 와이콤비네이터처럼 많은 스타트업을 한 번에 만나야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죠.

예컨대 에너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거면 에너지를 잘 아는 심사역을 여럿 뽑은 것보다 지금 블루포인트가 GS와 함께 하고 있는 것처럼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GS와 블루포인트의 전략적인 지원과 투자을 기대하고 찾는 팀을 공모하고 그들을 육성하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일 것입니다.”

초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이용관 대표와 팀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아마도 2015년쯤으로 추정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전과 서울의 아비트라지? 메타인지력을 가장 먼저 보는 이유

-다른 액셀러레이터와 블루포인트는 무엇이 다를까요.

“딥테크요. 저희보다 먼저 이 업에 뛰어든 다른 훌륭한 액셀러레이터들이 많지만, 그들은 시장에 가까운 서비스에 주로 투자를 합니다. 서비스 스타트업은 항상 시장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시장의 니즈에 대해 고민하고 시장의 문제에서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딥테크 스타트업들은 갈라파고스 같아요. 시장에 가깝게 있지 않고, 연구소에서 시작합니다. 지역도 대전, 포항, 울산 이런 곳들에서요. 이러다보니 시장에 대해 파편적인 것을 알고 기술이 있다는 이유로 창업에 도전했는데, 결국 기술에만 매달리다 점점 시장에서 멀어지는 것을 많이 봤거든요. 제가 창업했을 때 그런 페인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기도 했고요.”

이용관 대표가 박사 과정 중 창업한 회사는 ‘플라즈마트’로 플라즈마트 관련 특허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 공정 제어장치를 만드는 회사. 기술만 있었지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해 6년의 데스밸리를 거쳐 완성품을 만들었고 2012년 미국 나스닥 상장사에 300억원에 매각했다.

-대표님도 카이스트 출신입니다. 이런 평가가 있습니다. 블루포인트는 카이스트가 있는 대전과 서울의 아비트라지(Arbitrage, 가격 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 정보의 격차를 가장 영리하게 이용하는 액셀러레이터라고요. 그러니까 서울의 VC나 액셀러레이터에게 알려지지 않은 카이스트 초기 스타트업을 대전에 가까운 블루포인트가 잘 이용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공모 육성을 대대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블루포인트만 ‘나만 알고 몰래 투자’하면 되지 않을까요.

“투자업을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투자업은 파이 게임입니다. 내가 남보다 share, 지분이나 시장 점유율을 많이 먹어야하는 게임이요. 하지만 초기 투자는 조금 다릅니다. 파이 게임이 아니예요. 왜냐면 좋은 팀을 찾아서 창업을 하도록 만들면 되니까요. 투자할만한 창업팀의 수가 제한된 상황이거나 라운드라면 블루포인트가 남들의 파이를 뺏어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초기 창업은 그렇지가 않아요.

딥테크 분야에서 창업하는 사람이 전체의 2%에 불과하거든요. 그러니까 기술 분야에서 대학원을 거치거나 연구를 하는 사람 중 98%는 창업을 하지 않고 학교에 남거나 대기업 취업을 택해요. 아직 창업을 택하지 않은 98%가 있고, 이 분들을 스타트업 씬(scene)으로 보내 비중을 20%, 3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비트라지를 제대로 쓰려면 ‘남들 모르게 나만 쏙쏙 구매, 나만 요 팀에 투자해야지’가 되야 하는데, 블루포인트는 지금 창업한 2%가 다른 곳에서 투자를 받아도 훨씬 많은 98%가 남았기 때문에 개의치 않습니다. 금광이 200곳만 있다면 빨리 가서 먼저 캐야 하지만, 금이 묻혀 있는 벌판이 쭉 뻗어있다면? 금광의 금을 두고 싸울 필요가 있을까요. 더 많은 창업가들을 씬으로 나오게 만드는 일이 장기적으로 블루포인트에게 주는 이익이 더 커요. 실제 아비트라지 시장처럼 경쟁적으로 파이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죠.

다른 액셀러레이터, VC들과의 달리 블루포인트가 더 빨리 캐치하는 정보값들이 있기도 하죠. 딥테크 스타트업은 투자를 하기 쉽지 않습니다. 창업팀의 구조, 지분관계이런 것들이 명확하게 빌딩이 되어 있지 않아요. 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이해도 어렵고요. 그런데 블루포인트가 그런 정보값들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투자를 한다면...그런 의미에서 아비트라지를 썼다는 평가라면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나저나 간만에 듣는 날카로운 평가네요.”

-투자 분야 비중을 살펴보니 산업기술(20%), 데이터와 인공지능(18%), 헬스케어(16%), 바이오와 메디컬(10%) 등... 그동안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요. 투자를 하지 않고 미팅만 했던 스타트업도 포함해서, 딥테크 스타트업들에게서 주로 볼 수 있는 아쉬운 점. 무엇이 있나요.

“제가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 굉장히 오랜 시간을 고민했는데요, 최근 유튜브를 통해서 영상을 보고 개념을 정리했습니다. 바로 ‘메타 인지’라는 것인데요. 저는 이걸 ‘현실 인식 능력’이라고 설명하고 다녔어요.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을 학자들이 연구했는데, 그동안 관점에서는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못 찾았다는 것입니다. 그때 등장한 개념이 바로 이 메타인지였는데요. 예를 들어 단어 20개 암기 시험을 보는데 자신이 몇 개 맞출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스스로 예측하는 수입니다. ‘내일 난 단어시험보면 20개 중 12개 맞을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면 내일 11개 혹은 13개 정답을 맞추는 것이죠. 공부 잘하는 학생은 스스로 능력치에 대한 평가, 예측치가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상황, 자신에 대한 냉철한 인지력이죠. 메타 인지력이 뛰어나 ‘내일 나는 20개 중에 9개 밖에 못 맞을 것 같아’라며 스스로 암기력이 나쁘다고 인지한 학생은 시간을 더 들여 단어를 외워 100점을 맞습니다. 아니면 평소에 사소한 것도 기억하겠다며 수첩을 들고 다닐 수도 있고요. 이것이 뛰어난 퍼포먼스의 비밀이라는 것인데, 사업에도 적용이 됩니다.

딥테크 분야에서는 대부분 연구원이나 학계에 있던 분들이 뛰어난 학문적 성취를 내면 이것이 비즈니스에서도 엄청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비약적으로 해석하십니다. ‘내가 논문을 내서 주목을 받았던 내용이니까, 이걸 빨리 사업화해서 돈도 벌 것이다’는 생각. 이건 앞과 뒤가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이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는 창업팀이 성공합니다.

-뛰어난 메타인지력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나요. 창업팀이나 대표가 메타인지 테스트를 볼 수는 없고요.

“회사의 지분구조에서 보입니다. 결국 연구와 사업은 다르고, 자신의 부족한 역량을 외부의 다른 사람을 끌어와 보완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안 되는 딥테크 스타트업의 전형은 기술을 연구한 자신이 지분의 100%, 90%를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영에 대한 것들은 친한 경영학과 교수님이 도와주기로 했다고 답합니다. 이렇게 도와주실 분들은 전력을 다할, 올인을 할 이유가 없죠. 처음부터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팀빌딩인 셈이고, 이런 지분 구조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기술도 사업으로 발현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인터뷰 때 가장 공들여 확인합니다. 과연 창업팀이 냉혹한 사업의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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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B에서 30~50%를 반드시 회수하는 이유, 불황이 와도 B2B SaaS와 소부장 스타트업은 기회가 왔다

최근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데모데이 당시 팀원들이 모여 찍은 단체 사진.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미국과 다른 한국의 액셀러레이터, 딥테크는 아직 업사이드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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