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줄폐업'에 좁아진 이태원 상권…'비극의 골목'으로 인파 몰렸다

이비슬 기자 손승환 기자 남해인 기자 2022. 11. 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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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에는 걷고 싶어서 이태원에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부분 코스프레(분장놀이)를 촬영하거나 길가를 뱅뱅 도는 재미로 오더라고요."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송모씨(45)는 31일 오후 악몽으로 변한 핼러윈을 떠올리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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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음식거리만 '벼랑 끝 생존'… 밀집도 더 높아져
핼러윈 데이 '길거리 구경' 많아…'핫플' 골목으로 대거 유입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비슬 손승환 남해인 기자 = "핼러윈에는 걷고 싶어서 이태원에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부분 코스프레(분장놀이)를 촬영하거나 길가를 뱅뱅 도는 재미로 오더라고요."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송모씨(45)는 31일 오후 악몽으로 변한 핼러윈을 떠올리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29일 밤 송씨 가게 앞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아이를 데리고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겼던 인근 상인들도 올해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핼러윈 때마다 주점과 클럽이 몰려있는 곳에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이 모인다"며 "세계음식거리는 핼러윈 때마다 사람이 많지만, 올해는 유독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이 폴리스라인이 설치 돼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22.10.3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코로나 3년 만에…이태원 일대 상권 대거 축소

참사가 발생한 위치를 중심으로 반경 500m 내에 구역마다 특색있게 형성된 이태원 상권들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비싼 임대료와 권리금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았다.

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전후 서울 상권 매출의 공간적 변화'(권도율·전재식)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이태원 유동 인구는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19년과 비교해 최대 73% 감소했다.

경리단길과 퀴논길, 한남동 가로수길, 이슬람 사원까지 지하철역 2개 정거장 거리를 사이에 두고 넓게 퍼져있던 이른바 '이태원 상권'도 크게 위축됐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일대로 관광객 발길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태원 관광안내소에 따르면 최근 반년 사이 경리단길에 인접한 이태원 시장 안내 요청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날 찾은 경리단길은 실제로 상점 곳곳이 비어있었다. 임대 안내문을 내건 공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경리단길에서 만난 김모씨(26·여)는 "경리단길은 거리가 좁기도 하고 식당 종류가 많지 않아 자주 오지는 않는다"며 "이태원역 인근에 이곳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큰 매장이 많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2022.10.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이태원역 '세계음식거리'에 인파 집중

인근 상인들은 참사가 발생한 세계음식거리가 그나마 이태원의 '핫 플레이스' 명성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에서 30년간 식당을 운영한 최운철씨(57)는 "코로나19 이후 이태원역 일대 상권이 많이 죽었지만, (클럽이나 술집이 몰려 있는) 세계음식거리는 항상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올해 이태원에는 3년 만에 첫 '야외 노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기록적인 인파가 모였다. 이태원 일대 주민·상인들도 "그동안 봤던 인파 중 가장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원 주민 양은혜씨(30)는 "이번에 어린 친구들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사람이 몰리는 길에서 놀다가 그런 것 아니냐"며 "주변에 가볼 곳이나 놀 곳이 많았다면 굳이 한곳에 모여있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태원 전체의 축제였던 핼러윈은 비극이 됐다. 이태원에서 15년간 주점을 운영한 강신일씨(58)는 "핼러윈만 바라보고 1년 장사를 했다. 코로나19 이후로 이제야 좀 되나 했더니 또 이렇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씨는 가게 천장에 매달아 둔 핼러윈 장식을 걷어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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