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머리띠 남성이 '밀라' 외쳤다" 증언에···CCTV 뒤진다

변윤재 인턴기자 2022. 11. 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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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김희중 경찰청 형사국장 기자간담회서 밝혀
"10만 명 인파 중 특정하기 어려워···고의성 입증도 난항" 입장도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부근 도로에 시민들이 골목길에 몰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경제]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 ‘토끼 머리띠를 한 인물이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목격자 진술이 엇갈려 추가로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 위쪽에서 토끼 머리띠를 한 인물 등이 앞사람을 고의로 밀어 사고를 일으켰다는 의혹에 대해 “목격자 조사,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연합뉴스

인터넷상에서 제기되고 있는 증언들이 사실일 경우, 이 남성에 적용되는 혐의에 대해선 “관련자 진술과 영상까지 같이 검토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사실관계에 따라 혐의 적용 여부 등이 다를 수 있다”라고 답했다.

김희중 경찰청 형사국장은 “(지금은) 현장 목격자들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상황이 되면 강제 수사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 본부장은 유명인을 보려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사고가 일어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답했다.

남 본부장은 “아직 인파가 몰린 정확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신중히 답했다. 또 마약 투약 가능성을 두고선 “현재까지는 마약과 관련한 관련성이 확인된 바가 전혀 없다”라고 일축했다.

사망자 부검과 관련해서는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폐쇄회로(CC)TV 등 다수의 영상이 존재해 사망 원인을 밝히는데 부검의 필요성은 높지 않으나 유족이 희망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부검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까지 부검 희망은 없다”라고 전했다.

용산구청 등 관할 지자체가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선 “주최자가 애매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확인을 해야 말할 수 있다”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경위와 안전조치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총 475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꾸린 상태다. 지금까지 목격자 44명을 조사했고, 사고 현장에 설치된 42곳의 52개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남 본부장은 “목격자와 부상자, 인근 업소 종사자 등을 위주로 44명을 1차로 조사하고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라며 “사고와 관련된 SNS 영상물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31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경찰 관계자 등이 합동 감식을 위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고인과 유족 등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악의적 허위 사실 유포 등에 대해서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남 본부장은 “명예훼손 게시글 6건에 대해선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게시글 63건에 대해선 방심위와 운영자에게 삭제 차단을 요청했다”라며 “악의적인 허위·비방글과 피해자 신상정보 유포 행위는 고소 접수 전이라도 수사 착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남 본부장의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질의응답이 오간 이유는, 사고 직후 목격자와 생존자들 사이에서는 누군가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이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공통으로 언급된 점은 골목 위쪽에서 “밀어! 밀어!” “우리 쪽이 더 힘세 밀어” 등의 말이 나온 뒤 순식간에 대열이 내리막길로 무너졌다는 내용이다.

일부는 처음 밀기 시작한 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특히 “5~6명 무리가 밀기 시작했다”, “한국인 남자 무리에 외국인도 섞여 있었다”,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을 잡아야 한다” 등의 증언을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들이 특정되면 미필적 살해, 과실치사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엄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누구를 위해를 가할 의도로 밀었다면, 여러 형법적 부분이 걸려 있을 수도 있다”며 “고의 상해나 살인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해 등의 죄목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던 만큼 경찰 수사가 진행돼도 행위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수 있고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 역시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엄 교수는 “누구 하나가 떠밀렸더니 다리가 걸렸고 사람들이 넘어졌고 이어 다른 사람이 연거푸 넘어져 깔린 사람이 정말 엄청난 무게를 감당하게 된 것”이라며 “자발적 참여 행사에서 누구 하나를 특정해 말하긴 어려운 부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변윤재 인턴기자 jaenalis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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