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노루그룹 창업주 ‘홀딩스’ 지분상속…2~3남은 없었다

신성우 2022. 11. 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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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진단] 노루②
장남 한영재 회장, 창업주 별세 때 지분 2%
상속으로 최대주주…2007년엔 38% ‘열일’
2016년말 노루로지넷으로 대물림 신호탄

장수 브랜드 ‘노루표 페인트’를 가진 중견 정밀화학그룹 ‘노루(NOROO)’는 어느덧 3세 체제가 뿌리 내릴 채비를 하고 있다. 8년 전 가업에 입문한 후계자가 경영수업 단계를 빠른 속도로 밟아나가고 있다. 

가업 세습의 또 다른 한 축, 지분승계도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터라 오롯이 홀딩스 지분만 후계자의 손에 넘어가면 마침표를 찍는다. 2대 경영자 한영재(67) 회장이 2%에서 시작해 ‘열일’해서 확보한 38%가 대상이다. 2016년 말, 일을 벌였다.  

한영재 회장, 상속으로 1대주주 부상

1999년 3월, 현 지주회사 노루홀딩스의 전신이자 모태기업인 대한페인트잉크의 최대주주에 한 회장이 올라섰다. 고(故) 한정대 창업주 별세(1998년 11월) 이듬해로, 1대주주로서 보유 중이던 창업주 지분이 2세들에게 상속된 데서 비롯됐다. 

총 15.91%. 전체의 3분의 2에 가까운 9.94%를 물려받은 이가 3남5녀 중 장남인 한 회장이다. 고작 2.00%에 머물던 한 회장 지분은 11.94%로 증가했다. 나머지는 각각 1.99%씩 다섯딸 중 장녀 한현숙(74), 차녀 한인성(73), 4녀 한명순(71)씨 몫이었다.

당시 차남 한동엽(64) 프라코 사장과 3남 한진수(63) 대한잉크화학 사장 또한 계열 경영일선에 있었지만 배제됐다. 창업주가 사전에 대한페인트잉크에서 각각 플라스틱 제조사업(1989년)과 인쇄잉크 사업(1994년)을 두 아들 몫으로 떼준 데 따른 것이다. 

창업주가 일찌감치 장남을 후계자로 낙점하고, 한 회장이 적통을 이어받게 된 배경이다. 45세가 되던 2000년에 가서는 회장 자리에 앉았다. 같은 해 모태기업의 사명을 ‘디피아이(DPI)’로 바꾼 것은 2세 체제의 출범을 알리는 징표일 수 있다.    

강력한 오너십 뒤엔 홀딩스 38% 지분

한 회장이 최대주주가 되기는 했지만 10%를 갓 넘는 개인지분이 성이 찰리 없었다. 많아봐야 각각 2%인 다른 형제·자매 소유의 특수관계인(5명) 지분을 합해도 21.03%로 오너 일가의 지배기반 또한 취약한 편이었다. 

지분 확보에 공을 들였다.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였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2001년과 2004년에는 디피아이의 주식소각을 통해 지분을 끌어올렸다. 2005년 12월 2대주주(지분 25%)로 있던 계열사(에프코트노벨)와 합쳐 갈아타기도 했다. 2005년 말 19.51%(보통주 기준)로 확대했다. 

2006년 6월 마침표를 찍었다. 디피아이를 지주 디피아이홀딩스(존속·2010년 3월 현 노루홀딩스로 사명 변경)와 제조 노루페인트(신설)로 인적분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노루페인트 지분(19.51%)을 지주에 현물출자하는 대가로 홀딩스(14.93%)로 갈아탔다. 정해진 수순이었다. 

한 회장의 노루홀딩스 직접 소유지분이 34.44%로 높아졌다. 2007년 8월 50% 무상증자 뒤에는 38.44%(일가 포함 46.88%)로 한층 더 ‘레벨-업’ 됐다. 당시 노루홀딩스가 23.24%나 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데 기인한다. 22년간 강력한 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게 한 힘이다. 

노루로지넷이 쏘아올린 대물림 신호탄

현재 노루의 국내 계열사는 20개사다. 주력 사업인 도료를 비롯해 새로운 수익모델로 키우고 있는 농생명 분야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14개 계열사(자회사 10개·손자회사 4개)가 지주회사 노루홀딩스 아래 배치돼 있다. 

핵심은 노루페인트다. 건축·공업용, PCM 강판 도료 등 대부분의 범용 도료를 모두 생산한다. 노루 전체 자산의 57%(2021년 기준 6010억원), 매출의 68%(6470억원)를 차지할 정도다. 

노루오토코팅(자동차용), 아이피케이(선박용), 노루코일코팅(PCM 강판용), 노루비케미칼(플라스틱용) 등도 포진해 있다. 종자업체 농업회사법인 ㈜더기반, 첨단온실 설계·시공·재배시스템 등 토탈 솔루션 업체 기반테크 등도 마찬가지다. 

정점에는 변함없이 한 회장이 위치한다. 홀딩스 외에는 계열 지분이 없다. 반면 현재 홀딩스 개인지분은 30.57%다. 이전보다 7.87%p 감소한 수치다. 죄다 후계자 수중에 있다. 1남1녀 중 맏아들로 ‘후계 0순위’인 한원석(36) 현 노루홀딩스 전무다. 

‘[거버넌스워치] 노루 ①편’에서 언급한 대로, 한 전무가 노루에 발을 들여놓은 해가 2014년. 이를 계기로 한 회장이 2010년 무렵부터 후계자를 위해 준비한 3장의 ‘히든카드’를 하나 둘 꺼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2016년 12월 ‘계열빨’ 든든했던 노루로지넷으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 [거버넌스워치] 노루 ③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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