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태원 참사도 '하인리히 법칙' 예외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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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참사 때마다 거론되는 이름이 하나 있다.
이태원 참사 역시 하인리히 법칙의 예외는 아니었다.
후배 기자는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지역 상인회가 이태원 주요 상점을 돌면서 '클럽 내 불법촬영·강제추행' 금지 스티커를 붙이는 현장을 취재 중이었다.
기자는 주한미군 단속반, 용산경찰서 관계자와 함께 이태원 거리 미군 질서유지 현장순찰에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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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대형참사 때마다 거론되는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허버트 W. 하인리히가 그 주인공이다. 보험회사 관리자였던 그는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1:29:300 법칙을 주장했다.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있었고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사건이 300번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이태원 참사 역시 하인리히 법칙의 예외는 아니었다. 기자는 사고가 발생하기 4시간 전인 오후 6시쯤 사고 현장에 있었다. 1번 출구쪽 앞에서는 10미터를 이동하는데도 5분 이상이 걸릴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당시 기자는 사고 골목 아래쪽을, 후배 기자는 위쪽을 지나고 있었다. 1번 출구 쪽에는 용산 의용소방대와 경찰 몇 명이 경광봉을 들고 이동을 안내했지만 수많은 인파가 섞여 보행 안내나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그곳을 빠져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3번출구 쪽으로 이동해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3번 출구에서 나오는 사람과 들어가려는 사람이 엉켜 5m가량 인도를 이동하는 데 약 3분이 걸렸다.
참사 4시간 전부터 이미 이태원역 인근 곳곳에는 넘쳐나는 인파들로 이동이 힘든 상황이었다. 오후 8시가 넘어서면서 인파가 훨씬 더 늘어난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후배 기자는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지역 상인회가 이태원 주요 상점을 돌면서 '클럽 내 불법촬영·강제추행' 금지 스티커를 붙이는 현장을 취재 중이었다. 앞서가던 용산구청 공무원을 따라가다가 인파에 휩쓸려 인파 속에 고립되기도 했다고 한다. 다시 일행을 찾으려 했지만 움직임이 여의치 않아 출발했던 커피숍으로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인 오후 10시. 기자는 주한미군 단속반, 용산경찰서 관계자와 함께 이태원 거리 미군 질서유지 현장순찰에 동행했다. 3번 출구 뒤 식당과 주점 골목을 순찰했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세계음식거리 골목보다는 인파가 덜했다. 하지만 이동이 힘든 것 마찬가지였다. 많은 인파로 인해 한꺼번에 움직였던 팀이 5명과 뒤에 따라가던 4명으로 분리되기도 했다.
오후 10시40분. 참사 현장과 불과 100미터 거리에 있었지만 사고 사실을 알아챌 수가 없었다. 이태원역 인근 인도와 차도로 인파가 넘쳐났고 차량이 모두 멈춰서 있었다. 카카오톡 사진전송이 안 되기 시작했고, LTE통신도 먹통으로 변해 기사 전송이 안됐다. 전화와 문자만으로 소통이 가능했다. 이태원 파출소에 주변도 갑자기 몰려든 인파로 경찰들의 진출입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 건 오후 11시27분쯤이었다. 해밀턴 호텔쪽에서 "압사 압사"라는 말이 들렸다. 급히 사고 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환자 한명이 긴급하게 들것에 실려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왼편에는 10여명이 도로 2차선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있었다. 그 이후는 차마 다시 글로 옮기고 싶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당시 이태원에는 13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있었다. 기자처럼 일행과 헤어지기도 했을 것이고 누군가와 부딪혔을 것이다. '그 수많았던 위기의 징후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그날 그자리에서 다행히 화를 면한 이들도 가슴속에는 지울 수 없는 '후회'가 남지 않았을까.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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