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잠 못 들게 하는 글로벌 정세[메디칼럼](20)
2022. 11. 1. 07:07
최근 사회 이슈는 고환율, 고금리, 미중 갈등, 북한 핵,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공포로 점철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병원(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이런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당장 매출 걱정, 직원들 월급 걱정, 나라 걱정, 자식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그렇다. MBTI에서 J(판단형)가 포함돼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 객관적인 지표들이 너무 안 좋은 게 사실이다.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게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모든 일이 제로섬 게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도 잘되고 나도 잘되는 사회구조가 돼야 한다. 현실을 보자. 안타깝게도 지금은 굉장히 한정된 자원을 나누고 있다. 나눔의 미학은 사라진 지 오래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패러다임 변화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통합의 유럽은 분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후 각국에 ‘스트롱맨’들이 정권을 잡기 시작했다. 트럼프, 푸틴, 시진핑, 아베, 심지어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제1당을 파시스트당이 차지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징조의 연속이다.
사자들이 우리 밖을 돌아다니는데 배를 드러내놓고 가만히 누워 있는 ‘먹잇감’은 없다. 특히 나라 간 외교에서는 신의보다는 철저하게 자국 이기주의로 가는 것이 원래 정설이다. 그래서 정치 혹은 외교는 항상 주고받게끔 돼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론이 안 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우리나라 대기업의 지원 약속을 받고도 자국 이기주의로 미국 생산 제품만 인센티브를 인정하겠다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세상은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정글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우리 입장을 계속 그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 나라의 경쟁력과 자강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우리처럼 지역적으로 미·중·일 사이에 끼어 있고,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굳이 속마음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스탠스에 엄청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괜히 도움이 되는 친구를 잃어봤자 좋을 게 없다.
두가지는 더 신경써야 한다. 하나는 국가의 힘이다. 군사력은 수동적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남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어서다. 정부 권력도 국민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 국민과 약자를 보호하는 게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견제를 받을 때 선한 권력으로서 역할을 한다. 다른 하나는 경쟁력 혹은 경제력이다.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는 반도체가 되겠다.
한때였지만, 황우석 사태 이전에 바이오 주도권이 잠시나마 우리에게 있었다. 성형외과 의사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이 성형외과 분야에서 미미하게나마 주도권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물론 아시아권과 러시아 특히 중동, 몽골, 동남아 쪽에 국한이 됐지만, 상당히 많은 부가 한국으로 몰려왔다. 어느 정도의 내부 담합(?)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허권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문화콘텐츠 성격을 가미해 국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간다면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가끔 수십년 전 우리가 뉴욕에서 가발 산업의 주도권을 유대인에게서 가져왔던 일을 예로 든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최소한 100년 유지할 수 있었던 사업이 내부 담합은커녕 가격 파괴를 통해 내부 생태계 자체를 무너뜨린 사례였다. 내부 담합이라는 단어 표현 자체가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우리 기술을 지키는 하나의 수단이 되는 건 사실이다.
성형외과 업계도 결국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비전문의가 중국에 가서 저렴한 비용으로 수술을 했다. 전문의들은 중국에 수술 기법을 알려주는 데 급급했다. 결국 중국인들이 따라하는 바람에 중국인 환자들을 많이 빼앗겼다. 이로 인해 국내 시장은 상대적으로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레드오션으로 이어졌다. 최소한 100년은 가리라고 생각했던 시장이 20년은커녕 10년 만에 중국에 상당 부분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어떠한 업계를 지키려면 당연히 도덕적이고 정의로워야 한다. 봉사활동 등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순 없는 노릇이다. 내부의 치부를 자체 해결하지 않고 검찰이나 방송 등을 이용한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우려대로 시장은 많이 망가졌고, 기술력도 상당 부분 빼앗겼다. 어떠한 큰 흐름은 한 개인이 바꿀 수 없다. 분야 전반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그래서 집단 컨센서스가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부정적인 느낌이 있으나 담합이라는 표현을 써보았다.
최근 이슈 중 중국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중국은 상당히 합리적인 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경제는 자유시장경제를 받아들였으면서 상무위원회라는 7명의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어느 정도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왔다. 간단히 정리하면 약 1억명의 공산당원 중 2000~3000명의 대표자를 뽑고, 그중에서 중앙위원회 371명을 뽑는다. 다시 그중에서 25명의 정치국원을, 정치국원 중에 7명의 상무위원을 최종 선출한다. 그 7명의 상무위원은 대략 3개의 계파별로 분배해 권력을 분산한다. 이렇게 해서 부패하기 쉬운 절대권력의 폐해를 막고자 했다.
시진핑은 7명의 상무위원을 모두 측근으로 채웠다. 심지어 중앙위원회 대부분을 자기 사람들로 채웠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됐다. 중국은 독재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들은 명분이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미국의 독주, 유럽에 불고 있는 중국과의 탈동조화 현상, 대만 이슈 등 때문이다. 중국은 철저하게 언론을 탄압하고 SNS를 통제 중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은 우리나라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지도부는 특히 더 그렇다. 국민이 무섭지 않은 권력이 어디에 있겠는가. 중국은 우리나라의 문화가 넘어오는 것을 경계한다. 한국은 촛불집회를 통해 비폭력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경험이 있는 나라다. 특정 정치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성숙한 시민의식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한 일이 한국에서는 평화롭게 이뤄진 것은 그들에게 분명 엄청난 충격이었다. 중국은 사상 교육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대만을 공격하는 시나리오가 이미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 대만, 북한, 한국, 일본의 전선 확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할지는 솔직히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트럼프가 다시 집권한다면, 특히나 자국 이기주의는 더 심해질 것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를 보면 셈법을 따지는 미국의 국제전략이 비교적 명확하게 보인다.
패러다임의 변화, 국제 정세의 혼란, 경기 침체의 공포가 모든 사람에게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IMF의 쓰라린 기억이 머리를 스친다. 정말 어려운 시기였다. 금 모으기 기억이 난다. 아직 우리에게는 어려운 시기에 발휘되는 국난 극복의 컨센서스가 남아 있을까. 다들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국면임을 인지하고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연대하고 공생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박병호 아이호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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