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화가의 마지막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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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순간을 담아낸 화가의 마지막 그림, 죽음을 맞이하면서 보내는 화가의 마지막 그림에서 우리가 감동을 받는 것은 그들이 보냈던 그 시간들을 작품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도 화가였던 조는 호퍼 곁에서 동료이자 가족, 친구로 평생을 호퍼와 함께 했으니 마지막 가는 길에 남긴 사랑의 연시 같기도 한 이 그림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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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로 말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
-에드워드 호퍼
삶의 모든 순간을 담아낸 화가의 마지막 그림, 죽음을 맞이하면서 보내는 화가의 마지막 그림에서 우리가 감동을 받는 것은 그들이 보냈던 그 시간들을 작품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에 임박해서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
초록 숲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무대 위에 광대 복장을 한 두 희극배우가 등장한다. 이들은 두 손을 맞잡고 관객들에게 고별인사를 한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한바탕 잘 놀다가 퇴장하는 자신들을 지켜봐 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듯 가슴에 손을 올리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있다. 이 희극배우들의 얼굴은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와 그의 아내 조 호퍼(Josephine N.Hopper, 1883-1968)이다. 가장 현대적인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두 희극 배우'(1965)는 실제로 호퍼 부부의 고별인사가 되었다. 호퍼는 이 그림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인 줄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호퍼가 세상에 띄우는 마지막 편지 같은 이 그림 속에서 그는 세상의 모든 풍파를 함께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다. 45년, 온갖 희비극을 겪으면서 해로한 부부의 시간에 경의를 표하는 것처럼 말이다.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화폭에 옮긴 호퍼이지만 그의 <마지막 그림>을 보면 그 자신은 외롭지만은 않게 살았던 것 같다. 평생을 함께 한 아내 조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조라는 애칭의 조세핀은 평생에 걸쳐 호퍼의 중요한 조언자이자 모델로 '나이트호크'에 나오는 붉은 머리 여인을 비롯해 호퍼의 그림 속 대부분 모델로 등장했다. 자신도 화가였던 조는 호퍼 곁에서 동료이자 가족, 친구로 평생을 호퍼와 함께 했으니 마지막 가는 길에 남긴 사랑의 연시 같기도 한 이 그림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호퍼의 그림은 미국 대도시 사람들의 고독을 즐겨 그렸다. 도심의 차가운 분위기와 공허한 인간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 많고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공간을 구성하는 세부적인 것들을 모두 없애고 조명과 여백, 인물로만 표현하여 언뜻 보면 아름답지만 들여다볼수록 차갑고 공허한 기운이 그림을 지배하고 있다. 너무도 막막하여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보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Nighthawks(1942)를 보면 더욱 그렇다. 바(diner, 우리나라의 24시간 편의 식당)에 네 사람이 있다. 바텐더, 한쌍의 남녀, 그리고 중절모를 쓴 남자, 그들은 화기애애하지 않다. 대화할 거리가 별로 없는 듯 한 남녀, 그들과 동떨어져 홀로 앉아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듯 한 남자. 늘 하던 일을 기계적으로 하고 있는 듯 한 식당 직원, 호퍼는 도시의 일상적인 장면들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해서 익숙한 주위환경을 낯설게 느끼게 한다. 그럼으로써 도시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저절로 느끼게 한다. "그래, 이렇게 외롭구나." 하지만 나만 외로운 게 아니었구나. 이 새벽 도심의 어느 술집에서 밤을 새우고 있는 외로운 어떤 이들도 나와 함께 이런 마음을 느끼고 있구나. 이상하게 차가운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처음의 그 차가운 섬뜩함이 오히려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차가운 도심위에서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적 깨달음도 얻는다.
삶이 외롭고 힘들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때로는 지겹기도 하지만, 살다보면 행복한 날이 있을 거라고, 오늘,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야 한다고, 그게 살아있는 의미라고, 그래서 죽음이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선선히 그를 맞이해야 한다고 호퍼는 마지막 그의 그림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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