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대전과 중고제 예술

최혜진 목원대 스톡스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2022. 11. 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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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1905년 경부선 철도가 놓인 이래 근대도시로 성장한 곳이다.

특히 전통예술의 경우 충청지역, 특히 충남지역의 명인, 명창들이 대도시인 대전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

대전은 바로 이러한 중고제 예술권역의 근대 중심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대전은 충청지역 예술인들이 활동하면서 중고제 예술을 남기고 이어가는 터전 역할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 맥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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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 목원대 스톡스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대전은 1905년 경부선 철도가 놓인 이래 근대도시로 성장한 곳이다. 그렇다 보니 대전만의 전통이 짧고 근대 이전의 전통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곤 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미 대전군 당시 공주, 유성, 진잠 회덕 등 유서 깊은 생활 터전을 포함한 것은 물론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좋고 교통이 좋은 곳으로 여러 문화가 발달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전은 충남의 도청소재지 역할을 하면서 현대사를 이어왔다. 대전이 교통과 문화 중심지가 되고 행정중심도시가 되니 자연히 충청지역의 문화예술인도 대전으로 모여들었다. 많은 예술가들이 대전지역을 중심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창조하거나 계승해 나갔던 것이다. 특히 전통예술의 경우 충청지역, 특히 충남지역의 명인, 명창들이 대도시인 대전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

18세기 이래 경기, 충청을 중심으로 새로운 예술문화가 피어나고 이러한 전통을 이어 온 유파를 우리는 지금 '중고제'라 부른다. 중고제는 판소리 가문에서 시작되어 그 유파 이름이 근대에 명명된 것인데, 신제에 비해 '고제'를 이어온 유파를 말한다. 이 중고제는 점차 가무악으로 넓어지면서 경기 충청지역에서 전파되고 유행했다. 판소리 가문의 대표적인 집안이 서산의 심정순, 논산의 김성옥 가문이라 할 수 있다. 고법, 기악, 춤 등에서도 일가를 이루었는데 고법과 춤 분야 대표적인 분이 홍성의 한성준 가문이다. 이밖에 강경의 백낙준은 거문고 산조를, 청양의 윤종선은 내포제 시조나 단소를, 청주의 박팔괘는 가야금 산조를 최초로 만들며 중고제의 기틀을 닦았다.

중고제 예술은 경기, 충청은 물론 전국의 예술가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전통예술의 근원 역할을 하고 있다. 대전은 바로 이러한 중고제 예술권역의 근대 중심지역이라 할 수 있다. 청양에서 발원한 송순갑 명인이 만든 웃다리농악이 대전무형문화재 제1호로 있는데, 충청지역 전문연희의 발달은 남사당놀이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 기예가 우수하다.

근대 5명창 중 한 사람이었던 이동백이 범접하지 못했다는 공주의 김석창 명창은 전설처럼 그의 실력이 전해온다. 그 아들 김덕순이 안성과 화성에서 활약했고, 김석창의 손녀 김숙자가 대전에서 제자를 길러냈다. 김숙자의 춤은 지금 대전시 무형문화재 김란 보유자와 최윤희 보유자에게로 이어져 활발히 전승되고 있다. 박동진 명창의 중고제 적벽가를 잇는 소리꾼들이 대전에서 활동 중이며, 내포제 시조를 전승하는 조남홍 명창이 대전에서 현재도 제자를 기르고 있다. 충청지역 기악의 명인들로부터 두루 줄풍류와 시조를 사사한 이경호, 권용세 선생은 20세기 후반 대전지역에서 향제 줄풍류를 전승함으로써 중고제 줄풍류를 남기는 데 공헌했다.

이처럼 대전은 충청지역 예술인들이 활동하면서 중고제 예술을 남기고 이어가는 터전 역할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 맥은 이어지고 있다. 근래 중고제 가무악이 다시 조명을 받고 충청인의 정서와 어법, 미학이 살아있는 중고제 예술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오는 4일과 5일은 공주에서 제1회 중고제축제가 열린다. 중고제가 근현대까지 이어진 전통가무악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점을 알리고, 충청권의 예술적 정체성을 잘 보전, 계승해야 한다는 중흥선포식도 할 예정이다.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문화재단이 함께 결의한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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