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이카로스와 ‘날개’[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21)

2022. 11. 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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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가 앞에 보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금방 손에 잡힐 것 같아 무리하게 욕심을 내기 쉽다.

하지만 욕심이 앞서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욕망에 눈이 멀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카로스의 추락’(1636년, 나무에 유채, 벨기에 왕립미술관 소장)


그리스신화에서 무리한 욕망으로 망가진 사람이 이카로스다. 이카로스는 건축가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다이달로스는 테세우스를 사랑한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에게 실타래를 주면서 탈출 방법을 알려줘 테세우스가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준다. 그 일로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의 노여움을 사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섬에 갇힌다.

다이달로스는 섬을 빠져나가려면 하늘을 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이달로스는 자신의 재주를 한껏 발휘해 깃털과 밀랍으로 자신과 아들의 어깨와 팔에 날개를 만들어 붙였다. 다이달로스는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에 아들 이카로스에게 태양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태양열로 밀랍이 녹아 깃털이 떨어져 나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는 날개를 힘차게 저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들은 방향을 북동쪽으로 잡아 파로스섬, 델로스섬, 사모스섬 위를 날아갔다. 스포라데스 제도와 이오니아 해안 사이를 지날 때쯤 이카로스가 비행에 도취한 나머지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한껏 하늘 높이 올라갔다. 그러자 태양의 뜨거운 열기가 날개의 밀랍을 녹였다. 날개를 잃은 이카로스는 그대로 바다로 추락했다. 이때부터 이 바다는 이카로스의 이름을 따 ‘이카리아해’라고 불리고 있다. 다이달로스는 근처의 섬(오늘날의 이카로스섬)에 착륙해 바다에서 아들의 시체를 건져 섬에 묻어줬다.

이카로스가 추락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이카로스의 추락’이다.

몸에 날개를 달고 있는 남자가 다이달로스다. 머리가 바다를 향해 있는 남자는 이카로스다.

이카로스에게 날개가 없는 것은 밀랍으로 된 날개가 태양에 녹아내렸음을 나타낸다.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는 하늘 전체는 강렬한 태양을 의미한다. 밝은 빛의 하늘과 대조되는 검은색 바다는 이카로스의 죽음을 암시한다.

루벤스의 이 작품에서 다이달로스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는 것은 온몸을 다해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다. 다이달로스의 어두운 얼굴은 아들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눈에 보인다고 고지가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고지가 목전에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곤두박질치느냐, 정상으로 올라가느냐가 결정된다. 올라갈 때는 힘이 들지만 내려올 때는 날개가 필요치 않다. 그저 추락의 속도가 줄어들기를 바랄 뿐이다.

박희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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