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핼러윈의 '압몽(壓夢)'

백승목 기자 2022. 11.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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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압몽(壓夢)이 재현됐다.

150여 명이 훌쩍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중 최대 피해규모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핼러윈 축제는 지역 소상공인과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행사였던 터라 매뉴얼이 적용되지 않았다.'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축제'라는 조건엔 부합했지만, 축제를 주관하는 주최자가 없어 신고 대상이 아니었을 뿐더러 신고할 단체나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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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목 서울취재본부 차장

역대 최악의 압몽(壓夢)이 재현됐다. 150여 명이 훌쩍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중 최대 피해규모라고 한다.

갖가지 '코스튬'을 차려입은 젊은이들로 한껏 들뜬 29일 이태원의 거리는 밤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찼다.

축제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오후 10시 22분.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폭 4m 정도의 비좁은 경사로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최악의 압사 참사를 알리는 신호였다.

갑자기 사람이 불어나 좁은 길이 가득 차면서 옴짝달싹하지도 못하게 됐고 누군가 밀려 넘어지자 순식간에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다는 게 현장 목격자의 공통된 증언이다.

10월 29일 밤 압사 사고가 나기 전 이태원 골목에 사람들이 뒤엉켜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사고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억눌렸던 에너지를 분출하려는 젊은이들이 일시에 쏟아져 나온 데다, 지하철역 인근의 좁고 경사진 골목에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했다.

골목 뒤쪽에 있던 사람들이 앞쪽에서 벌어진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골목으로 진입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좁은 길에 취객까지 뒤엉켜 구조대 접근마저 쉽지 않아 참사 현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정부 매뉴얼 무용지물론'이 재확인된 순간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간한 '지역축제 안전관리 매뉴얼'에선 순간 최대 1000명 이상 참가가 예상되는 지역축제 주최자는 축제 30일 전 지방자치단체 등에 안전관리 계획을 제출하도록 권고했다. 매뉴얼은 행안부가 과거 압사 사고 사례를 분석해 여러 차례 개선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핼러윈 축제는 지역 소상공인과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행사였던 터라 매뉴얼이 적용되지 않았다.'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축제'라는 조건엔 부합했지만, 축제를 주관하는 주최자가 없어 신고 대상이 아니었을 뿐더러 신고할 단체나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10월 31일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수많은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들은 행사 주최자와 상관없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 지자체· 경찰·소방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최 유무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 행사에 대해선 선제적 관리를 하는 게 '당연한 상식'이지 않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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