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400만~500만원 갚아야 하는데…“고금리 이어질텐데 빚내 집 사라고요?”
정부가 부동산 침체를 막기 위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고, 1주택자·무주택자의 LTV(담보인정비율)를 50%로 풀어주는 대출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아직 시장에선 큰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 7%를 넘는 등 이자 부담이 커진데다, 집값 하방압력도 거세 규제 완화 소식에도 차주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소득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해 고소득자나 현금부자가 아니면 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다.
1일 뉴스1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주 '부동산 대출규제 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뒤 은행 대출창구와 주요 대출·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정책 변화에 대한 문의가 간혹 있을 뿐 적극적인 매수·대출 문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조건부)의 LTV 규제 상한을 완화해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50%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LTV는 주택 담보 대비 대출금액의 비율로, 현재 보유주택·규제지역·주택가격별로 차등 적용된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경우 규제지역에선 20%~50% 이하로 묶여있는데, 내년부턴 일괄적으로 50%가 적용된다. 집값의 절반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내년 초부터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조건부)에 대해 그동안 금지했던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도 허용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로써 꽁꽁 얼어붙은 주택·가계대출 시장이 일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대출 커뮤니티엔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고금리에 대출받아 집 사라는 얘기냐", "대출받아 집 사서 집값 더 떨어지면 누가 책임지나"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형 금리는 지난 28일 기준 연 5.36%~7.431%, 변동형 금리는 연 4.97%~7.499%로 집계됐다. 주담대 금리 상단은 최근 연 7%대에 진입한 지 불과 1~2개월도 안 돼 7% 중반에 근접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로 채권시장까지 불안정해지면서 대출금리는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16억원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LTV 50% 상한에 맞춰 8억원 대출(40년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연 금리 5% 기준)을 받으려면, 매월 은행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386만원(연간 4629만원)에 달한다. 대출금리가 6%로 오르면 원리금은 440만원(연간 5280만원), 7%일 땐 497만원(연간 5964만원)으로 불어난다.
금융업계에선 가계대출 금리가 연내 8%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에 이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한국은행도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주담대 금리는 연 8% 선을 훌쩍 넘게 된다.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서는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의 일이다.
설상가상 집값 낙폭도 계속 확대되고 있어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8% 하락했다. 2012년 6월 이후 10년4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전국 아파트값도 0.28% 떨어지며 25주 연속 하락세다. 집값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고점 대비 수억원 하락한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LTV 규제는 풀렸으나, 소득기준 대출규제인 차주별 DSR 규제가 여전히 유지된 것도 대출 신청을 막는 요인이다. 올해 7월부터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은행권 기준으로 DSR 40% 제한을 받는다. DSR은 총소득에서 전체 대출의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총소득의 4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이 막히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부동산시장 심리도 얼어붙어 있어,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LTV 완화 정도의 시그널로는 시장 분위기가 바뀌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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