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부잡]우리 동네 분양가 누가 어떻게 정하나요

이하은 2022. 11.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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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고분양가심사제 목적·산정방법 달라
실수요자 보호·집값 안정 노렸지만…'공급지연' 지적도

'고금리에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뜬다'·'고분양가 심사로 합리적인 가격'

요즘 이런 분양 홍보 문구가 많이 보이는데요. 분양가에 '상한'이 있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데 지역마다 적용되는 분양가 규제가 달라요. 민간아파트인데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도 없고요.

정부는 투기 우려가 있거나 수요가 너무 많아 분양가가 폭발할 수 있는 지역에 분양가 제한을 두고 있어요. 분양가를 안정시켜 신축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취지예요. 하지만 공급자들이 분양을 주저하게 만드는 '공급 지연'을 낳았다는 지적도 꾸준합니다. 분양가 규제, 왜 하는 걸까요?

비용만 반영하는 '분양가상한제'

분양가 규제에는 총 2가지가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분양가상한제'와 실제 규제는 아니지만 사실상 규제 역할을 하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제'입니다. 분양가 상한을 정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목적과 절차는 다릅니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더한 가격 이하로 분양가를 정하고, 이외 금액은 반영할 수 없도록 합니다. 2005년 3월 처음 도입됐습니다.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에는 모두 적용하고, 민간택지는 집값 상승 우려가 큰 지역에만 적용합니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에서 집값 상승 선도 지역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영등포·마포·성동·동작·양천·용산·중구·광진·서대문 전 지역과 경기 광명·하남·과천시를 지정했습니다.

또 서울 강서·노원·동대문·성북·은평 일부 지역은 정비사업 등 이슈지역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선 사업주체가 분양가에 대한 감정을 받고, 이를 감정평가사협회가 검증합니다. 감평협회의 검증을 부동산원이 한 번 더 검증하면 비로소 분양가 산정 절차가 끝나고, 일반분양 등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주변 시세 반영하는 '고분양가 심사'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는 주변 가격과 비교해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을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2016년 처음 도입됐습니다. 분양보증 발급 후 건설사 파산 등으로 분양대금을 대신 갚아야 할 수 있어 분양가가 적정한 곳만 '보증'하겠다는 건데요.

고분양가 심사제는 간접적인 분양가 규제로 통합니다. HUG의 보증을 받지 못하면 주택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 규정이라는 겁니다. 인근 시세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보다는 규제 강도가 약하지만, 대상범위는 더 넓습니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 적용됩니다.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광명·성남·고양·남양주 등 20개 지역, 인천 중·동·미추홀·연수구 등 8개구, 세종시에 적용합니다. 단,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은 고분양가 심사에서 제외합니다.

심사 때는 같은 행정구역 내 준공 10년 내 아파트의 시세와 분양보증을 발급받은 단지의 분양가, 주택가격 변동률 등을 반영합니다. 이의신청도 가능하지만, 상한 분양가격이 인근 시세 대비 70% 이하로 나올 때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분양가 규제, 언제까지 계속될까

분양가상한제 이전에는 민간택지에서 자유롭게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었습니다. 1995년 강원·충북·전북·제주부터 분양가 자율화가 시작됐고, 1999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전면 자율화됐습니다.

분양가를 규제하기로 한 건 '고분양가' 논란과 '투기' 때문인데요. 지난 몇 년간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신축 아파트에 투기 수요가 몰렸고, 분양가가 오르니 실수요자가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이론적으론 분양가상한제로 새아파트값을 통제하면 주변 구축 아파트값 상승 우려도 적어집니다. 실수요자는 분양가를 예측하기가 쉬워지고,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우기가 수월합니다. 물론 최근 몇년간 가격이 이상 급등하면서 주변 시세와의 가격차가 커지면서 '로또 아파트'를 만들었습니다. 시세차익을 소수의 수분양자가 독점하는 부작용도 있긴 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공급입니다. 민간에서는 충분한 수익이 나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 공급을 주저하는 분위기입니다. 정비사업지에서는 분양가를 더 올리기를 바라는 조합과 지자체 등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요.

분양가 규제는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도 꾸준합니다. 정권에 따라 규제 강도 등이 바뀌니 혼란스럽다 지적도 있고요.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공공택지 아파트에만 적용하던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에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는데요.

그런데 올해 들어 청약경쟁률이 뚝 떨어지고, 미분양 물량마저 늘어 곤란한 상황이 됐습니다.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다가 분양가가 오르면 새 집을 사려는 사람이 더 줄 테니까요.

실제 지난 6월에 발표한 '분양가 제도운영 합리화 방안' 또한 폐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정부도 당시 "앞으로 분양가상한제 등 추가 개선은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분양가 개편, 주택공급 숨통?…둔촌주공 "기대보다 낮아 답답"(6월21일)

다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규제로 경직된 분위기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건데요.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자재비, 금리 인상 등으로 분양가는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도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미분양이 급증하는 상황에 시장이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면 분양가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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