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관리대상 '위험한 아파트' 전국 80곳… 1년 새 두 배 늘었다

김노향 기자 2022. 11. 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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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13년 만의 '건설 블랙리스트'] (2) 미분양 폭탄에 전통의 주택 강자들 '휘청'

[편집자주]2009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대량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하며 건설업체 10여곳이 퇴출됐던 이른바 '건설 구조조정' 사태가 재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로 촉발됐던 13년 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이번에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PF 자금경색이 건설업체들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양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늘어나 시행사 부도가 잇따를 경우 시공사 공사비 미지급 등으로 연쇄 부실이 일어날 수 있다. 5대 그룹 산하 롯데건설이나 SBS미디어그룹 계열 태영건설 등 대형건설업체들도 자금경색이 시작됐다. 이들 업체의 경우 그룹 지원 가능성이 높아 유동성 위기로는 이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고 시행사업을 늘려 보유 토지와 미분양 주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중소·중견 주택건설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한신공영이 지목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국에서 관리단계가 '정상' 이하인 '관찰·주의·관리·경보' 사업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80곳에 달한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롯데건설·태영건설 '자금난 경고음'
(2) HUG 관리대상 '위험한 아파트' 전국 80곳… 1년 새 두 배 늘었다
(3) 시공능력 25위 '한신공영', 미분양 폭탄에 자금경색 수면위로


#. 지난 10월27일 국내 최대 도시정비사업으로 손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만기를 하루 앞두고 7000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가까스로 연장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업체들로 구성된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일반분양 이전까진 사업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으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어렵게 투자자를 구했다.

기록적인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PF 대출이 난무하던 시기가 저물고 있다. 분양 호황을 틈타 돈을 쓸어 담던 주택건설업체들이 쓰러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건설업체나 대기업 계열업체들의 경우 회사채 발행 여건과 그룹 지원을 통한 자금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을 수 있지만 주택사업만을 영위하는 중소·중견업체, 정비사업 조합 등 시행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30가구 이상 공동주택 선분양사업에서 분양보증 상품 판매와 운영을 독점 수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국에서 관리단계가 '정상' 이하인 '관찰·주의·관리·경보' 사업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80곳에 달한다. 이는 2020년(38곳)에 비해 1년 만에 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분양보증은 사업자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미이행하는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 등의 환급을 보증한다.

건설회사가 도산해도 분양대금을 떼이지 않도록 돌려주거나 완공을 보증하는 것이다. HUG 관계자는 "지난 5년간 분양시장이 호황이어서 관리단계 '정상' 이하 사업장 수가 많지 않았지만 올 들어선 상황이 매우 나빠졌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일부 대형업체만 대상


NICE(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와 건설업체의 만기도래 PF ABCP 규모는 올 연말 32조3908억원, 내년 상반기 57조3759억원 등 총 90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부동산 연쇄부실을 막기 위해 시공사 보증 PF ABCP 등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만기도래 차환 물량을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매입 대상은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 'A1' 이상 CP와 전자단기사채 등이다. 현재 CP 등급이 'A1' 이상인 시공사는 시공능력평가 1~3위(2022년 기준)인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 등 3곳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매입 대상 증권의 등급 기준이 높아 실질적인 효과가 낮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4대 건설업체(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의 브릿지론(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차입금)이 본 PF 단계로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를 가정한 결과 현금성 자산이 남아있는 DL이앤씨를 제외하고 현대·GS·대우건설의 현금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보유한 주요 건설업체 가운데 올 상반기 PF 우발채무가 1000억원 이상인 곳은 롯데건설·태영건설·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GS건설·포스코건설·금호건설·KCC건설·한양·SGC이테크건설·아이에스(IS)동서 등이다. 연대보증·채무인수·도시정비 우발채무를 제외한 수치다.



태영건설, 부채비율 '300%' 이상


2009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돌입한 풍림산업·우림건설·동문건설·삼호·신일건업·삼능건설·월드건설·이수건설·경남기업·롯데기공·대동종합건설 등 11개 건설업체의 부채비율은 2007년 말 기준 평균 324.8%였다. 이들 업체의 부채비율은 이듬해인 2008년 말 1159.3%(자본잠식 대동종합건설 제외)로 급등했다. 11개 회사의 영업손익은 2007년 평균 360억원 흑자에서 2008년 214억원 적자로 바뀌었다.

올 상반기 기준 우발채무 1000억원 이상 건설업체 가운데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 곳은 태영건설(448.6%)이다. PF 우발채무를 포함한 부채비율(498.8%)은 500%에 육박한다. 아직 만기도래 시점이 상당기간 남아있지만 미착공이거나 비거주용 건물 비중이 높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실장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 시행에도 당분간은 회사채와 유동화증권 시장의 정상화 시점을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당사는 BBB 등급 건설업체와 PF 우발채무가 있는 A급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보유 자산, 계열 지원 등에 기반한 대체자금 조달방안에 대해 집중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부도 업체는 총 4개사다. 지역별로 부산 3곳, 경남 1곳으로 모두 지방 업체다. 최근엔 부동산 PF를 주도했던 저축은행이 지방 사업장과 비주거 부동산 상품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해 중소·중견업체의 자금줄이 사실상 막혔다.

지난해 연평균 8∼9%대이던 브릿지론의 금리는 현재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대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토지 매입을 위한 브릿지론과 PF 금리가 10%대로 치솟았는데 이마저도 대출 실행이 안 돼 사업을 미루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
유동화 전문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가 매출채권이나 리스채권, 회사채, 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CP). 부동산 관련 ABCP는 사업용지나 건설업체 보증 등을 담보로 발행된다. ABCP를 발행하기 위해선 일단 SPC가 금융위원회에 발행 계획을 등록해야 한다. 자산 보유자가 SPC에 자산을 양도하면 신용평가회사가 유동화증권에 대해 평가등급을 부여한다. ABCP는 주로 만기가 돌아온 기존 자산유동화증권(ABS) 채권을 상환하는 데 쓰인다. 단기 기업어음을 반복해 발행할 수 있다. 저금리인 단기자금을 여러 번 발행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장기 ABS 채권의 이자를 상환하므로 SPC가 금리 차이만큼 수익을 얻어 향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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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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