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컬렉터 시대가 온다…조각투자, 미술품 대중화 한 축”

전효진 기자 2022. 11. 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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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Interview] 미술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 김형준 대표

지난 9월 글로벌 양대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토종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함께 개최되며 7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자신의 취향을 투영하는 대상이자 자산 증식 수단으로 미술품을 바라보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등장과 관련이 깊다. 이들은 저상장 시대 투자 대체재로서 ‘아트테크(아트+재테크) 열풍’을 주도하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 거래에도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MZ 세대를 중심으로 올해 사상 처음 미술품 거래액 1조원대를 넘보고 있는 국내 미술 시장 대중화 현상을 분석한 배경이다. [편집자주]

김형준 테사 대표 ▲고려대 전기전자공학과,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석사 ▲전 버즈아트 대표 ▲ 전 지오 소프트웨어 대표 ▲전 엑스포비 근무 ▲전 삼성SDS 근무 ▲전 SK텔레텍 근무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고액 자산가나 소수의 전문 컬렉터만이 고가의 미술품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 조각투자 방식을 통해 일반인들이 ‘마이크로 컬렉터’가 되는 것이다. 여러 명이 함께 소유한다면 결국 반 고흐의 작품도 조만간 국내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10월 6일 서울 성수동의 ‘테사 갤러리’에서 만난 미술품 조각투자(소액투자) 플랫폼 ‘테사’의 김형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미술품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미술품 대중화 현상이 가속화됐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테사는 최소 1000원 단위부터 미술품 분할 소유권을 구매할 수 있는 무형자산 거래 플랫폼으로, 지난 2020년 4월 출시됐다. 기존의 미술품 거래는 명확한 출처가 있어야 가치를 매길 수 있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갤러리(화랑)가 보증한 ‘소장 이력(provenance)’이 필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테사는 블록체인 분산 원장 기술을 사용해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작품의 소유권 현황과 거래 이력 등을 공개하고 아트테크(아트+재테크) 생태계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까지 테사를 통해 약 12만6000명이 미술품 조각투자를 경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술품 투자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을 시작하던 초창기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1년 전만 해도 신규 기술에 개방적인 2030 세대가 서비스에 관심을 주로 보였다. 최근에는 재테크에 민감한 30대(33%·회원 비중), 40대(28%), 50대 이상(13%)의 회원 수가 20대(18%)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 그동안 흥행했던 부동산·주식 시장은 어려워진 반면 실물 기반의 미술 시장, 특히 글로벌 하이엔드 미술 시장이 여전히 잘되고 있는 배경엔 대중의 재테크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으면서 나타난 미술품의 대중화 현상이 있다.”

1조원 돌파를 앞둔 국내 미술 시장이 조정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금 국내 미술 시장은 조정기가 오긴 왔다. 하지만 여기서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뉜다고 본다. 스테디셀러는 언제나 존재하며 꾸준히 그 가치가 빛을 본다. 꾸준히 그림을 구입해 온 수백억원 자산의 컬렉터들은 급하게 매물을 던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하이엔드 그림 시장은 나름대로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생각한다. 반면 최근 급등한 작품은 조정기에서는 그만큼 등락 리스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조정기라도 사람들이 어디에 모여있나를 봐야 한다. 지난 9월 열린 글로벌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Frieze Seoul)’만 봐도 해외 명작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미어터졌다. 반면 토종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 SEOUL)’는 한산했다. 하이엔드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고 여기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블루칩 미술품은 어떻게 찾나.

”테사의 100% 자회사인 ‘테사 에셋(TESSA ASSET)’의 아트리서치팀이 철저히 데이터 기반으로 작품을 고른다. 테사는 연간 1000만달러(약 145억7000만원) 이상의 경매 거래 금액, 경매 유찰률 30% 이하, 연간 경매거래 횟수 100회 이상, 글로벌 경매 기관의 거래 이력, 전 세계 아티스트 랭킹 200위 이내 등의 조건으로 가치가 안정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우량 작품인지를 판단한다. 현재 테사 회원의 30%는 ‘미술 1도 모른다(미술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조정기라도 기록과 데이터를 통해 안정적으로 가치가 성장하고 있는 섹터를 제공하는 게 지금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금융사와 다양한 협력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금융기관들도 미술 시장에서 신규 비즈니스를 찾고 있다. 테사는 금융사와 협력 모델을 만들어 넥스트 스테이지인 ‘테사 2.0′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미술과 자산 관리를 결합한 ‘아트뱅킹’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하나은행과 테사는 금융위원회가 지정하는 혁신금융서비스에 공동으로 신청했다(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최대 4년간 인가·영업 과정에서 적용되는 규제를 유예·면제받을 수 있다).”

테사 미술관 / 채승우 객원기자

환율이 급격히 올랐다. 부담은 없나.

”지금은 오히려 해외에 매각하기 좋은 때다. 반면 매입할 때는 달러로만 매입하지는 않는다. 작품의 첫 가격은 보통 해당 지역의 로컬 통화 단위로 평가하는데, 지금은 유로화나 파운드화로 가격 표시가 된 작품만 구매하는 식으로 환헤지를 한다. 거래 국가는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10여 개국 이상이다. 이 밖에 소더비, 크리스티 등 유명 옥션과 다이렉트 라인이 있어서 직접 거래해 중간 비용을 줄인다.”

미술품 투자는 부동산보다도 환금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림을 공동 소유하기 때문에 ‘언제까지 매각하겠다’고 보장할 수 없다. 현재 11점을 매각했는데, 평균 10개월 정도 걸렸다. 하지만 이건 정말 행운인 거다. 일반적으로는 3~ 10년 걸리기도 한다. 올해 테사가 매각한 작품 중 매입 시점 대비 가치 상승률로 따지면 데이미안 허스트(40%), 앤디 워홀(29%), 쿠사마 야요이(26%), 데이비드 호크니(15%)순으로 높았다.”

조각투자 미술품 구입 시 개인의 세금 관련 이슈는 없을까.

”작년 1월 1일 자로 세법이 바뀌어 완전 분리과세 된다. 팔아서 수익 나면 그때만 세금을 내면 된다. 테사는 블록체인 기록으로 모든 게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수천 명의 사람에게 각각의 상황에 맞는 세금을 계산해 원천징수하고 다 보내준다. 투자 양성화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테사에 등록된 그림 중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인가.

“마르크 샤갈, 뱅크시 작품들은 점당 27억원이 넘는다. 지금은 지자체와 손잡고 구민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대여도 해주고 있다. 임대 수익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테사가 누적으로 321억원어치의 그림을 판매했는데, 그 안에 반 고흐의 작품도 있을지 누가 아나. 국내에서 대가(大家)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싶다.”

이코노미조선

plus point

테사가 뽑은 블루칩 작가 Best 4글로벌 미술 시장 女風 주목

최근 글로벌 미술 시장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떠오르는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쿠사마 야요이를 잇는 차세대 여성 작가로는 ‘2022 ArtTactic 글로벌 여성 아티스트’ 랭킹 2위를 차지한 사라 휴즈(Shara Hughes)가 꼽힌다. 갤러리 페로탕의 전속 작가인 에밀리 매 스미스(Emily Mae Smith)는 세계 경매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고 경매 기관 출품 이후 1년여 만에 작품 최고가(44억원)를 경신한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는 ‘90년생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갤러리 데이비드 코단스키의 전속 작가인 힐러리 페시스(Hilary Pecis) 역시 미술계의 주목받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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