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완화, 민생대책이라는데…서민은 '그림의 떡'
고소득자만 규제 완화 '혜택' 지적
정부가 주택 실수요자를 위해 대출규제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주택 처분조건부)에 대해선 LTV(주택담보인정비율)을 50%로 통일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담대 금리가 5%를 넘어 8%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하기에는 금융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이자비용은 늘어난 반면 소득은 제자리인 가운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규제 완화? 문제는 금리
금융위원회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해 LTV를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50%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비규제지역의 경우 70%, 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정도에 따라 20~50%가 적용되고 있다.
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도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는 허용하기로 했다. LTV는 50%가 적용된다.
이는 지난달 27일 진행된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후속 조치다. 금융위는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세부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은행업감독규정' 개정 등을 거쳐 내년초 시행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금융규제를 정상화하고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 상황에선 규제보다 높아진 금리가 대출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기준금리가 1년여 만에 2.5%포인트 인상되면서 시장금리도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중 은행 주담대 금리는 4.79%로 1년 전보다 1.16%포인트 상승했다.
실제 최근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은 6%를 넘어선 상태다.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 주담대 금리가 8%에 도달할 가능성도 높다. ▷관련기사: '빅스텝'에 대출금리 8% '시간문제'…경기침체 어쩌나(10월13일)
15억 초과도 주담대…고소득자만 웃는다
이처럼 높아진 금리에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주담대를 활용한 주택매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가령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인 10억8000만원(9월 기준)의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5억4000만원(LTV 50% 적용)을 대출 받는다면, 주담대 금리 6%를 적용할 경우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은 약 323만원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반영하면 변동금리 상품을 활용한 차주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은 갈수록 증가한다.
이와 함께 LTV 규제 완화에도 DSR은 40%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다. DSR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해주는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현 정부도 쉽게 손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규제 완화로 고소득자만 혜택을 볼 것이란 지적이다. LTV가 완화돼도 중·저소득자들은 금리 인상으로 부담해야 할 원리금이 늘면 DSR 규제를 통해 오히려 대출 가능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고소득자는 DSR에 여유가 있고,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규제가 풀리면서 대출을 통한 고가주택 매입이 가능해졌다.
실제 15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금리 6% 주담대 7억5000만원을 받으려면 연봉은 1억32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민생경제회의 후속 조치지만 정작 서민을 위한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은 유지되고 LTV를 완화하면 결국 고소득자만 대출 가능금액이 늘어나 혜택이 집중된다"며 "중저소득자는 LTV를 늘려줘도 대출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가 꺾인 가운데 높은 금리에도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려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반면 고가주택을 매입하려고 했던 고소득 수요자들은 대출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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