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립’ 위한 IRA에 찐수혜주 된 LG엔솔…‘생큐 바이든’

2022. 11. 1.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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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투자로 미국 시장 우위 선점
출범 2년 만에 25조원 버는 캐시카우로

[비즈니스 포커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1월 17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의 제너럴모터스(GM)의 첫 전기차 전용 공장 ‘팩토리 제로’를 방문해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 법인이 생산한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 픽업트럭 허머를 시승했다. 사진=AP·연합뉴스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출범 2년 만에 LG그룹의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그동안 LG그룹의 상장 계열사 중 연간 매출액 규모는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에 이어 넷째로 커졌다.

구광모 LG 회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출장지로 선택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배터리 공장이었다. 보름 뒤엔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1공장도 방문했다. 구 회장이 폴란드에 이어 미국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 것은 그룹 내에서 높아진 배터리 사업 부문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선제적인 공격 투자로 미국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GM·포드·스텔란티스·테슬라·폭스바겐·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일본의 혼다 등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구광모 회장도 달려가…그룹 핵심 축 부상

실적도 고공 행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매출 7조6482억원, 영업이익 52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90% 정도 증가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됐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와 고환율에 따른 판가 인상 효과가 호실적 요인으로 꼽힌다.

연간 영업이익도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지난 9월 말 기준 수주 잔액은 370조원으로 지난해 말 260조원 대비 110조원이 늘었다. 북미 비율이 70%에 달한다. 북미 투자에 집중해 북미 지역이 차지하는 생산 능력 비율을 2022년 7%에서 2025년 4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제시했던 2022년 연매출 목표치도 22조원에서 25조원으로 올려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며 북미 시장에서 고속 질주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IRA가 K-배터리 기업에 중·장기적으로 수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에서 미국 내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력, 해외 양산 경험, 레퍼런스를 가진 곳은 한국·일본밖에 없다”며 “일본 업체들은 투자에 보수적이어서 한동안 한국 업체들이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가도 상승세다. 지난 1월 말 상장 당일 59만8000원까지 치솟았던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고평가 논란 속에서 지지부진하며 7월 초 3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이후 IRA 수혜주로 주목받으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몰려 하락장에서도 10월 들어 20% 가까이 올라 최근 주가가 50만원 선을 회복했다.

다만 IRA 수혜를 누리기 전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리튬·니켈·전구체·흑연 등 주요 배터리 원재료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배터리 완제품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92.3%다.

양극재(72%), 음극재(85%), 반제품(78%), 분리막(55%) 등 상당수가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액은 84%, 코발트 90%, 천연 흑연 90%, 인조 흑연 91%,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 94%에 이른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90% 中 의존’ 흑연 공급망 다변화

LG에너지솔루션은 IRA 시행을 앞두고 핵심 공급망 탈중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시장 내 안정적인 핵심 원재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호주 흑연 업체 시라와 천연 흑연 공급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 내에서 양극재 핵심 소재인 리튬·니켈·코발트뿐만 아니라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까지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캐나다 광물 업체 일렉트라·아발론·스노레이크와 황산코발트 7000톤, 수산화리튬 25만5000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와 함께 캐나다 시그마리튬 리튬정광 69만 톤, 미국 리튬 생산 업체 컴파스 미네랄이 2025년부터 7년간 생산하는 탄산·수산화리튬의 40%, 유럽 리튬 생산 업체 독일 벌칸에너지 수산화리튬 4만5000톤, 호주 라이온타운 수산화리튬 원재료 리튬정광 70만 톤 등을 확보한 바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핵심 전략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력 있는 원재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차별화된 원재료 공급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갖춰 고객들에게 최고의 품질·비용·납기(QCD)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원재료 확보 현황. 자료=LG에너지솔루션 제공



탈중국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전 세계 완성차 기업들에 주어진 선택지는 한국 배터리 3사가 유일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RA의 후속 조치로 10월 19일(현지 시간) 28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미국산 배터리 원료 구상(American Battery Materials Initiative)’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배터리 원료 생산 기반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국 등 동맹국과 함께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을 공동으로 구축해 배터리 생산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광물 등 핵심 원자재 공급망의 탈중국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둘째 규모인 미국 시장의 개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업체의 신규 진입은 정책적으로 배제됐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투자에 소극적이다. 배터리 세계 1위인 중국 CATL은 IRA로 인한 비용 상승을 우려해 북미 공장 건설 계획을 늦추고 있다.

유럽에서도 최근 탈중국을 위한 ‘유럽 핵심 원자재법(RMA)’이 추진되고 있어 구체화된다면 미국 IRA에 이어 또다시 LG에너지솔루션이 최대 수혜 업체 중 한 곳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고객 확보 전략이 가장 공격적이고 진출 시점이 빠르며 광산 직접 투자도 진행 중”이라며 “북미 폐배터리 협력사도 확보해 현지 생산 준비가 상대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돋보기]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홀랜드 공장 직원들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배터리 종주국’ 일본, 왜 LG에 러브콜 보내나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일본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잇달아 수주를 따내고 있다. 일본 혼다와 미국 오하이오 주에 4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고 일본 상용차 업체인 이스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해 엘프 전기트럭을 생산하기로 했다.

도요타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를 자사 미국 공장에 공급하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LG에너지솔루션을 찾는 이유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전기차 보조금 북미 생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1990년대 소니를 필두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리튬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해 배터리 종주국으로 통한다. 하지만 자국 시장에 안주해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2000년대 들어 시장의 주도권을 후발 주자인 한국과 중국에 넘겨준 상태다. 일본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 협업하지 않으면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를 팔기 어려워진다.

IRA법상 전기차 세제 혜택을 위해선 배터리의 핵심 광물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채굴·가공돼야 한다. 이 비율은 2024년 50%로, 2027년 80%로 높아진다.

일본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았고 배터리 공급망이 자국 내에 집중돼 있어 주요 소재 업체들이 미국에 진출하지 않는 한 IRA 세액 공제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업계에선 일본 업체들의 협업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배터리·소재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지배력이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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