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서 “밀어” 외친 인물들…475명 규모 특수본 수사 들어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서울경찰청, 475명 특별수사본부 구성
사고 현장 목격자·부상자 등 44명 조사
“처벌 여부는 진술과 영상 분석해봐야”
명예훼손 게시 글 6건 입건 전 조사도
檢은 ‘검수완박’에 대형 참사 수사 못해
한동훈 법무 “경찰과 긴밀한 협력” 주문
경찰이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 등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으로 대형 참사를 직접 수사하지 못하는 검찰도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본부장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 이번 참사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초동 수사에 나선 경찰과 공조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사고 현장 일대에서 약 1시간50분간 합동 감식도 진행했다. 감식반은 수사에 필요한 기초 자료 확보와 전반적인 상황 파악을 위해 각종 장비를 들고 현장 골목과 T자 모양으로 만나는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까지 오갔다. 컴퓨터상에서 골목을 3차원으로 구현하기 위해 레이저 스캐너로 촬영하는 한편 골목 경사도도 다시 측정했다.
SNS 등에선 사고 현장에서 “밀어, 밀어”라고 외친 인물들이 사고의 발단으로 지목되면서 경찰은 이들에 대한 수사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관련자 진술과 영상까지 검토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진술의 신빙성과 영상을 합동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서 실제 미는 행동을 했을 경우 처벌 가능성에 대해 “사안별로 다르기 때문에 진술과 영상을 통해 분석해 봐야 한다”며 “상황이 되면 강제수사 등을 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는 169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으로 검찰청법상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에서 대형 참사가 제외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대형 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서 ‘부패·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됐다. 한 장관 주도로 윤석열정부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시행해 그 범위가 다시 확대됐는데, 대형 참사는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수완박 시행 전에는 대형 참사, 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른 ‘사회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재난과 관련해 범한 죄도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이 법상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로, 사회 재난에 해당한다. 다만 이 법엔 국가기관이 검사에게 고발하도록 하거나 수사를 의뢰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
◆주최자·안전 책임자 없어 국가배상 어려워…누군가 고의로 밀었다면 법적 처벌 가능성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사흘째인 31일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 소재와 처벌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핼러윈 축제’라는 특성상 안전관리 책임자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물론 국가배상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누군가 고의로 밀었다”는 목격담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제기된다.
1990년대 광명의 한 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1명이 희생될 때는 물론, 대구 우방타워랜드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당시 안전관리자들이 대거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이태원 압사 참사는 주최자가 없을 뿐 아니라 특정 시설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을 공중이용시설이나 교통수단 등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의 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적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생존자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목격담은 새로운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 4∼5명의 무리가 “밀어! 밀어!”를 외치며 사람들을 밀어내 압사 사고가 시작됐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현재 폐쇄회로(CC)TV 등 사고 당시 장면을 분석해 해당 증언이 사실인지 확인 중이다. 이 같은 목격담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검사 출신의 김은정 법무법인 리움 변호사는 “밀라고 외쳤던 사람들을 특정할 수 있다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사가 수술을 잘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하철에서 실수로 남의 발을 세게 밟는 경우나 밀쳐서 다치는 경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인파 속에서 자신이 밀 경우 누군가 넘어질 수 있다는 걸 예상하면서도 밀었다면 이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구성·박진영·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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