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 공사비가 평당 1000만원?… 깊어지는 조합원 한숨

오은선 기자 2022. 11.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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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선정 공개입찰서 줄줄이 유찰… “비싼 공사비 탓”
500~600만원에서 지난해 말 급등… 일반분양 적어 수익성 낮아
이주비 대출 금리도 2~3배 뛰어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규모가 작고 일반분양이 많이 나오지 않아 다른 재개발 단지처럼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고, 이로 인해 공사비 인상 부담을 그대로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치솟는 금리에 이주비 대출 비용도 부담이 커지면서 조합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남 양지동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최근 시공사 선정 공개입찰 과정에서 3번이나 유찰됐다. 3번 모두 건설사 1곳만 참석하면서 경쟁이 성립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수의계약 끝에 겨우 임시총회에서 시공사 선정이 의결됐다.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650만원 수준. 한 조합원은 “건설사끼리 경쟁해서 좋은 값에 더 잘 짓고 싶었는데 결국 수의계약이 됐다”면서 “원자잿값 인상 등에 따라 공사비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들었다. 분담금이 커질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시의 한 빌라 밀집지역. /오은선기자

가로주택 정비사업 중 시공사 선정에 재입찰 공고를 낸 곳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구로구의 홍진·은성·우정연립과 서울 관악구 봉천동 1535 일대 사업장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 공고를 냈다. 수도권의 경기 안양시 명학시장구역 가로주택 조합 역시 재입찰에 들어갔다.

건설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시행사와 시공사의 눈높이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자재와 인건비가 오른 것을 반영한 공사비로 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시행사는 가로주택 정비사업의 수익성이 크지 않은 만큼 최대한 공사비를 덜 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로주택 정비사업 등 소규모 사업장들의 공사비는 원자잿값 상승 전 3.3㎡당 500~600만원대에서 최근 700~800만원대로 치솟았다. 많게는 1000만원도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대상건설이 수주한 서울 성동구 한신아파트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3.3㎡당 700만원대 공사비가 책정됐다. 공공재개발인 흑석2구역의 공사비가 3.3㎡당 765만원으로 책정된 것에 비춰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 12동 가로주택 정비사업의 경우 고급화 전략으로 3.3㎡당 1159만원으로 공사비가 책정됐다.

가로주택 정비사업의 경우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불리며 추진 절차가 간편하고 사업 속도가 빨라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면적 1만3000㎡ 미만의 가로구역에서 추진이 가능하다. 다만 규모가 작은만큼 일반 분양이 많이 나오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여기에 원자잿값 상승 여파로 공사비까지 오르면서 사업성에 타격을 입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 자금경색까지 이어지면서 시공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승민 도시정비협회장은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규모의 경제 때문에 가구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공사비가 올라가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난해엔 3.3㎡당 공사비가 500만원 대였다”며 “지난해 말부터 원가상승이 심해진 데 이어 최근엔 레고랜드 사태 때문에 시공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크고 일반분양 많지 않은 가로주택 정비사업 참여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공사비가 조정될 요인은 크지 않아 보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보통은 분양가를 높여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도하는데 지금은 그럴 상황은 아니고, 물가 등을 반영했을 때 공사비가 앞으로 더 낮아질 요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만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높아진 공사비에 이주비 대출 금리 등 금융비용 문제도 조합원들에게는 숙제다. 이 협회장은 “시공사들이 입찰에 참여할 때 조합원 금융비용까지 계산하는데, 예전엔 2~3% 하던 이주비 대출 금리가 최근엔 2~3배 까지 뛴 상황”이라며 “미분양도 늘고 있어 지금은 참여자나 제안자나 극도로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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