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대 법인세에 계열사 자금수혈까지...호텔롯데, 여행 회복에도 울상

이현승 기자 2022. 11.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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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작년 추징된 법인세 1541억 9개월 유예 끝 납부
2대 주주 롯데건설 단기 자금난에 860억 유상증자 예정
호텔·면세점 부진에 누적 적자 9000억 넘어... “3분기 흑자 전환”
모건스탠리PE 출신 안세진 영입 ‘기대 컸지만’...IPO 물건너 가

호텔롯데가 올해 영업활동과 무관한 자금 출혈이 2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예 받았던 법인세 추징세액을 납부하고 단기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롯데건설에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호텔, 면세점을 주업으로 하는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9000억원을 넘어서 업황 회복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롯데면세점 본점.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보유한 롯데쇼핑 주식 195만3254주(보유주식의 78%), 롯데칠성음료 주식 8만5932주(31%)를 담보로 서울중앙지방법원과 맺은 두 건의 공탁 계약을 최근 해지했다.

이 공탁 계약은 호텔롯데가 작년 2월 진행된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연말 부과된 1541억원의 법인세 추징세를 유예받기 위해 맺은 것이다. 호텔롯데는 2018년 법인세와 관련해 추징세액을 부과 받았으며 국세청이 계열사 간 지분거래 내역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2017년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를 출범시킨 후 10대 그룹 내에서도 가장 길고 복잡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던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계열사 간 지분 거래를 추진했다.

호텔롯데는 2018년 보유하고 있던 롯데케미칼 주식 410만1467주를 롯데지주에 1조1469억원에 처분하고 롯데케미칼, 롯데상사, 롯데장학재단으로부터 롯데지주 주식 156만3481주를 901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 호텔롯데, 법인세 1541억 납부...롯데건설에 860억 유증

공탁 계약을 해지한 것은 최대 9개월인 납부 유예 기한이 만료되서다. 호텔롯데 측은 “21일부로 법인세 1541억원을 완납했다”며 “조세심판원에 경정 청구(위법하거나 부당한 조세 처분을 받은 납세자가 심판을 요청하는 제도)를 제기했으며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는 18일에는 2대주주로 있는 롯데건설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우발채무가 급증하는 가운데 회사채 시장에 찬바람이 불자 지난 달 20일 20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 지분 43.07%(1385만8158주)를 보유함에 따라 전체 유상증자 금액 가운데 약 861억원을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앞서 롯데자산개발, 롯데손해보험 등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큰 금액을 수혈하는 건 처음이다.

◇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적자 9000억... 안세진 기대감 ‘물거품’ IPO 어려울듯

올 들어서만 2000억원 넘는 자금이 유출되는 것인데 회사의 현재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뼈아프다.

호텔, 면세점을 주력으로 하는 호텔롯데는 연 매출이 2019년 7조4000억원에서 2020년 3조8400억원, 작년 4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3200억원 흑자에서 2020~2021년 누적 적자 7600억원으로 전환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3조원으로 전년 대비 54% 늘었으나 1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사업 부진 여파다. 면세사업부 매출은 53% 증가한 2조4500억원을 기록했으나 작년 102억원 흑자에서 올해 892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경쟁사인 신세계디에프가 상반기 영업이익 266억원, 호텔신라 면세사업부가 275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면세점 측은 “코로나 초창기인 2020년 매입한 재고자산이 대거 손실로 반영되며 1분기 75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나 2분기에 적자 폭이 139억원으로 줄었고 3분기에는 흑자 전환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을 비롯한 면세점 업계는 올해 말부터 여행 수요 회복에 따라 면세점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면세업계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호텔신라 사례를 보면 낙관하기 어렵다. 호텔신라 면세사업부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0% 늘어난 1조1977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00억원에서 6억원으로 97% 줄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하향 하면서 “3분기에도 달러 대비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따이공(국내 면세점에서 한국 제품을 사다가 중국에 파는 보따리상)의 수익성이 악화되었다”며 “중국 내 제로 코로나 정책이 길어지면서 생각보다 면세사업의 보릿고개가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이 작년 말 인사에서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 출신 안세진 호텔군 총괄 대표를 선임하면서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면세 및 호텔 사업 부진에 따라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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