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이태원 참사' 정말 막을 수 없었나?

양희동 2022. 11.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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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오후 '이태원 참사' 관련 긴급현안 브리핑에서 한 발언이다.

과연 이상민 장관 말처럼 이태원 참사가 경찰·소방 인력을 사전에 배치했어도 막을 수 없는 천재(天災)였는지, 철저한 조사와 후속 조치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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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인파 우려할 정도 아니고, 경찰 배치로 해결 못해"
사건 당일 이태원역 13만명 이용…코로나 이전 35%↑
용산구청장 빠진 사전 대책회의…사고 18시간만 공식입장
소방당국, 해밀턴호텔 앞 안전근무 오후 6~10시까지만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오후 ‘이태원 참사’ 관련 긴급현안 브리핑에서 한 발언이다. 지난 29일 오후 10시 15분쯤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고 서울 용선구 이태원로에 모인 인파 속에서 154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벌어졌지만, 주무부처 장관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태원에 모인 인파가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는 이상민 장관의 발언도 사실과 달랐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29일 당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총 13만 131명으로 전주 같은 토요일인 22일 4만 2059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핼러윈 기간 토요일(10월 26일) 9만 6463명과 비교해도 35% 가량 증가한 수준이었다. 사고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상에선 인파로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한 이태원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기도 했다.

앞서 용산구청과 용산소방서, 용산경찰서 등은 코로나19 이후 첫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 기간 주말에 매일 약 10만명이 이태원에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사전 대책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대책은 대부분 마약·성추행 등 범죄 예방과 방역조치 등으로 안전사고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용산구청은 박희영 구청장이 아닌 부구청장이 27일 긴급회의를 주재하며 △특별 방역 △안전사고 예방 △거리 청결 확보 등을 강조했지만, 방역관리나 소음 민원, 불법 주정차 단속, 청소 등에 대한 대책만 논의했다. 또 박희영 구청장은 사고 직후 자신의 SNS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조치만 취하고, 사고 발생 18시간 만에 첫 공식 입장을 내놔 빈축을 샀다. 이에 박 구청장은 “사고 수습이 우선이란 신념에 따른 것”이란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소방당국의 대응은 더욱 안일했다. 용산소방서가 내놓은 핼러윈 기간 소방안전대책을 보면 의용소방대원 12명(1조 3명)이 28~31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이태원역 일대 비상용 소방함 주변을 순찰하는 게 안전 대책의 전부였다. 의용소방대는 지역 주민 중 희망자로 구성하는 협조·봉사 단체로 정식 소방관이 아니다. 또 용산소방서 재난관리과와 이태원 안전센터 등에서 핼러윈 기간(28~31일) 중 사고가 난 해밀턴 호텔 앞에서 실시한 안전근무도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에 불과했다. 정작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10시 15분쯤은 안전근무 시간이 지난 뒤였다.

경찰도 불법촬영과 강제추행, 절도 등 범죄와 교통체증 등에만 무게를 두고 경찰 인력을 200여 명만 배치, 대형 사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10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렸던 ‘서울세계불꽃축제’는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지만,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무정차 통과 등 철저한 사전 준비로 아무런 인명피해 없이 무사히 행사를 마친 바 있다. 과연 이상민 장관 말처럼 이태원 참사가 경찰·소방 인력을 사전에 배치했어도 막을 수 없는 천재(天災)였는지, 철저한 조사와 후속 조치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양희동 (easts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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